불임 이야기 EP. 08 - 두 번째 시도

두 번째 시도, 붉은 균열

by 나은

8편. 두 번째 시도, 그 붉은 균열




시험관 첫 실패는 내 인생의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 정신은 멍했고, 세상은 뿌연 안개처럼 나를 잠식했다.

너무 혼란스러웠다.

대체 무엇이 나를 삼켜버린 걸까?

어디에 빠진 걸까?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겨우 하려고 하면 가슴이 너무 아려와 웅크린 채 한참을 절규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빠르게 회복했다.

세상이, 하늘이 날 외면한다면...

래, 내가 나를 지켜야지. 내가 나를 붙잡아야지.'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루저가 아니니까.


두 번째 시도는 냉동 배아 이식이었다.

건강한 난자와 잘 배양된 수정란이 여러 개 냉동 보관되어 있었다.

그중 하나를 다시 이식하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이번에는 요행을 바라지 말자.

제대로 애써보자고,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손발이 늘 찬 나는 인터넷을 뒤져가며 족욕도 하고,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려 애썼다.

태어나 처음으로 '나 자신을 위한 징징거림'을 허락해 보기로 했다.

소심하게, 그러나 진심으로.

그런데 남편은 그런 나의 의욕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가 건넨 과일 봉지엔 기대도, 온기도 없었다.

그의 무심한 태도는 마치 그 과일과 함께 쓰레기차에 실려 간 듯했다.

답답함을 눌러 담고, 두꺼운 양말을 신고, 성급한 마음을 달래며 조심스레 일상을 이어갔다.

족욕으로 몸이 데워질 때마다 '그래, 이번에는...' 은근한 기대도 피어났다.

전화 한 통이 가져온 균열

드디어 피검사 날. 거울을 보며 씩 웃어보았다.

'그래, 넌 웃는 게 최고야. 우울, 한탄은 어울리지 않아. 잘 될 거야. 파이팅!'

살짝 부푼 마음을 안고 병원으로 향하던 길,

골목 어귀에서 어디선가 고양이 떼가 튀어나왔다.

7~8마리쯤. 쓰레기를 휘젓으며 날뛰는 그들.

그 순간, 빨갛게 달궈진 전등이 '퍽' 하고 깨지는 것처럼 내 인내에 균열이 '쩍' 하고 갈라졌다.


당시 우리 동네는 고양이 떼로 몸살을 앓던 시기였다.

밤마다 울려 퍼지던 발정 난 고양이의 울음소리. "냐옹, 니아~옹."

그 소리는 팔다리에 소름을 돋게 했고, 솜털을 쭈뼛 서게 만들었다.

10일 넘게 억눌러온 감정이 그 한순간, 폭발했다.

후우— 빌어먹을 것들...

늘 잔잔하던 내 이성에서 이런 괴성이 터져 나올 줄이야.

'망했다. 이번에도 망했다.'


왜 인생의 어떤 순간엔 느낌 하나, 감정 하나로 모든 결과를 예감하게 되는 걸까?

잠시 돌아서 집으로 갈까 망설였지만 아주 얕은 숨결 하나가 다행히도, 병원으로 내 발걸음을 이끌었다.

진료실에 앉아 있는 선생님은 이제 보니 시술실 간호사들과 닮아 있었다.

표정 없는 얼굴. 기계적인 동작.

진료실 간호사가 약간의 연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좋은 소식 있을 거예요.”

그 말에 희미한 웃음조차 지을 수 없었다.

'망했다. 망했다고요. 빌어먹을 고양이 떼들이 날 그냥...'

말도 꺼내지 못한 채 표정도 꾹 눌러 담은 채 넋 나간 사람처럼 피를 빼고 무겁게 돌아섰다.

걸음걸이는 평소보다 두 배쯤 느렸다.


아...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다.

사람 하나 없는 곳.

무인도 같은 곳으로 가서 그냥 콱, 처박히고 싶다.

세상은 너무 문명화되어 있다.

너무 말끔하고, 복잡하고, 정리되어 있다.

그게 더 숨 막히게 만든다.

출렁이는 바다,

빼곡한 자갈돌,

엉성하게 짚으로 엮은 초막집...

그런 곳에서 그냥 늘어지게 자고 싶다. 그

대로 깨어나지 않아도 괜찮다.


아아—

왜 깊은 한숨을 쉬면 머리가 어지러울까?

나는 이렇게, 또 한 번 실패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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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단순히 불임 시술의 과정을 넘어, 삶의 깊은 고통 속에서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다음 편에서는 실패의 붉은 균열이 나의 삶에 어떤 형태로 남아있고, 그 아픔이 어떻게 현재의 나를 형성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볼 것이다.

이 솔직한 기록이 또 다른 아픔을 가진 이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의 이야기가 더 많은 이들에게 닿아,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홀로 아파하는 이들에게 한 줄기 빛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독자분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응원이 이 글을 완성하고 책으로 엮어내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 믿는다.

나의 이 글이 언젠가 한 권의 책으로 탄생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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