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거장처럼 들렀던 그날
더 나은 작가의 감정 기록 시리즈 – 《불임》 1화
30살에 결혼하고, 아이를 갖기까지 6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가볍게 시작한 병원 방문이
제 인생에서 가장 깊고 어두운 터널의 입구가 될 줄은, 그땐 몰랐습니다.
이 글은 그날의 첫 기억입니다.
처음엔 그냥 확인만 하고 지나가려던 정거장이었다.
30살에 결혼하고, 아이를 낳기까지 6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유명 불임 클리닉을 찾은 건 정말 가벼운 마음이었다.
그냥 지나가는 정거장처럼, 확인만 하고 지나가면 될 줄 알았다.
주변에서 하도 말하길래 “체크나 해볼까?” 했던 거고,
정확히 말하면, ‘정상’이라는 판정을 받고 싶었던 마음이 더 컸다.
병원은 일반 병원과는 달랐다.
커다란 거실처럼 널찍하고, 조명도 부드러웠고, 웰컴티도 있었다.
꽤 아늑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런데…
그곳을 채운 여자들의 얼굴은 이상하리만치 어두웠다.
아늑한 공간 안에서 모두가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솔직히,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내 몸에 어떤 문제가 있으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가볍게 시작한 문진과 기초 검사.
그런데 진행이 지체되기 시작했고, 검사는 점점 늘어났다.
그 순간부터 이상한 기운이, 몸이 아니라 마음부터 스며들었다.
정확한 검사명은 기억나지 않는다.
아니, 너무 아팠기 때문에 일부러 잊었을지도 모르겠다.
검사를 마치고 병원을 나설 때,
나는 허리를 펴지 못한 채 구부정한 자세로 걸었다.
아랫배가 너무 아팠다.
한 걸음, 한 걸음이 비명을 삼키는 일이었다.
지나가던 낯선 차가 멈춰 섰다.
“태워다 드릴까요?”
얼마나 안쓰럽게 보였으면 모르는 사람이 그렇게까지 했을까.
하지만 동행한 남편은 끝까지 아무 말도 없었다.
정말, 그 어떤 말도.
나는 괜찮다고 고개를 젓고 계속 걸었다.
허리는 더 굽어졌고, 마음은 더 접혔다.
그날 남편도 검사를 받았지만, 결과는 ‘표준 테두리 안’.
그러자 그는 턱걸이로 통과한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나의 고통엔, 어떤 아량도 없었다.
그다음 날, 병원에서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
“추가 검사를 하셔야 합니다.”
불합격받은 사람처럼, 나는 다시 병원으로 향했다.
“다소 아플 수 있습니다.”
“당황스러울 수 있으니 편안히 생각하세요.”
그런 친절한 설명을 들었지만,
정작 그 아픔은 말보다 훨씬 더 낯설고, 무자비했다.
몸속에 어떤 물체가 들어오고 있다는 생경한 느낌.
그건 생채기였다.
물리적인 통증이라기보다 존엄과 자존심을 스쳐 가는 감각.
구토가 올라왔고, 식은땀이 나고, 가슴이 떨렸다.
검사가 끝났을 때, 나는 기진맥진했다.
눈물이 날 것 같아 머뭇거리다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늘 그랬듯 무미건조했다.
병원 안으로 햇살이 들어오고 있었는데,
그날따라 이상하게도 병원 전체가 회색으로 보였다.
내 귀에 박힌 냉랭한 한마디가
목을 지나 심장 언저리에 닿을 때,
그 공간엔 분명히 빛이 아니라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툭— 진주 목걸이에서 알 하나가 끊겨 바닥에 떨어지듯,
내 마음도 그렇게 바닥에 흩어져 내렸다.
그리고 나는 알았다.
내 인생에 어둠이 찾아온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