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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식공장장 May 13. 2016

바이두, 웨이저시 사건으로 보는 중국

한 사건이 보여주는 중국, 우리가 배워야 할 점

  웨이저시(魏则西) 사건. 이미 언론에 많이 보도가 되어 잘 아시겠지만, 간략히 설명드리자면 중국 산시(陝西)성에 거주하는 웨이저시(魏则西)라는 대학생이 활막육종이라는 희귀종양 진단을 받았는데 이 희귀병을 찾을 병원을 찾다 중국 최대의 포털인 바이두(百度)에서 검색한 결과의 병원에서 거액의 비용을 내고 진료를 받다 사망한 사건입니다. 


  이 병원이 올라온 계기가 바이두의 광고 검색에 의한 것이었는데 광고를 받고 게재를 한 곳에서 이런 사망사건이 터졌으니 바이두 책임론이 고개를 든 것이죠. 이 과정에서 중국 여론이 SNS를 통해 크게 들끓기 시작했고 심지어 언론에서도 이 문제를 거론했습니다. 사실상 온 중국을 적으로 돌린 상황에서 지난 5월 10일, 바이두의 회장인 리엔홍(李彦宏) 회장이 사내 메일 형식으로 사과를 했습니다. 


1. 한국 언론의 반응은 리엔홍 회장의 사과에 주목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빠른 진정성 있는 사과는 최근 SNS망 발달로 인한 사회변화로 인해 반드시 취해져야 하는 조치입니다



- 사과문은 자필로 직접 작성할 것, 이 과정에서 1인칭 서술 형식으로 작성할 것

-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자가 직접 사과할 것

- 이슈를 안 시점으로부터 언론보도까지 시간을 최대한 단축할 것, 예전과는 달리 요즘엔 가만히 기다린다고 여론이 가라앉지 않는다.


   기업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꼭 이야기하는 대처법이지만 , 상당수의 기업 시스템이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사과를 하지 않으면 움직일 수 없는 시스템이라 쉽게 이루어지기 어려운 결정이죠. 그런데 중국에서는 바이두라는 인터넷 언론을 장악한 거대 총수가 사과한 것입니다.


   국내에 번역된 기사가 도통 없어서 (최근 언론보도를 보다 보면 은근히 중국발 소식에 약하거나 오역이 많더군요) 직접 사과문 요약본을 봤는데 우선 위의 원칙을 잘 지킨 좋은 사과였습니다. 사실 이 상황에서는 회장이 직접 사과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는 상황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국내에 여러 사건들과 비교해보면 확실히 신선한 대응이긴 합니다.


2. 사실 이번 사건이 희한한 이유는 다른데 있습니다. 중국 사회는 아직까지 중앙당의 통제에 의해 움직이는 계획경제국가라 한 기업의 흥망성쇠를 쥐고 있는 것은 바로 중국 공산당입니다. 이 공산당은 여론도 완전히 통제하고 있죠. 그런데 이번 사건에서는 SNS 검열, 언론 검열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최근에 와서야 웨이저시 사건을 보도할 언론자료는 이렇게 쓰라는 가이드라인이 나왔을 뿐입니다(이유는 추측이 갑니다만). 


  사실 이 배경엔 복잡한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들 수 있는 게 이번에 전 세계를 뒤흔든 조세회피 사건인데 이 명단에 시진핑 주석의 인척들이 포함된 것입니다. 아직 10%도 분석되지 않은 상황이라 추가로 인명이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인 것이죠.


  문제는 시주석이 5개년으로 잡고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건 것이 부패와의 전쟁인 것입니다. 고위 관료의 자녀들이 인터넷에 워싱턴조약 및 중국 법규로 금지된 애완동물을 버젓이 키우는 것을 올리지 않나, 고액권을 태워가며 놀지를 않나, 고급 스포츠카를 몰고 다니며 민폐를 부리는 일이 SNS를 통해 급격히 확산, 중국의 빈부격차에 대한 여론이 형성되자, 중국의 통합발전에 중대한 악영향을 끼친다고 판단 부패 개혁에 제동을 건 것이죠. 


  그런데 시주석의 인척이 걸렸으니 여기서 바이두를 감쌌다가 여론이 불을 튀기면 부패 정부가 부패기업을 감싼다는 여론으로 번질 수가 있어 중국이 빠져나간 것입니다. 이렇게 볼 수밖에 없는 게 바이두는 그 사건 이후 전방위 국내외 매체로 두들겨 맞는 수준인데 이것이 중국 포털에서 그대로 검색이 되는 수준입니다.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죠. 


  오히려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상황입니다. 그 발표가 나자마자 설마설마하던 바이두의 주가는 하루 사이에 무려 7.92%가 하락합니다. 즉 시총 약 6.4 조가 증발한 것입니다. 


3. 중국기업이 사람이 넘쳐서 쓰고 버린다는 악평을 듣고 있긴 하지만 적어도 중국에서 성장한 기업들은 확실한 보상시스템을 갖고 있습니다. 보상이 있어야 움직이는 중국인의 문화가 반영된 것이죠. 그만큼 최근 바이두는 기념행사를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 (이거 돈은 둘째치고 아무나 빌릴 수 있는 게 아닙니다)에서 하거나 우수 사원들에게 베이징 아파트, 고급 승용차를 살포했습니다. 중국에서 바이두는 절대권력이었고 급성장을 계속하는 회사였죠. 


