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임 49화. 기도합니다

하나님, 제 안에 남은 빛을 지켜주세요

by 나은

내일, 대장 내시경을 앞두고 있다.

직장암 초기 진단을 받고 4년.

그 시간은 생각보다 조용하게, 그러나 무겁게 지나갔다.


한 달 전 건강검진에서 위 내시경을 받았는데,

비수면으로 진행되었다.

의사 선생님께서

“들이마시세요, 깊게 내뱉으세요.”

차분히 호흡을 이끌어주셨고,

지금껏 받아온 내시경 중 가장 편안하게 끝낼 수 있었다.


그리고 결과는 정상.

그 말 한마디에 마음도 쾌청했다.

내일 대장 내시경 결과도 아무 일 없기를.

간절히, 간절히 바란다.



이혼을 결심한 후,

가끔 술을 마셨다.

만날 사람도, 나눌 시간도 부족하니 자연스레 혼술이 됐다.


마음이 조급해지고, 한숨이 깊어질 때

잊기 위해, 잊고 싶어서

손이 술로 향했다.


예전엔 식욕 없이 폭식으로 스트레스를 풀었다면

지금은 조용한 음주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소주 한 병.

내 주량은 여전히 그 정도다.

그 이상 마시면 다음날 3kg은 빠진다.

그러고 보면, 술은 내 체질엔 맞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의 무게가 짓눌리는 밤이면

잠들기 위해 한 잔을 든다.

라면 하나 끓여 놓고,

3~4잔 홀짝이다 보면

슬슬 경계에 다다른다.


남은 술은 킵했다 다음날 마시기도 하고,

그냥 싱크대에 쏟아버리기도 한다.


한 달에 한 번, 운동하는 사람들과

저녁 겸 술자리를 가진다.

그때는 조금 더 마신다.

흐느적거리는 내 모습이, 이상하게 위로가 된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듣는다.

그 순간만큼은

‘더 나은 내일이 올지도 몰라’

두근거림이 가슴을 적신다.


물론,

눈을 뜨고 나면 다시 현실이다.

막막하고, 답답하고,

오지 않을 것 같은 내일이

무겁게 나를 짓누른다.


그런데,

술을 마신 그 찰나의 밤은,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

곧 좋은 날이 올 것 같은 설렘,

그 짧은 환희가 내 안을 흔들어 놓는다.

그래서,

나는 술에 나를 빠뜨렸다.


하지만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밀려오는 숙취,

연기처럼 사라진 희망의 끄나풀이

나를 더 힘들게 한다.


역시,

술도 나를 구하지 못한다.


외면한다고 현실이 사라지지 않는다.

도망쳐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나는 이제 있는 그대로의 흐름을 받아들이고,

현실을 직시하려 한다.

희망도, 불행도

온전히 내 몫.

내가 겪어야 할 삶.


그래서,

오늘도 나는 기도한다.




� 기도합니다


1. 엄마로서의 본분을 잊지 않게 하소서.



2. 내게 주어진 삶을 담대히 살아가게 하소서.



3. 주님 앞에 늘 기도하는 마음을 잃지 않게 하소서.



4.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지니게 하소서.





ps - 누구에게도 꺼내지 못할 내 마음을 하나님 앞에 놓습니다.

세상은 내 편이 아니어도,

오늘 하루를 견뎌낸 나를 하나님께서 꼭 안아주시길.

내일도, 기도하며 살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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