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에서 시작된 질문, 나의 서평은 여기서 시작되었다.

나민애의 『책 읽고 글쓰기』

by 레토

10년이란 시간을 지나며 쌓여가는 필사 노트들을 보며 뭔가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필사 방법을 타이핑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그 타이핑한 문장들에 생각을 덧붙인 기록을 써보기 시작했다. 이것만 해도 필사만 하던 나에게는 큰 용기와 변화였다.


그런데 기록을 남기다 보니 내가 쓴 감상문을 보고 책이 읽어보고 싶어졌다는 분들을 만날 수 있었고 너무 감사했다. 그리고 생각해 보았다.


나는 진짜 서평을 하고 있나?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시간이 하루 중 가장 진지한 순간이다. 마음을 다해 읽고 정성을 들여 쓰는 이 시간이 하루 루틴 중 하나이다. 그런데 열심히는 썼지만 그게 ‘읽는 사람에게도 유익한 글’이었을까?


나는 일부러 줄거리는 최대한 배제한다. 솔직하게 말하면 스포일러와 예고편의 경계에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서평의 ‘평’도 감히 하지 않는다. ‘내가 무슨 능력이 된다고 누구를 평가해’, ‘아무것도 아닌 그저 독자가 책을 쓰신 작가님들을 평가 한다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그렇다 보니 ‘그냥 무조건 열심히 쓴 글’에 남는 것은 감수성 범벅의 감상문이 될 수 밖에 없다. 그 말이 꽤 뼈아프게 다가왔다. 나는 그동안 느낀 감동을 진심으로 써 왔고 그래서 나쁘지 않은 글을 써가고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서평은 감상이 아니라 ‘비평’이고 글쓰기란 읽기의 또 다른 형태라는 말에 이제는 감상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내가 읽은 책에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생각을 구조화해보려 한다. 부끄럽지만 지금 이 고민이 진짜를 향한 첫걸음인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거창한 말이나 이상적인 수식 없이도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그저 ‘배우기 위해서’. 조용히 눈으로 읽지만 그 속에는 누군가의 웃음과 눈물, 사랑과 분노, 후회와 용서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독서를 한다는 건 내가 겪어보지 않은 다른 누군가의 귀한 삶의 알맹이를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일이다. 그 과정을 통해 더 많은 감정을 알게 되고 더 넓은 시야를 갖게 된다.


책은 저렴한 가격으로 혹은 도서관이라는 열린 공간을 통해 비용을 들이지 않고 타인의 삶을 경험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큰 매력을 갖고 있다.


한 권에는 어떤 이의 수년, 수십 년의 시간이 담겨 있다. 독서를 통해 그 삶의 농축된 결실을 몇 시간 혹은 며칠 안에 만날 수 있다. 그런 책들을 통해 내 안의 ‘생각 주머니’는 점점 더 다양해지고 더 깊어지고 더 커질 수 있다. 그래서 책은 꼭 읽어야 한다고 믿는다.


영향력이나 지적인 허영심 때문이 아니라 겸손한 자세로 다른 이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서, 그리고 삶을 더 잘 살아가기 위해서. 오늘도 한 페이지, 한 문장씩 배우고 있다.


진짜 중요한 것은 분석일까 진심일까?

단순한 감상문을 넘어 지금 내가 쓰는 글이 언젠가는 ‘나만의 서평 서재’를 완성해 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은 매일 읽고 글을 쓰는 작은 습관에 묘한 무게를 더한다. 1인 브랜드의 시대. 나만의 브랜드는? ‘책을 좋아하고 꾸준히 읽는 나’의 시간을 어떻게 쌓아갈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나는 전문적인 분석을 할 수 있는 사람도 대단한 독서가도 아니다. 하지만 책을 읽다 표시 해둔 문장과 한참 동안 멈춰 머물던 단락이 있다면 그것이 분석의 출발점이라는 말에 큰 용기를 얻었다.

내가 고른 문장과 내가 멈춘 자리 그리고 내가 쓴 글이 쌓여 언젠가 한 권의 책처럼 빛나기를 바란다. 서툴러도 지금의 기록은 분명 미래의 나에게 귀한 자산이 될 거라는 믿음으로 오늘도 읽고 쓰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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