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진 『선생님의 목소리』
도서관에 갈 때 어떤 책을 읽을지 미리 생각하고 가지 않으면 보통은 표지가 예쁜 책에 손이 가는 편이다. 책 편식이 좀 있는 편이라 이번 해에는 책을 좀 다양하게 읽고 싶어서 자기계발서나 철학책보다는 소설이나 산문집을 골라서 읽어보려고 하는 중이다.
도서관 한편에 산뜻한 하늘색 표지의 이 책 앞표지가 보이도록 놓여있는 것에 눈길이 갔고 책의 제목만 보고는 혹시 요즘 선생님들께서 학교 현장에서 근무하기 힘드시다는 뉴스가 많이 나오곤 하는데 그와 관련된 수필집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 책을 집어 들었다.
선비가 인품을 갖추면 세상을 평안하게 하고, 평범은 사람이 인품을 갖추면 주변을 행복하게 하고, 식자가 인품이 없으면 세상을 위태롭게 하고, 평범은 사람이 인품이 없으면 세상에 해를 끼친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학교 물리 선생님이 되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수능을 도전했으나 사범대학교로는 진학하지 못하고 자연대 물리학과에서 교직 이수를 하였고 졸업하고 임용을 쳤으나 결과가 좋지 못하여 학원강사 생활을 하게 되었고 결혼과 출산이 이어져 어쩌다 보니 결국 학교 교사는 되지 못하였다. 책의 저자이신 김동진 선생님도 임용시험에 몇 차례 안 되시고 학원 일을 잠시 하시다가 지금은 학교생활을 하신다고 하니 나의 과거도 생각나고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김동진 선생님의 책 속에는 순자의 말씀이 종종 나오는데 막연하게 생각하던 나의 두루뭉술한 생각이 저 한 문장으로 정리되는 것 같았다. 학원 강사일을 10년 가까이 하면서 그때는 오히려 학교 선생님을 하지 않길 잘했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학교 선생님은 아이들의 공부와 성적보다는 인성을 바르게 해야 하는 일에 더 큰 비중이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학원에서 아이들과 지내면 지낼수록 나는 그럴만한 그릇이 못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저 아이들의 성적만 올려주는 재주만 있지 도저히 저 아이들의 내면을 예쁘게 성장시킬 수는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아이들을 어떻게 하겠다고 마음을 갖지 않으니 사춘기 아이들이 오히려 더 편하게 먼저 다가와 묻지도 않은 고민을 털어놓기도 하고 나에게 의지하기도 하였다. 그때를 생각하면 어쩌면 참 다행히도 내가 인품이 없는 사람은 아니었다는 안도를 할 수 있게 된다.
아이들은 빨리 잃어버리고 자주 실수하고, 잘 하지 않는다.
이러한 사태에 화내지 않는 것, 평정심을 잃지 않는 것, 빨리 잊는 것, 나아가 가능하다면 이러한 것에 대해 지도했었다는 사실 자체를 잊어버리는 것. 그게 선생님이므로 필요한 재능 0번인 것 같다.
지금은 한 아이의 엄마로 아이를 키우면서도 저 말에 무척 공감된다. 아이와 부모, 선생님과 학생 모두에게 해당하는 말일 것이다. 아이들은 빨리 잃어버리고 자주 실수하고, 잘 하지 않는다. 그러기에 세상을 배워나가는 아이들인 것이다. 부모도 사람이고 선생님도 사람인데 평정심을 잃지 않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사실 학원 일을 하면서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사람됨의 인품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기보다 부끄럽지만 솔직히 고백하자면 서비스업 종사자로서 나는 교육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 곧 사춘기가 시작될 나이의 아이를 키우면서 특히 가능하다면 이러한 것에 대해 지도했었다는 사실 자체를 잊어버리는 것에 무척 노력하고 있다. 내가 자라면서 항상 억울했던 것 중의 하나가 실수하고 싶어서 한 것도 아닌데 실수했다는 것에 나 자신도 속상한데 몇 번이나 말해야 하냐며 혼날 때였다. 잘하지 못하고 실수를 많이 할 때 가장 속상한 것은 본인이다.
부모님이나 선생님들이 속상한 것 그 이상으로 속상해할 것이다.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해도 속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어른들은 마치 처음인 듯 다시 또다시 알려주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서도 나 자신도 이 부분이 현재도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어른이기에 그렇게 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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