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임 47화. 아, 이 막막함이란...

아직도 그는...

by 나은

남편이 집으로 들어온 지 어느덧 3개월.

그동안 우리는 밥도 따로 먹고, 빨래도 각자, 말 한마디 섞지 않은 채 지냈다.

가끔 ‘바람 쐬러 나가자’는 문자 한 줄이 전부였고, 나 역시 응하지 않았다.

서로에게 기대할 것도, 바랄 것도 없었다.


답답함으로 쌓인 시간


적어도 아이의 아버지라면, 평소 외출을 좋아하는 아이를 데리고 한 번쯤 나갔다 올 법도 한데,

그런 노력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생일 축하해. 다 같이 밥이라도 먹자.'

툭 던지듯 보내온 문자 하나. 그게 그의 최선이었다.

나는 답답하고, 또 답답하다.



끝나지 않는 동거


오늘 아침,

주방에서 마주친 그는 다짜고짜 말을 하자며 몰아붙였다.

할 말도, 듣고 싶은 말도 없었다.

방으로 피했건만 따라와서 하는 말이...

“이제 그만하자. 어차피 이혼도 안 되는 거. 시간 낭비 하지 말고, 그냥 이렇게 살아.”


그리고 따지듯 던진 한마디.


“너는 어떻게 너만 생각하냐? 애는 생각 안 해?”


나는 지금껏 아이 생각을 안 해서 이혼을 하려 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아이 때문에 더 간절했다.




이 집은 누구의 것인가


그는 여전히 이혼은 하기 싫다고 했다.

그러고는 갑자기 이렇게 말한다.

“나랑 살기 싫으면 네가 집에서 나가. 이건 내 집이야.”


내 집?

물었더니 “그럼 내 집이지.”

어이없고 황당하다.


“꼴도 보기 싫다며, 왜 집에 있는 건데? 나가서 살아.”

이제는 본인이 아이를 챙기겠다고 한다.

정말 숨이 막힌다.




나를 무너뜨리는 말들


나는 지금 발달장애가 있는 아이와 함께 살 집도, 여건도 안 돼서 분리 조치를 요청한 것이었다.

그 기간이 끝났고, 어쩔 수 없이 이 끔찍한 동거가 이어지고 있는 것뿐이다.


정말 아이를 챙길 마음이 있다면, 단 한 줌의 애정이라도 보여준 적이 있었다면

나도 훌훌 털고 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20년 가까이,

아이와 단둘이 여행은커녕 외출조차 손에 꼽을 정도였다.

욕지거리, 폭력적인 언행...

그런 사람 밑에서 아이가 뭘 배울 수 있단 말인가?



희망을 알려주고 싶다


나는 내일 대장내시경을 앞두고 있다.

직장암 판정을 받고 4년째.

인생이 덧없다는 말을, 나는 지금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다.


행복은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사는 것이라는 것을

내 아이에게 꼭 알려주고 싶다.

혹여 누군가 이것조차 사치라 비난한다면,

나는 기꺼이 그 비난을 감수하겠다.


나도, 단 한 번뿐인 내 인생이다.

이렇게 비참하게 끝내고 싶지 않다.



막막한 현실 속에서도


그럼에도, 막막한 현실이 나를 무력하게 만든다.

망치고 싶어도 도망칠 곳조차 없다.

힘들다. 정말, 삶이.



ps- 같은 지붕 아래 살고 있지만, 더 외롭고 더 막막한 날들이 있다.

이 이야기가 누군가에겐,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라는 위로가 되길.

함께 견뎌요. 버텨낸 우리에게 반드시 새로운 길이 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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