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식공장장 Mar 24. 2016

인공지능은 사람을 대체할 수 있을까?

알파고가 준 희망, 그리고 불안에 대한 이야기

   전 세계를 들썩이게 한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승부, 그중에서 가장 전 세계의 이목을 끈 순간은 4국의 78수, 알파고가 버그로 인해 말도 안 되는 수를 두는 순간이었습니다. 이후 이세돌 9단이 알파고가 흑돌(먼저 두는 것)을 어려워한다는 것까지 밝혀내어 알파고의 본질이 바둑을 두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내죠.


  이 점에서 미루어 볼 때 알파고는 바둑을 두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모은 바둑 데이터 내에서 바둑을 시뮬레이션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즉 알파고는 하나의 수, 형세에 대해 수집한 데이터를 모두 분석하여 승리 확률이 가장 높은 수를 두고, 전체 상황을 보고 승리 확률을 분석하는 시뮬레이션 머신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인공지능은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시뮬레이션하는 것이며 이 시뮬레이션 과정을 통해서 학습하는 것이 대단하다는 겁니다. 그리고 여기엔 기존의 인간의 바탕을 이루는 합리주의 연역적 영역이 아닌 학습 경험주의라는 키워드가 자리 잡고 있으며 이는 앞으로 인공지능의 활약을 예측하는 중요한 단서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은 알파고에 대한 제 정의, 시뮬레이션 머신이라는 관점에서 앞으로 인공지능이 인간 사회에 어떤 형식으로 참여하게 될지 정리하는 포스팅입니다.


굳이 똑똑할 필요가 없다

   여러분께서 생각하시는 인공지능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미디어가 그린 인공지능은 인간에 비해 무언가 부족한 경우도 있고, 인간과 한없이 가까운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이들은 자신들의 자원을 활용해서 사고 – 결론– 행동에 이르는 과정을 충분히 수행하지요. 


   영화 아이로봇의 비키(VIKI)는 가상 회화 활성화 인공지능 (Virtual Interactive Kinetic Intelligence)의 약자입니다. 뛰어난 두뇌로 로봇이 인간을 해하지 못하게 한 로봇 3원칙을 자신만의 인간보호론으로 재해석해내지요. 여기서 인공지능은 인간의 예상 밖의 행동을 할 수 있고 이것이 인간에게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립니다.


   반면 1986년에 만들어진 조니 5 파괴작전의 조니는 번개 한 번 맞고, 인공지능에 각성합니다. 인간과 한없이 동떨어진 외형의 전투병기 조니는 인공지능으로 각성한 이후, 지극히 인간적인 아니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인간이 도덕적 이상향으로그리는 인공지능으로 각성, 엔딩에선 미국 시민권을 얻는 기적(?)을 이루어내지요. 


  과학자들이 그려내는 인공지능은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간 목표’ 일 것이고 구글 같은 회사는 이런 인공지능도 비즈니스에 활용하는 방법을 궁리해내겠지만, 사실 경영, 경제블로그인 이 블로그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런 미래가 아닙니다. 인공지능은 굳이 여러 방면에서 이정도로까지 인간같이 사유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왜냐고요? 비즈니스의 세계에선 기능이 많이 붙으면 돈도 더 붙기 때문이니까요.


   당장이라도 인간을 대체할 수 있다는 택시에 인공지능이 탑재된다고 보겠습니다. 당신에게도 두 가지 인공지능 중 하나를 구매해서 이 택시에 탑재하라는 미션을 드리죠. 하나는 위에서 말한 비키나 조니 같은 지극히 인간에 가까운 인공지능, 또 하나는 택시를 운행하고, 요금을 수령하고, 고객의 기타 서비스만 처리할 수 있는 단순한 인공지능입니다. 당연히 전자가 비싸고요. 어느 것을 고르시겠어요?


인공지능이 인간을 위협한다면, 
그 수요가 인간의 사회에서 차지한 어떤 역할을 차지할 때 발생합니다

   그런데 보통 인간은 사회에서 자신의 모든 자원을 활용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해요. 예를 들어 우수한 판사가 미술에 조예가 깊고, 스포츠를 잘하고 시를 써서 사람을 감동시킨다고 해도 나머지 기능은 필요가 없습니다. 오로지 판례를 찾아서 적합한 판결을 산출하는 역할 뿐이죠.

 

  이걸 인공지능이 대체한다면 오로지 판례를 검색하고, 해당 범죄행위와 같은 요건을 가진 사람은 어떤 형량을 부여받았으며, 감형 요인은 무엇인지, 정상참작의 요인은 어느 정도이며 어느 정도 반영되는지를 뽑아낼 수 있을 겁니다. 물론 당장은 이것이 최종 결론이 아닌 판사가 참조하기 위한 내용이 될 테고요 일부 판사분들이 일과는 물론 주말까지 반납하면서 판례를 찾다 과로사하시는 비극은 막을 수 있을 겁니다. 


