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와 엄마, 그리고 딸자식

가장 가깝지만 가끔씩 멀어보이기도 하는

by 도비

서로를 생각하고 사랑하고 잘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누구보다 큰 관계에서 서로 상처를 가장 쉽게 주고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또 느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앞에서 늘 솔직하고 싶은데 그 솔직함이 내 정제되지 못한 표현 때문에 상처를 준다는 사실을 어느정도는 인지하고 있지만 더욱더 열심히 인지하고 있어야겠다고 또 다짐하는 이틀이 된 것 같기도 하고.

어차피 말해봤자 변할 수 없는 것들이 참 많은데 그런 것에 대한 아쉬움을 꼭 그렇게 표현했어야 했을까? 즐겁기만 해도, 행복하기만 해도 부족한 시간이었을텐데 왜 꼭 그런 이야기를 꺼내야 했을까.

외할머니 앞에서 틱틱대는 엄마, 그리고 그 다음날 엄마 앞에서 더더욱 틱틱거리고 가리는 말 없이 내뱉어버리는 딸자식, 할머니 앞에서 틱틱거리는 고모 등등... 가장 가깝지만 어렵고, 상처주기 쉬운 관계인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어쩌면 서로 따뜻한 말 한마디 만으로도 서로가 서로를 따뜻함과 고마움과 리스펙으로 채울 수 있는 관계일텐데 거기에 닿지 못하는 것이 매번 아쉽다. 서로에 대한 기대와 바람, 어쩌면 우리의 그릇된 욕심이 관계를 힘들게 하는 것이 꽤 분명하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그저 내 생각일 뿐인데, 그걸로 사랑하는 가족을 괴롭혔다는 것이 마음이 아프다. 사실, 나는 늘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는 딸이었고 누가 그렇게 시킨 적도 없지만 어깨가 한 해, 한 해가 지나갈수록 무거워지고 있는 중이다. 가끔은 그런 것들이 너무 버겁기도 하고 그럴 때 즈음, 한 번 씩 부모님의 뜻을 어기고 내 맘대로 한 다음에 사실은 이랬다 하고 이야기를 해주기도 했었다. 부모님을 실망시키는 연습이랍시고 그럴싸하게 합리화도 시키곤 했다.

모순적인게, 실망시킬수록 한 구석에 불편함이 쌓여가는 것 같은 느낌이다. 실망시켜서 죄송하니까 다음에 무언가 더 잘해드려야할 것 같은 부담감, 다음에는 실망시켜드리지 말아야 겠다는 부담감 등 갖가지 마음이 켜켜이 쌓여가다가 가끔 한꺼번에 터지면 그 땐 서로에게 남는 것은 상처뿐인 것 같기도 하고.


가까운 관계일수록 언어를 표현하는 방식에 공을 들여야겠다. 그리고 어떤 관계에서든지 사근사근, 조곤조곤, 부드럽게 말하는 연습을 늘 해야겠다. 오늘의 이 실수를 다음에는 반복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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