   하지만 그 배경에는 중국엔 구글이 없다는 점, 그래서 독점에 가까운 검색 광고 시장을 갖고 있고, 그 실적을 위해 영업에만 신경 쓸 뿐, 신뢰성은 방치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었는데 이번 사건이 그 비난에 불을 붙인 것입니다. 


   아마 중국 정부도 고민했을 겁니다. 가장 큰 언론통제수단이며 공산당원의 회사니까요. 하지만 시주석은 지금 정신없습니다. 원래 역사에서 가장 어려운 개혁은 기득권자의 부당한 이익을 빼앗는 개혁입니다. 기득권자들의 반항이 엄청나거든요. 개혁을 반대하고 인민 분배 위주의 개혁에 드라이브를 거는 시진핑을 반대 세력이 곱게 볼 리가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인척 비리 의혹까지 나온 판에 괜히 기업 편을 들어서 위기를 자초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서 아마 방치하는 것이겠죠. 


4. 하지만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띕니다. 정부는 결국 여론에 못 이겨 바이두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는데 이 조사과정에서 푸텐(莆田)계 콘체른이 튀어나온 것입니다. 푸텐계 콘체른은 중국의 민영병원에 투자하는 거대 그룹인데 이 비중이 무려 80%나 됩니다. 즉 중국 민영병원의 80%는 푸텐계가 갖고 있다고 보셔도 무리는 없습니다. 그런데 이 광고를 집행한 것이 바로 푸텐계, 그리고 이 엉터리 진료를 한 것도 푸텐계인 것입니다. 


  당연히 이 푸텐계도 타격을 받아서 푸텐계의 의료 계열사 (华夏医疗, 和美医疗)는 홍콩증시에서 18%, 7% 하락, 시총이 증발하고 말았습니다. 또한 이 시술이 이루어진 무장경찰 제2중대 병원(武警二院)은 5월 4일부로 완전 폐쇄, 시술한 푸텐계 의사들도 전원 체포되었으니 의료시장에서 신뢰성에도 금이 가버리고 말았습니다. 


5. 검색 시장에도 대변혁이 불 것으로 보입니다. 예전 중국에서 상승세이던 구글은 중국 정부의 검열 요청을 거부했다가 영업중지 처분을 받고, 철수했었죠. 하지만 그 이후 중국의 시장이 너무 커지고 포츈 500대 회사 중 중국 진출을 안 하는 회사는 극 소수에 불과한 상황이 되다 보니 다시 중국 정부와 조율을 하면서 진출을 엿보고 있었죠. 그런데 이 번 사건으로 인해 중국 여론이 구글 진입을 통해 독점체제를 경젱체제로 바꾸라는 식으로 바뀌고 있으니 중국 재진출에 탄력을 받게 된 것입니다. 


   바이두는 이 사건의 후속조치로 5.31부터 검색정보의 승인 시스템의 강화, 인터넷 사용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약관 신설 및 10억 위안의 인터넷 사용자 보호기금의 집행을 약속했습니다. 굉장히 다급한 상황임을 알 수 있습니다.


6.  이 사건은 중국 사회의 여러 가지 면을 한꺼번에 보여준 사건입니다. 우선 이 사건은 최근에 관계자로 장쩌민의 정부인 천즈리(陳至立)까지 튀어나오는 바람에 갑자기 중국 정부가 보도자료에 대한 규제 가이드를 보낸 상황입니다. 이 사건이 중국의 부패와 자본 독점에 대한 전방위적인 분노 확산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시주석의 개혁 드라이브 나아가 중국 지도부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이며 나아가선 중국에서 기회를 잡고 싶은 대한민국의 기업들에게 주는 현실적인 정보일 수도 있습니다(중국 사업을 미국, 일본 진출하는 감각으로 하는 회사들을 알고 있어 적은 말입니다).


   하지만 일련의 사건에 대한 대처, 병원 폐쇄, 관련자 수사과정은 중국이 아직 개혁과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임을 나타내기도 하며, 이 과정에서 푸텐계, 바이두의 직원 대우 복지가 드러남으로써 중국이 인재를 대우하는 방법에 대해서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이런 부분은 우리가 배워야 할 부분이기도 합니다. 


7. 우리도 돌아봐야 할 것이 많습니다. 제가 모아 온 여러 가지 기업의 위기 사례가 있었는데 이 중에서 제대로 최고 총 책임자가 사과한 것은 단 두 건뿐이며 그중 하나도 시기적으로는 늦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시스템이 아래에서 파악한 현황이 위로 바로 올라가기 힘들다면 최고 책임자가 이에 대한 위기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또한 광고 검색이 사업모델인 우리나라의 포털도 긴장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이야 별 말 없지만 검색광고의 신뢰성 검증이 없다면, 만약 옥시 가습기 제거제 같은 게 검색광고로 집중되었었다면 그 불똥이 튀었을 수도 있을 뿐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광고를 할 때 의뢰주의 레퍼런스 체크는 수행되어야 하는 게 맞고요. 


   지금 이 글을 쓰면서 혹시나 싶어 모 포털에 가서, 불법적인 시술에 관한 검색어를 쳐보니까 병원 이름이 검색되는 포털이 있습니다. 충분히 이런 검색으로 인한 피해가 한국에서 발생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는, 제가 쓴 글을 포함해서 모든 글을 읽을 때 내용 그대로 받아들이시지 말고 본인이 알고 있는 정보 그리고 통찰력을 바탕으로 한 번 더 고민해보시기를 권합니다. 제가 언론에서 사망했다고 보도된 모 유명인을 압구정에 카페에서 보고 놀란 기억이 있어 하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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