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임 25화. 그녀의 촌스러움....
문이 열렸다.
경쾌한 발걸음에 환한 미소를 띤 젊은 여자가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
너무 밝고, 너무 해맑다.
그 미소가 오히려 내 눈에는 낯설게 느껴졌다.
“부장님! 괜찮으세요? 어머, 안녕하세요? 사모님이세요?”
인사를 하는 모습도 밝다 못해 티가 안 난다.
얘, 정상 맞니?
생각보다 훨씬 어리고, 너무도 꾸밈없어 보인다.
남편이 슬쩍 묻는다.
“어, 같이 왔네? 정 대리는?”
“주차 때문에요! 저 먼저 올라왔어요.”
그러면 그렇지.
아무리 눈치 없고 센스 없어도, 혼자 그렇게 명랑하게 올라올 수는 없지.
그 찰나—또 한 번 병실 문이 열린다.
이번엔…
게슴츠레하고 초췌해 보이는 중년 여자가 들어왔다.
몸에 맞지 않는 정장 투피스 차림.
촌스러운 차림새에, 미소 지을 때마다 돌출된 잇몸이 드러나 불편해 보인다.
입매조차 날카롭지 않고, 어딘가 덜 정제되어 있다.
그래도—
순진해 보인다.
그녀가 나를 보곤 흠칫 놀란다.
그래, 그렇겠지.
뭔가 들었겠지, 내 얘기.
이 자리에 내가 있으리란 건 감히 상상도 못 했을 테니까.
그도 그럴 것이—
남편과 함께 어딜 가든 사람들이 되묻는다.
“부부 맞으세요?”
그리고는 곧장 튀어나온다.
“남편분, 능력자시네요!”
졸지에 나는 반팔푼이가 된다.
우린 누가 봐도 안 어울린다.
남편에게는 겉으론 알 수 없는 ‘매력’이라도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는, 그에 비해 너무 밋밋하게 보이는 모양이다.
실제로 나는 그런 시선을 별로 의식해 본 적이 없었다.
그저, 남편이 이상할 정도로 나를 데리고 다니는 이유에 대해
대충 짐작만 할 뿐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확실히 알겠다.
날 보고 놀란 그녀의 눈빛에서
단박에 알아챘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드는 나 자신이
더 이상 놀랍지도 않았다.
생각보다 멍청해 보이는 그녀에게
묘한 연민이 느껴졌다.
세상 물정 모르고 남편 같은 인간에게
그렇게 쉽게 휘말렸겠지.
정말, 어쩌면 좋니. 너를...
키도 작고, 말재간도 없고,
겨우 내뱉는 농담은 식상하기 짝이 없는데
그 따위에 마음을 뺏겼다니—
안쓰럽다, 너도.
나는 지극히 자연스럽게 앉아 있었고,
그녀는 안절부절못한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강적을 만난 건가?
그 떨림조차 불쌍하다.
얼굴빛이 빠르고 창백해지더니
제대로 앉아 있지도 못한 채
대충 인사만 남기고 병실을 나선다.
나는 엘리베이터 앞까지 따라나섰다.
그녀는 남편과 눈도 마주치지 못한다.
그런데—
정작 내 옆에 서 있는 이 남자,
남편은
너무도 뻔뻔하다.
해맑은 여직원은 아무것도 모르고 웃는다.
나 역시 모른 척 웃는다.
이 상황을 모르고 있는 사람은
이제 오직 그녀 하나뿐이다.
쯧쯧...
그러게 왜 그따위로 사니.
병실로 돌아서는 발걸음이 무겁다.
그리고—
문득,
남편이란 존재가
지독히 불결하게 느껴진다.
그래,
‘순진한 여자’ 하나 놀려먹으니 그렇게 즐겁냐?
그게 니 전부냐?
그 수준이 고작 그거냐고.
나는 착각했었다.
뭔가 감정이 오가는 관계일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질투라도 하게 될까 봐,
속이 쓰리면 어쩌나 싶어서
나 자신을 경계했는데…
아니다.
이건 감정도 아닌,
그저 장난이었다.
그게 더 화가 난다.
감정도 없이,
그저 심심풀이로 사람의 마음을 가지고 논 거였다.
그렇게 나이 먹은 인간들이
장난처럼 감정을 흉내 내고,
진심인 척 구는 모습이
참—한심하기 그지없다.
하마터면
질투할 뻔했고,
고민할 뻔했던 나.
그 흔들림조차 없던 내 감정이
정말 고맙다.
오늘 사라졌던 나의 자아가
돌아왔다.
도망갔던 자존감이
비로소 다시 내게 말을 걸어온다.
참나.
별 꼴이다.
인간들하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