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제 안에 남은 빛을 지켜주세요
내일, 대장 내시경을 앞두고 있다.
직장암 초기 진단을 받고 4년.
그 시간은 생각보다 조용하게, 그러나 무겁게 지나갔다.
한 달 전 건강검진에서 위 내시경을 받았는데,
비수면으로 진행되었다.
의사 선생님께서
“들이마시세요, 깊게 내뱉으세요.”
차분히 호흡을 이끌어주셨고,
지금껏 받아온 내시경 중 가장 편안하게 끝낼 수 있었다.
그리고 결과는 정상.
그 말 한마디에 마음도 쾌청했다.
내일 대장 내시경 결과도 아무 일 없기를.
간절히, 간절히 바란다.
이혼을 결심한 후,
가끔 술을 마셨다.
만날 사람도, 나눌 시간도 부족하니 자연스레 혼술이 됐다.
마음이 조급해지고, 한숨이 깊어질 때
잊기 위해, 잊고 싶어서
손이 술로 향했다.
예전엔 식욕 없이 폭식으로 스트레스를 풀었다면
지금은 조용한 음주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소주 한 병.
내 주량은 여전히 그 정도다.
그 이상 마시면 다음날 3kg은 빠진다.
그러고 보면, 술은 내 체질엔 맞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의 무게가 짓눌리는 밤이면
잠들기 위해 한 잔을 든다.
라면 하나 끓여 놓고,
3~4잔 홀짝이다 보면
슬슬 경계에 다다른다.
남은 술은 킵했다 다음날 마시기도 하고,
그냥 싱크대에 쏟아버리기도 한다.
한 달에 한 번, 운동하는 사람들과
저녁 겸 술자리를 가진다.
그때는 조금 더 마신다.
흐느적거리는 내 모습이, 이상하게 위로가 된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듣는다.
그 순간만큼은
‘더 나은 내일이 올지도 몰라’
두근거림이 가슴을 적신다.
물론,
눈을 뜨고 나면 다시 현실이다.
막막하고, 답답하고,
오지 않을 것 같은 내일이
무겁게 나를 짓누른다.
그런데,
술을 마신 그 찰나의 밤은,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
곧 좋은 날이 올 것 같은 설렘,
그 짧은 환희가 내 안을 흔들어 놓는다.
그래서,
나는 술에 나를 빠뜨렸다.
하지만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밀려오는 숙취,
연기처럼 사라진 희망의 끄나풀이
나를 더 힘들게 한다.
역시,
술도 나를 구하지 못한다.
외면한다고 현실이 사라지지 않는다.
도망쳐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나는 이제 있는 그대로의 흐름을 받아들이고,
현실을 직시하려 한다.
희망도, 불행도
온전히 내 몫.
내가 겪어야 할 삶.
그래서,
오늘도 나는 기도한다.
� 기도합니다
1. 엄마로서의 본분을 잊지 않게 하소서.
2. 내게 주어진 삶을 담대히 살아가게 하소서.
3. 주님 앞에 늘 기도하는 마음을 잃지 않게 하소서.
4.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지니게 하소서.
ps - 누구에게도 꺼내지 못할 내 마음을 하나님 앞에 놓습니다.
세상은 내 편이 아니어도,
오늘 하루를 견뎌낸 나를 하나님께서 꼭 안아주시길.
내일도, 기도하며 살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