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편의점-김호연 장편소설
서울 청파동 골목 어귀, 낮보다 밤이 더 따뜻한 한 편의점.
그곳에는 노숙인이었던 한 남자 독고 씨와 그를 믿고 손을 내민 편의점 사장님 염 여사가 있다.
그리고 평범하지만 저마다의 특별한 사연을 가진 이웃들이 하루하루 밤을 함께 버티고 있다.
저자 김호연
첫 직장인 영화사에서 공동 작업한 시나리오 「이중간첩」이 영화화되며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을 시작했다. 두 번째 직장인 출판사에서는 만화 기획자로 근무하며 「실험인간지대」로 부천만화 스토리공모전 대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이후 편집자로 일하던 중, 남의 글을 보다 직접 쓰기 시작했다.
내용의 시작
소설은 서울역에서 노숙인으로 살아가던 ‘독고’ 씨가 우연히 지갑을 주운 인연으로 염 여사가 운영하는 편의점의 야간 아르바이트가 되며 시작된다. 덩치 큰 사내, 어눌한 말투. 심지어 알코올성 치매로 과거도 잘 기억하지 못하지만 의외로 그는 편의점 일을 꽤 성실히 해낸다. 그리고 어느새 주변 사람들의 마음마저 움직이기 시작한다.
편의점의 밤을 지키는 독고 씨를 중심으로 현실감 넘치는 인물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정년 퇴임한 고교 교사 출신 편의점 사장 염 여사. 치열한 취업 전선의 20대 알바생 시현과 생계를 위한 50대 알바 오 여사. 혼술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직장인 경만 씨와 인생 마지막 희곡을 쓰기 위해 청파동에 온 정작가 인경. 편의점을 팔고 싶어 안달인 염 사장님의 아들 민식과 그의 의뢰로 독고의 과거를 조사하는 사설탐정 곽.
이들은 편의점을 오가며 티격태격하다가도 때로는 울컥하며 그러다 결국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며 편의점이라는 하나의 '공간' 안에서 서로 엮여간다.
마음에 남기고 싶은 책 속의 문장들
p.109
“아들한테…… 그동안 못 들어줬다고, 이제 들어줄 테니 말……해 달라고…… 편지 써요. 그리고…… 거기에 삼각김밥…… 올려놔요.”
선숙은 독고 씨가 건넨 삼각김밥을 다시 내려다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독고 씨가 바지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천 원짜리 지폐 세 장을 꺼냈다.
“내가 사는 거예요. 어서…… 찍어요.”
p.125
따뜻했다.
소주도, 그 소주가 담긴 컵도. 사내가 경만을 위해 특별히 마련했다는 온기를 주는 물건도. 경만은 왕따였지만 이곳에서만큼은 왕따가 아니었다. 이놈의 불편한 편의점이 한순간에 자신만의 공간으로 돌아왔다. 경만은 VIP로 컴백한 기분이었다.
p.140
희수쌤은 잠시 골똘한 표정을 짓고는 이렇게 말했다. “밥 딜런의 외할머니가 어린 밥 딜런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행복은 뭔가 얻으러 가는 길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길 자체가 행복이라고. 그리고 네가 만나는 사람이 모두 힘든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에 친절해야 한다고”
p.155
인경은 낮과 밤이 바뀐 사이클을 계속 활용하기로 했다. 그녀는 새벽에 일어나 출근하듯 편의점에 가 산해진미 도시락을 먹으며 독고 씨와 이야기를 나눴다. 생각보다 똑똑하고 눈치도 빠른 사람이었다. 며칠 같이 이야기를 나누던 인경은 이후로는 아예 수첩을 들고 가 그와의 대화 꼭지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뜻하지 않은 취재는 그녀에게 글을 쓸 수 있을 거라는 용기를 불어 넣어주었다.
p.243
내 머릿속에서도 전염병이 돌듯 하나의 생각만이 나를 잠식하고 있었다. 전염병 같은 기억들이 내게 진짜 삶을 선택해야 할 때라고 외치고 있었다. 신기했다. 죽음이 창궐하자 삶이 보였다. 나는 마지막 삶이어도 좋을 그 삶을 찾으러 가야 했다.
이 책이 나에게 안겨준 생각 주머니
서울역에서 홈리스로 지내는 독고 씨는 자신의 처지보다, 지갑을 잃어버린 낯선 부인을 걱정할 정도로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인물이다. 그런 독고 씨에게 관심을 갖고 손을 내미는 편의점 사장 염 여사는 독고 씨와 우정과 치유의 관계를 만들어 간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코로나 이후 고독과 불안 속에 살아가는 우리에게, ‘진짜 재능’은 따뜻한 마음과 인간다움이라는 메시지를 전해주는 듯했다. 고단한 하루 끝에 들른 편의점처럼 작지만, 확실한 위로를 전해주는 소설이었다. 책을 읽으며 때로는 웃고 있는 나를 또 울컥하고 있는 나를 반복하며 마주했다. 자극적이지 않은 우리네 평범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는 12부작 드라마의 다음이 궁금해 계속 정주행 하는 기분으로 책을 읽어갔다.
가장 기억하고 싶은 부분은 밥딜런의 할머니의 말씀이다. 행복은 뭔가 얻으러 가는 길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길 자체가 행복이라고. 그리고 네가 만나는 사람이 모두 힘든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에 친절해야 한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그 이웃, 나만의 상상으로 만들어 낸 등장 인물들의 얼굴들은 어디선가 꼭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읽고 나면 문득, 우리 동네 편의점 야간 알바생의 얼굴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만드는 그런 이야기다.
불편했던 건 편의점이 아니라 그 안에 들어온 우리 각자의 고단한 삶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책 속의 작은 치유들이 더 따뜻했던 이야기로 남았다. ‘살아 있음’ 그 자체를 최고의 승리로 여기며 일상 속에서 작지만, 무모한 도전을 소중히 여긴다. 겉만 화려한 성공을 위해 달리지 않으며, 평범한 사람들 모두 충분히 ‘스토리텔러’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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