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처럼 아이를 빚는 시간, 육아를 닮은 예술

요시모토 바나나 『애틋하고 행복한 타피오카의 꿈』

by 레토

정말 단순하게 표지가 예뻐서 손이 갔던 책이었다. 작가님의 이름은 들어봄직 했으나 내가 자주 찾던 작가님도 아니었고 아무런 마음의 준비도 없이 읽은 책이 앉은 자리에서 그 끝을 달리게 하더니 나에게 잔잔하고 작은 울림과 큰 여운을 주고 오랜만에 사색도 하게 해준 책이 되었다.


그것은 아마도 내 마음을 누군가 알아주듯 동질감이 느껴지는 글 때문이었을 터. 소설로 유명한 작가님의 유일한 수필적이었음을 책 뒷부분에 알게 되었고 요시모토 바나나님의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은 마음으로 이어지게 해준 책이 되었다.


내 시간을 거의 전부를 바쳐 함께 있었기에, 지금 떠나가는 그를 당당히 응원할 수 있는 것이리라.

20대 후반,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고 30대 초반 한 남자아이의 엄마가 된 나는 태어난 지 이제 막 일주일 된 아이와 단둘이 밤을 새우며 시간을 버텨내야 한다는 사실이 가장 무서웠다. 남편도 처음엔 긴 밤을 함께했지만, 출근길 졸음운전으로 사고가 날 뻔한 뒤로는 평일의 밤을 오롯이 혼자 견뎌야 했다.

그때의 나는 ‘모성애’보다는 긴긴밤, 나와 단둘의 시간 속에서 혹여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이 더 컸다. 조금만 울어도, 조금만 토해도 제대로 잠조차 못 자고 소스라치게 놀라며 버텨내던 그 시간들.


그 시절을 지나며 생긴 후천적 모성애는 어느덧 눈덩이처럼 커가고 있었다. 주변의 우려를 들을 만큼 나는 아이에게 내 나름의 최선을 다해왔고, 다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다할 것이다. 후회 없이, 웃으며 손 흔들어 줄 그날을 위해. 그리고 그 축적이 둘도 없는 지층이 되어 너의 인생을 빚어가기를. 가능하다면, 그 인생이 행복하기를.


책 속 작가님의 글은 잔잔하고 담담하며 따뜻했다. 그 어떤 조언이나 충고도 없었지만 지난 10년간의 나를 돌아보게 했고 앞으로의 10년, 그 이후를 조용히 상상하게 만들었다. 책을 읽으며 오랜만에 육아 동지인 남편에게도 공감 가는 구절을 사진으로 찍어 보냈고 그로 인해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작지만 고마운 울림이었다.


한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도자기의 물레 작업이다.

한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도자기를 만드는 과정 중 몰래 작업과 같이 느껴진다. 도자기의 몰래 작업은 흙의 움직임과 손의 협응이 알맞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손에 힘이 너무 과하게 들어가면 흙이 뭉그러지고 반대로 손힘이 너무 약하면 흙이 흐트러져버리기에 아주 조심스럽게 다가가야 할 세심한 작업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한 명의 아이를 생각과 마음, 신체 모두가 독립된 한 명의 성인으로 키워내는 과정도 이처럼 너무 과해도 너무 약하여 방치해도 안 되는 오히려 도자기 작업보다 더 세심해야 하고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고귀한 작업의 과정임을 깨달아 가고 있다. 아이가 10살을 넘어 11살이 되었기에 지난 10년을 넘어 이제 절반인 또 다른 10년이 남았다. 남은 10년이 지나 우리 가족 모두가 소소하고 행복한 헤어짐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다가오길 바라며 이 책을 읽은 후 내 생각을 마무리해 본다.



















#요시모토바나나 #애틋하고행복한타피오카의꿈 #육아서평 #육아에세이 #브런치북 #책추천 #일본에세이 #잔잔한책 #사색의시간 #후천적모성애 #도자기육아 #10년의기록 #엄마의성장 #아이와함께성장하기

이전 06화분실물을 통해 되찾은 나의 조각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