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리더십 경영> 출간에 즈음하여
1. 다름이 아니라 브런치의 <역사 리더십 경영>의 원고를 추려 가필, 새롭게 편집한 책인 <조선 리더십 경영>이 2018년 11월 20일,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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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다른 형태의 제목이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는 저렇게 무겁고 고풍스러운 제목이 되어버렸죠. 이유인 즉, 이 책의 조판본을 서점의 MD분들께 보여드렸더니 <재미있다, 다만 제목은 잘 팔리는 것으로 바꾸자>는 반응이 돌아왔다고 합니다.
저도 책을 내는 입장에선 당연히 잘 팔리는 제목을 선호할 수 밖에 없고 그래서 검색이 잘 되는 제목인 <조선 리더십 경영>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약간 무겁고 올드한 이 제목, 저는 이 역사를 소재로 한 책으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까요?
이 책은 역사책이라기 보다는
역사를 소재로 한 자기계발의 실마리가 되는 책입니다.
2. 제가 교육, 콘텐츠, 컨설팅, 강의 등의 일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상담은 '변화하는 시대에서 어떻게 살아갈까' 였고, 시기가 시기인만큼 한 인물처럼 되고 싶다는 말을 많이 들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바로 고 스티브 잡스(Steve Paul Jobs)입니다. 왜냐하면 그때가 딱 우리나라에 아이폰 광풍이 불어치던 때였거든요. 컨설팅 기업 의뢰주도, 대학생도, 학부모도 죄다 스티브 잡스에 열광했습니다. 이해는 갑니다. 아이폰은 정체된 한국 생태계를 뒤흔든 블랙배스였으니까요. 그런데 저는 개인적으로 그게 옳다고 보지 않았어요.
성공하기 위한 수단, 도구를 혼동했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에게 왜 스티브 잡스를 부러워하냐고 물어보았습니다. 그러자 창의성으로 전 세게적인 기업을 키워내고 성공한 사람이라서라는 대답이 돌아오네요. 그런데 이것 자체가 번지수가 틀린겁니다.
만약 창의성으로 성공한 사람을 벤치마킹하려면 자기에게 창의성이 있는지, 자신이 가진 창의성을 표현하는 법이 있는지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그런데 창의성은 누구나 갖고 있다고 치더라도 그 역량이 다른 사람의 돈을 끌어낼 수 있는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모든 사람이 창의성만으로 먹고 살 수 있을리는 없고, 창의성이 없어도 성공못하는 건 아니거든요.
게다가 당사자에 대한 분석이 틀렸습니다. 잡스의 경쟁력은 창의성이 아니라 과거의 유산과 사용자 경험을 바탕으로 하나의 결과물을 끌어내는 통찰력입니다. 한 예로 아이폰은 창의성을 바탕으로 만든 제품이 아니라 소니의 PDA폰에 착안한 유산이거든요. 잡스는 창의성이 뛰어난 사람이 아닙니다.
과거의 고전에서 성공요소를 끌어내어 재구성하는 통찰력을 가진 사람입니다.
그리고 이를 능수능란한 화술로 판매하는 사업가입니다.
그렇다면 창의성이 아니라 그의 통찰력에 주목해야 합니다. 창의성으로 성공하고 싶으면서 그를 우상(icon)으로 삼는 것 자체가 번지수가 틀렸다는 이야기입니다.
3. 번지수가 틀린 이유는 또 있습니다. 잡스는 스타일 상 한국에선 빛을 볼 위인이 아닙니다. 우리 사회를 잘 생각해보세요. 회사 생활을 생각해보세요. 본인이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있다 치죠. 그런데 이를 밀어붙이면 과연 받아주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뭔 말도 안되는 소리야'라고 면박만 받지요.
또한 대부분의 채용공고에서 4년제 돌, 서울 내 우수대학을 외치는 상황에서 고졸인 잡스는 서류전형 단계에서 정리됩니다. 잡스는 60~70년대 미국에서도 직장을 잡을 수 없어 아티리(ATARI)사에 나를 채용해달라고 쳐들어갔다가 경비에게 잡혔습니다. 이 나라에선 더욱 심한 꼴을 당할겁니다.
한국은 사람의 인식, 그 사람들이 만든 시스템 탓에 아인슈타인, 퀴리부인이 와도 진입장벽이 제일 낮은 일 밖에 할 수 없는 곳이에요. 또한 우연히 높은 자리를 얻는다고 해도 끊임없이 견제당하고 시험받으며 자신을 증명해야 합니다. 그것도 성과가 아니라 내가 성과를 낼 수 있는 사람임을 증명해야 하는 피곤한 나라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잡스를 벤치마킹하면 어쩌나요?
한국에서 살아남으려면 그에 맞는 Icon을 찾아야 합니다. 이게 제가 <조선 리더십 경영>을 쓴 동기 중 하나가 되겠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변화하는 시대에서 어떤 사람을 icon으로 삼아야 할까요?
