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정체성과 삶의 의미, 쓸쓸함과 평온함

김영하『작별인사』

by 레토



이번 한해는 독서 편식을 극복하고 소설을 조금씩 읽어보겠다고 다짐했을 때부터 김영하 작가남의 책을 꼭 읽어봐야지하는 생각을 했었다.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에 나와서 이런저런 말씀을 하시는 모습을 보고 듣는 사람이 편안하도록 말을 참 잘하시는 분이다 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작가님의 글도 접해보고 싶었다. 여행의 이유라는 책의 이름이 가장 먼저 떠올랐지만 에세이나 수필산문집보다는 소설로 먼저 접하고 싶은 생각에 어떤 사전 정보도 없이 도서관에 있는 작가님의 책들을 몇 권 찾아보았고 작별 인사라는 책의 제목과 잔잔한 느낌의 표지에서 혼자 이런저런 내용이 나오겠거니 지레짐작하며 책을 집어 들었다.

이 책의 줄거리는 인간인 줄로만 알고 살았던 철이라는 휴머노이드가 자신의 정체를 깨닫게 되고 그 과정에서 오는 절망과 갈등, 또 다른 인연들과의 시작으로 내용이 이어진다. 철이가 선이라는 존재와 만나게 되면서 변화되는 생각들이 나에게는 한 사람의 인생이 흘러감에 사춘기라는 과정을 겪으며 찾아가는 자기 정체성과 비슷하다고 느끼며 읽게 되었다. 작가님의 의도는 아닐 수도 있지만 철이라는 휴머노이드의 변화는 어른들이 하라는 대로만 하고 살던 한 명의 아이가 그 틀을 깨고 자신을 찾는 과정인 우리 인간의 사춘기처럼 느껴졌다.

이 우주의 어딘가에서 의식이 있는 존재로 태어난다는 것은 너무나 드물고 귀한 일이고, 그 의식을 가진 존재로 살아가는 것도 극히 짧은 시간이기 때문에, 의식이 있는 동안 존재는 살아 있을 때 마땅히 해야 할 일이 있어요.


우주라는 단어는 워낙 많이 듣고 영상화된 자료들을 많이 보아서 쉽게 상상이 되는 흔한 단어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우주가 얼마나 광활한지 말로 다 담을 수 없을 만큼 커다란 존재인지 알고 있다. 그에 비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도 우주 속 아주 작은 일부인데 그 안의 우리는 먼지만큼의 존재도 되지 않을 수 있다. 선이의 말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우주의 어딘가에 내가 태어나 생명을 가지고 살고 있다는 것은 귀한 일이다. 이 하루하루가 감사하다고 느껴지는 대사였다. 그렇기에 나를 너무 방치해도 안되고 몰아세워도 안되며 나부터 나 자신의 시간들을 귀하게 여기며 살아가고 싶어졌다.


선이는 인간이 제정신으로 살아있기는 어려운 세상이라고 말했다. “누군가는 디지털 마약으로 현실을 잊고, 누군가는 무모하게 맞서 싸우다 미치고, 누군가는 나처럼 이렇게 사상의 바깥에서 은신하고.”

선이의 말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은 참 귀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제정신으로 살아있기는 어려운 세상이다. 과거는 좋았을까? 디지털이 덜 발달한 과거의 우리는 잘 살아냈을까 우리나라 역사책을 보든 세계사 책을 보든 딱히 또 그렇지도 않았던 것 같다. 인간들은 늘 제정신으로 살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는 것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 제정신을 붙들고 살아가려면 온전한 마음과 생각을 지니고 있어야 하는데 이 또한 어려운 것이 당연하기에 올바른 사람으로 귀하게 살아가려면 삶이 지속되는 시간동안 무던히 노력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장면 묘사는 SF영화 이미지였다. 내가 크게 선호하는 장르는 아니지만 이 책의 이야기 속 배경이나 미래적 상황보다는 인물들의 대사에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배경 속 설정이 어쨌든 중요한 것은 선이라는 인물 속 대사에서 많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느껴졌다. 책의 마지막을 향해 갈수록 허망함 또는 쓸쓸함이 느껴지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그와 동시에 평온함도 함께 다가온다. 나의 미래도 선이와 같다면 참 좋겠다싶은 마음으로 책을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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