   이렇듯 지식량을 바탕으로 객관적인 합의점을 시뮬레이션하는 것이 인공지능의 역할이 될 것이며, 굳이 모든 기능이 시뮬레이션 될 필요가 없기 때문에 하나의 기능만 수행하여 이 결과물을 인간이 참조하기 위한 선을 넘어서지 않을 겁니다. 기업 조직이인공지능을 도입한다면 인력을 줄이고 합리적인 결과를 보고받을 수 있는 합리적인 선이겠죠. 


하지만 사람다움이 필요하다

   위에서 인공지능은 굳이 똑똑할 필요가 없으며,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기능만 있음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인공지능이 예술, 감성을 학습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영화, 만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인공지능에 대한 논의는 무려 1900년대 초반부터 이어져왔으며 각종 매체를 통해 크리에이터의 상상력을 통해 펼쳐졌습니다. 이 크리에이터의 상상력은 완전히 0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처한 사회와 받아들인 지식에 수렴합니다. 저번 포스팅에서 말씀드렸듯 일본과 미국의 안드로이드는 그렇게 달라졌죠. 출자자와 사회환경에 따라서요.


   수많은 크리에이터 중에 많이 심각해져 버리는 바람에 흥행 가도에서 밀려나고 있지만, 그 깊이만큼은 대단한 오시이 마모루라는 크리에이터가 있습니다. 공각기동대(攻殻機動隊), 기동경찰 패트레이버(機動警察パトレイバー)를 통해 근미래의 어두운 면을 현실적으로 그려낸 유명한 사람이죠.


   이 사람의 2004년도 작품, 이노센스(Innocence)에서 주요 소품은 인간에 한없이 가까운 안드로이드입니다. 인간에 한없이 흡사한 기계인데 극 중에서는 인간인 모토코의 인격이 인스톨되어 이 기계가 인간인지 기계인지에 대한 해답을 던지죠.


   극 중에서 이 로봇이 처음 등장하는 순간은 초반으로 주인공 바토를 습격하는 ‘게이샤 로봇’ 즉 인간의 성적 유희를 위해 이용되는 로봇이 무언가의 문제로 인하여 인간을 죽이고 습격하는 장면으로 나옵니다. 

   위에서 말한 부분에서 인공지능이 산업, 기능의 대체를 할 경우, 기능만 제대로 한다면 인간과 똑같을 필요가 없으며 굳이 그렇게까지 해서 가격을 올릴 필요가 없었다면 이 로봇은 반대로 인간의 감성과 욕망의 결핍을 해결하기 위한 일부 기능만 재현한다면 블루오션을 개척하는 것마저 가능합니다.


   이미 미국, 영국, 일본에 선 관련 산업이 진행 중으로 섹스를 위한 안드로이드 관련 산업이 진행 중입니다. 각종 감촉을 인간과 같이 송수신하고 그에 관한 피드백을 하는 기능 관련 행위를 인간에 가깝게 하기 위한 동작 기술 연구, 그리고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가상의 ‘커뮤니케이션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는 기능이 연구 및 실용화 단계에 들어서 있습니다.


   하나의 인격인 진짜 인간을 대체할 수는 없을 겁니다. 다만 유흥/ 매춘이라는 산업은 인간의 인격을 기대해서 성황하는 산업도 아니고요. 오로지 욕구충족에 기반한 산업이죠(그렇기에 지극히 원시적인 시대부터 존재해 왔습니다). 또한 이미 러브돌이라던가 연애 시뮬레이터 등이 이미 하나의 시장을 형성한 지금이니 발전의 여지는 충분하다고 봅니다. 탄탄한 시장이 이미 구축된 블루오션, 안드로이드가 진출하지 않을 이유가 없죠.


역할에 제약이 없다

   알파 고의 대국이 난리가 난 시점에서 사람들은 블루 컬러 노동자 및 단순 노동직이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좀 다르게 보는데요, 사람들은 인공지능이 아직 발전단계니까 쉬운 일부터 대체할 것이라 보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인공지능은 쉬운 일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쉬운 일을 대체하는 것은 과학이에요.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방 하나를 청소하는데 1명의 인력이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이걸 인공지능을 가진 인간형의 로봇을 투입해서 청소시키는 게 싸게 먹힐까요, 아니면 센서를 바탕으로 먼지를 닦고, 얼룩을 지우는 로봇청소기를 투입하는 게 싸게 먹힐까요? 당연히 후자입니다. 굳이 인공지능이 아니어도 사람 한 명을 고용해서 매 층에 시간마다 로봇청소기를 투입하고 필터 청소만 제때 시키면 됩니다. 


   만약 인공지능을 가진 인간형 로봇이 나온다면 가격이 만만찮을 텐데 블루 컬러 일용직을 대체시키기엔 가격대 효율이 안 맞죠. 


   저는 그래서 인간의 욕구가 민감하게 반영되는 화이트 컬러가 대상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이 1번 타자는 인간의 욕심과 주관이 배제되어야 효율적인 업무라고 봐요. 이익이 없을 때 최고의 효율이 나오는 업종이라고 봅니다.


