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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식공장장 Sep 26. 2017

4차 산업혁명 위원장께 기대하는 점

대한민국의 진정한 발전을 위하여

1. 문재인 정부가 존속을 결정한 미래창조과학부의 산하기관 '4차 산업혁명 위원회'의 장으로 장병규 블루홀 의장을 임명했다. 사실 거론된 수준이지만 언론에 정보가 공개되었다는 것은 이미 내부적으로 결정되었다는 뜻이다. 


나는 장병규 위원장이 어떤 사람인지, 깊이 알지는 못한다. 한 번의 면접, 그가 진행한 창업 멘토링을 옆에서 수 차례 지켜본 것 그리고 그가 일군 결실에 대한 객관적인 지식이 있을 뿐이다. 그냥 관심이 많았다는 것이 더 옳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이 정부가 장위원장에게 무엇을 바라는지, 무엇을 하려는지 그리고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선 말할 수 있다고 본다.


2. 장병규 위원장은 게임으로 유명한 네오위즈의 창립멤버이다. 이후 첫눈 등 여러 가지 창업을 했는데 성공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나름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냈다. 


그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그리고 이번 4차 산업혁명 위원장이 된 계기라고 보는 것은 벤처 에인절투자 전문집단인 '본 엔젤스'라는 회사의 운영이다. 일반인은 본 엔젤스를 잘 모를 텐데 설명하자면 창업하는 회사에 투자해서 이익을 챙기는 회사다. 이 회사가 우리가 잘 아는 '우아한 형제들(배달의 민족)'에 투자한 회사다(김봉진 대표는 네오위즈 출신이다). 


저자는 지인을 통해 (아마조 장위원장님으로부터) 한 다리 건너서 우아한 형제들에 입사를 제안받았었는데, 당시 난 근무하던 회사에서 사장 동생에게 모든 성과를 빼앗기고 인사고과 최하점을 받은 기억이 있어 단칼에 거절했었다(정확히는 나만이 아니라 팀장들 모두가 사장 동생에게 성과를 빼앗기고 좌천되거나 잘렸다). 하지만 이 회사는 그런 암울한 미래를 밟지 않고, 수익모델까지 견실히 갖춘 독특한 조직으로 성장했다. 이 결과를 접한 지금, 그 거절은 내 인생의 뼈아픈 후회 중 하나다. 


3. 본엔젤스는 창업의 문턱을 넘어본 사람들에겐 '천사'로 꼽힌다. 에인절투자는 말이 '에인절(천사)' 지만 사실 굉장히 가혹한 세계다. 일단 투자를 하면 그 회사가 성장할 수 있는 자양분을 주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한의 투자를 이끌어내는 게 목표인데 창업의 특성상 내실 없는 화려한 투자는 단기자금을 끌어모으긴 좋아도 그 직원들과 고객들에게 좋은 결과를 주기는 어렵다. 


이런 투자 때문에 많은 투자자들과 CEO들이 성공의 맛을 보지만 근무한 사람들은 망한 회사 재직자라는 딱지를 안고, 소비자들은 피해를 보기 마련이다. 창업기업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지는 것은 필연적인 부록이다.


하지만 본엔젤스는 운영이 안그렇다. 냉정히 말하면 본엔젤스의 투자를 받으면 투자를 받는 CEO가 아니라. 본엔젤스에 입사한 팀장 같은 처지가 된다. 굉장히 간섭이 많다. 하지만 이 과정이 합리적이다. 무리한 투자, 단기적인 투자, 결과만을 빨리 끌어내고 과정을 무시하는 투자가 아니라, 제대로 성장할 수 있는 전략이 제시된다. 


지금도 하는지 모르겠지만 예전에 광화문 KT에서 장위원장이 청년들에 대한 멘토링을 해준 적이 있었다. 이 멘토링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우선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준다. 그런데 만약 자신 없는 분야라면 이를 분명히 밝힌다. 그는 항상 자신은 무형자산의 창업경험만 있기에 제조업은 잘 모른다고 한다. 


창업 초년생의 질문이라 아무래도 전반적으로 어설프다. 장위원장은 수익모델을 중심으로 전반적인 문제를 조금은 화내는 것처럼 짚어준다. 하지만 반드시 대안을 제시한다. 무의미한 비난은 절대 하지 않는다.


이런 과정이 매몰차고 냉정해 보이지만, 사실 사회생활을 경험하다 보면 어설픈 위로와 친화적인 말보다 더 신뢰가 간다. 그 멘토링이 인기를 얻었던 이유, 본엔젤스가 창업자들에게 천사로 꼽히는 이유는 이런 이유가 아닐까. 이런 철학이 그와 그가 투자한 회사가 유의한 결과를 이끈 배경이 아닐까.


4. 한국 사회의 빨리빨리 병은 이제 한국인이면 누구나 다 아는 병이다. 그런데 이 병이 한국사회에 어떤 영향을 가져다주는지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로켓 이야기를 해보자. 중국과 한국은 직접 로켓을 쏘아 올리는 국가 프로젝트를 추진한 적이 있다. 중국의 마오쩌둥은 소련의 스푸트니크가 부럽다고 공공연히 언론 채널을 통해 말할 정도로 로켓에 집착이 심했다. 그래서 중국 제일의 로켓 관련 과학자이자 교수인 첸쉐썬(钱学森)을 부른다. 그러자 첸 박사는 15년에 걸친 투자를 요구한다. 