   몇 년 전에 펀드매니저들이 하는 대화를 녹음한 파일이 인터넷에서 돌아 화제가 됐었죠. 내용인 즉 슨, 우수 고객이 아니면 고객이 돈을 잘 버는 종목이 아니라 자신들의 마진이 높되 고객은 손해를 볼 수도 있는 곳에 넣고, 만약 손해를 보면 잘 둘러대면 된다. 어차피 모르니까 우리에게 맡긴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들은 무지한 고객의 돈을 받아 (본사에선 일부 상품에 일정 계좌를 가입시키라는 목표가 부여되니) 고객은 손해를 보되 자신들의 실적을 올릴 수 있는 계좌에 가입하도록 유도한 것입니다.


   자, 이런 실무자를 상위 경영자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극히 만족할까요? 정확히 말하면 반반입니다. 목표 펀드를 잘 팔아서 자신의 실적도 채워주고, 본인들도 만족하는 것은 좋지만 정도가 심해서 고객이 펀드 불입을 중지하거나 이탈하는 사태는 피하고 싶을 겁니다. 


   여기에 인공지능의 차례가 옵니다. 알파고에게 자기가 바둑 둔다는 사실, 즐거움, 승리에 대한 집착도 없었듯이, 현재 인공지능은 패턴을 익히고 사유하여 행동할 뿐, 욕구를 바탕으로 행동하지 않습니다.


   24시간을 활용해서 최대한의 영업을 해서 목표 펀드를 팔아치우고, 그 고객들이 최대한의 이익을 내는 중간지점을 시뮬레이션 해서 찾아낼 것이죠. 약관 교육을 따로 시킬 필요도 없이 100% 정확히 약관에 관련된 정보만 제공합니다. 


   따라서 저런 말도 안되는 펀드매니저들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을 겁니다. 본인들은 처자식 먹여 살리고, 애 유학비용에, 자기 앞날도 있으니 어쩔 수 없이 팔아야 한다고 항변하겠지만 인공지능은 그런 핑계를 안 댈 겁니다. 물론 인공지능도 결국은 프로그램 경영진이 ‘고객을 발가벗겨먹어도좋으니 펀드만 팔아라’라고 입력할 수도 있겠습니다. 실제로 미래에셋은 5년간 적자만 낸 펀드를 판 임원들에게 2670억의성과급을 지급한 적도 있으니, 최종적으로는 인간에게 달리긴 했습니다만 (관련기사 링크). 


   이는 미래의 일이 아닙니다. 이미 미국에선 70%, 유럽에선 30% 이상이 AI투자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직 초단타매매(HFT)에서 주로 활약하고 가격변화를 선점하는 예측은 개발중인지라, 인간보다 딱히 나은 점은 현재 없습니다만 앞으로 어찌될지는 모르죠.


   또한 막대한 정보를 객관적이고 도덕적으로 다루어야 할 업무에 맞습니다. 우선 기업의 감사팀. 과거의 사례 및 지출 법인카드 사용 등의 내용을 24시간 수집하여 타당성을 확보한 후 가부 판결만 내립니다. 아무리 청렴결백한 감사팀이라도 24시간 움직이진 못할 테니 당연히 인공지능 쪽이 공정하고 효율적입니다. 휴일날 회사 근처가 아닌 직원의 집 근처에서 캐비어가 법인카드로 결제되었다? 바로 캐치할 수 있겠죠. 



  법률쪽으로 보면 퇴임 후 재취업자리를 위해 판결이 널을 뛰어 2만원 훔친 사람보다 400억 횡령한 사람의 형량이 적게 나오는 일도 줄어들 겁니다. 


아마 이런 면으로 볼 때, 인간의 이기심만 버릴 수 있다면
공적 영역에는 바로 도입될 수 있을 겁니다.


마치며

   알 파고 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이 끝난 후 구글 딥마인드의 CEO 데이비드 하시비스 CEO는 인공지능은 초기단계라는 말을 했는데 단순한 겸양의 말이 아니라 아직 각 인공지능 연구 단체들이 세운 1차적인 목표들 (뉴욕 고등학교 생물시험 통과, 동경대 이과 1부 시험 통과 등 패턴이 좌우하는 일도 못해냈어요.  이래서야 사람들이 걱정하는 입시전문교사를 대체하는 것도 근시일내엔 무리일 듯 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과거의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시뮬레이션 하는 것, 또는 인간이 주는 간단한 정보를 바탕으로 피드백을 주는 것은 가능한 수준이 왔음을 말하는 것이죠. 이미 알파고의 출현으로 인해 구글의 무인택시는 법률, 도덕적 관념 부분만 제외한다면 상용화 될 수 있음을 말했습니다.


   그래서 결론을 말씀드리면 걱정하실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지금 당장 여러분의 영역을 차고들어올 일은 없으며, 설령 화이트컬러의 자리를 차고 들어와도 이를 관리해야 할 사람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실 제 철학에 가까운 말이기도 한데 인공지능이 발달하든, 알파고가 걸어다니든 사람은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충실해야합니다. 그러면 또 다른 길이 열릴거에요.


관련글 : 알파고가 보여주는 인공지능의 미래



매거진의 이전글 바이두, 웨이저시 사건으로 보는 중국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