처음 5년은 공교육을 정비하고 기초학문만 가르친다
그다음 5년은 응용학문을 가르친다.
그다음 기계 설계와 제작에 들어가서 5년 내로 발사
단 자금과 인력을 지원하고 중간에 성과에 대해 묻지 말라


마오쩌둥은 이 말을 군말 없이 들어줬다. 이런 파격적인 제안을 들어줬기에 중국은 말한대로 15년만에 발사, 세계 5번째 스페이스 클럽에 가입했고 파생기술로 대륙간 탄도 미사일 그리고 핵미사일 추진체 개발까지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한국은 나로호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이 나로호는 애초에 설계부터 한러 공공개발이 중심이 되었고 결국 1차 추진체는 완전히 러시아의 것을 빌려 진행되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나라는 설계부터 발사까지 이르는 전 과정을 경험해서 KSLV-II를 제작할 수 있는 역량을 얻었다. 그러나 추진체를 만드는 러시아의 기술은 하나도 얻지 못했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가 한러와의 협의로 진행되었다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처음에 어떤 사람은 공직에 앉으면 그 타이틀에만 앉으면 여러가지를 할 수 있을거라고 믿는다. 하지만 그 자리를 최대한 지키면 5년, 보통 1~2년의 짧은 자리다. 이런 자리에 앉다보면 사람들은 그냥 타이틀이 아니라 국가적인 위업을 이룬 누구누구라고 불리고 싶어한다. 


난 이런 이유로 로켓 발사를 성공시킨 누구누구라는 타이틀을 원하는 사람들이 프로젝트에 감 놔라 배 놔라 했고 이 압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빨리 진행할 수 있는 길을 골랐다고 본다. 그래서 러시아와 공동 프로젝트로 진행되었으며, 북한보다 빨리 쏴야 하기 때문에 1차 추진체의 기술이전이 안 되는 조건도 받아들였을 거라고 본다.


결과는 나왔으니 좋다. 그런데 기초과학부터 잡아나갔으면 해낼 수 있는 일을 빨리빨리 문화 때문에 망쳐놨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5. 4차 산업혁명은 사실상 세대를 구분하기 위한 말장난일 뿐, 엄밀히 말하면 자동화를 통한 비용효율화에 가깝다. 제조, 서비스의 인력이 대체되는 효율성을 추구하기 위한 행위일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한국 사회에서 '4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행위'를 잘못 건드리면 기업가만 돈을 더 벌고 실업자는 늘어나는 최악의 사태에 직면할수도 있다. 국가의 미래를 들개무리에게 내던지는 꼴이 된다. 


'4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행위'는 단순한 기술로 인한 개선이 아니라 그로 인한 전반적인 인프라의 구축이다. 국가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 인프라는 단순한 결과가 아니라, 그 인프라로 수익을 창출하는 행위 그리고 미래 한국사회에 기여하는 것까지 모두 포함된다. 


언론기사를 보면 전기차가 4차 산업혁명이며 이로 인해 일자리가 늘고 고용과 수출이 는다는 내용이 많다. 물론 이것도 좋지만 정작 문제가 되는 건 그다음이다. 전기차의 다음 단계는 이 전기차에 도입될 AI 그리고 결과물인 무인 자동차고 이 무인자동차가 움직이려면 모든 교통 관련 인프라를 처리할 수 있는 서비스가 필요하다. 


국가는 목표의 추진뿐만이 아니라 결과 그리고  미래까지 책임져야 한다.


과연 한국의 기업은 이를 해낼 수 있을까? 할 수 없다면 무슨 선택을 할까? 중국처럼 기초 인프라부터 구축해서 진행할까? 아니면 결과와 위업을 빨리 내야 하니까 외국 기업과 협업을 맺고, 국내는 아무것도 못 배운 결과를 낼까?


이런 문제 때문에 그동안 네티즌들이 욕하는 '한국형' 시리즈가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형에만 집착하고 인프라 구축, 양성은 등한시했기에 반드시 따라와야 할 포맷의 글로벌 수출은 엿 바꿔 먹는 결과가 나왔고 그래서 결과적으로 세금의 낭비로 이어지고 말았다. 일본이 그러다 망하는 걸 뻔히 보면서.


6. 내가 장위원장에게 기대하는 것은 그의 평소 철학 때문이다. 무언가를 보여주기 위해 단기적으로 사람을 쓸어 넣고 성과만 자랑한다던가, 무리한 투자로 빛 좋은 개살구 격 회사를 만들어서 투자금만 챙기고 빠지는 행위를 그는 적어도 내가 아는 한도 내에선 한 적이 없다. 오히려 지나치게 단계를 밟아나가는 점이 깐깐하게까지 보인다. 


이제는 '무언가를 보여줘요 빨리빨리 병'은 그만 졸업해야 한다. 단순히 목표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그 목표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어떤 타격이 있을지까지 고려해야 한다. 이를 위한 철저한 설계와 컨설팅이 필요하다. 결과물을 어떻게 한국에 적용시키고, 이를 어떻게 해외에 팔아서 국제적인 표준 포맷으로 만들 것인지 그리고 이 과정에서 소외된 사람들은 어떻게 할 것인지까지 진행해야 '제대로 된 4차 산업혁명 같은 것이다'.


이번 정부는 이 사람에게 이런 깐깐함을 원했던 것일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그가 추진하게 될 '4차 산업혁명 프로젝트'가 기대된다. 더 이상 빨리빨리에 쫓겨서 1층 없는 2층 집 짓는 것은 그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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