4. 저는 이 책에서 세종대왕을 들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하면 고졸은 안된다면서 금수저를 본받으라는 건가요...? 하는 생각이 드실겁니다. 그럼 저는 웃으며 말합니다. Icon을 받아들이는 관점을 달리해보시라고요. 그러면 세종대왕은 놀랍게도 우리가 4차 산업혁명이라고 이름붙여진 변혁기에서 갈망하는 한국형 인간상이 됩니다.
태종은 세종(충녕대군)의 잠재력과 역량을 잘 알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의 재능을 여러번 칭찬했죠. 하지만 왕이 될 수 없음도 분명히 못박았습니다. 왜냐하면 본인이 적장자를 놔두고 서자가 웬 말이냐는 명분으로 혁명을 일으킨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이제와서 적장자가 아니어도 된다고는 할 수 없었죠. 그리고 장자계승원칙을 못박아두지 않으면 자기같은 왕이 또 나올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충녕대군을 왕으로는 할 수 없었습니다(물론 양녕이 너무 자질이 없어서 겨우 세운 나라를 말아먹을거 같으니 교체했지만요).
하지만 왕이 될 수 없다고 못박은 아버지, 속 마음은 안타까웠는지 충녕대군에게 아무리 공부해봐야 왕은 커녕 써먹지도 못한다. 하지만 공부가 좋다면 마음대로 하라고 대놓고 밀어줍니다. 덕분에 원래 호기심 천국이었던 세종은 왕들이 하는 통치학, 정치학만이 아니라 보통 왕들이 배우지 않는 과학, 음악, 미술 등의 지식도 얻게 됩니다.
세종, 선조, 영조, 정조대는 다양한 인재들이 활약하던 황금기였습니다. 그런데 유독 세종만이 다양한 분야에서 독보적인 업적을 세운 이유는 얼핏보면 쓸데없어 보이는 여러가지 공부였습니다. 이 넓은 스펙트럼이 뛰어난 통찰력으로 이어진 겁니다.
이는 한국 사회에서 창의성을 어떻게 얻는지에 대한 힌트가 됩니다.
5.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창의성이 있는 인재는 반드시 밟힙니다. 위계질서가 유난히 강한데다 리더들은 자기의 사고에서 벗어난 이야기를 잘 들으려고 하지 않아요. 높은 확률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들으면 '뭔 소리 하는 거야'라고 면박줍니다.
세종도 비슷한 상황이었습니다. 물론 그는 왕이지요. 하지만 사람들은 높은 사람이라고 무조건 따르지 않아요. 힘, 명분이 있어야 따릅니다. 세종은 세자 책봉 두 달만에 왕이 되는 바람에 자기 사람도 못 심은 풋내기인 반면, 신하들은 무려 태조, 태종과 함께 일하면서 정치력을 쌓은 고단수 능구렁이들입니다. 그래서 초기 세종은 자기 의견조차 번번히 거절당하는 무력한 왕이었어요. 이는 여러분의 창의성과 의견이 가로막히는 오늘날과 별로 다른 상황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세종은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을까요?
6. 이 책은 역사서라기 보다는 역사를 빌어 리더십을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겪는 여러가지 리더십에 관한 주제를 역사를 빌어 다루고 있습니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꼰대 상사에게 납득시키는 방법은?
상사는 왜 술자리를 그렇게 좋아할까?
거지같은 상사와 막 나가는 부하는 어떻게 태어나나?
잘 나가는 사람이 어떻게 훅 가는가
갑질을 하다가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그리고 이를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보지요. 예를 들어 세종이라면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닌 왕 세종이 노련한 정치인들을 데리고, 숙청이라는 갑질이 아닌 토론을 택한 이유는?
2개월만에 왕이 되어 세력하나 심어놓지 못한 그의 창의성이 조선에서 꽃을 피운 이유는?
그가 다양한 업적을 세운 원인은?
등을 짚어봅니다.
7. 그저 회사가 정년을 보장해주던 시대는 저물고 현대인은 제2의 길, 제3의 길을 꾸준히 개발해야 합니다. 하지만 대체 이 급변하는 시대에 어떻게 미래를 개발해야 할까?
이게 사람들이 역사를 읽고 공부하는 이유입니다.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사람들의 사고 패턴은 전혀 변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사람들은 잘 나가는 사람은 끌어내리고, 갑질하다 무너지고, 변화를 거부하다 무너집니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꼰대 상사에게 납득시키는 방법은?
상사는 왜 술자리를 그렇게 좋아할까?
거지같은 상사와 막 나가는 부하는 어떻게 태어나나?
잘 나가는 사람이 어떻게 훅 가는가
갑질을 하다가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6. 지금 시대는 이런 화두에서 눈을 돌리면 안되는 시대입니다. 그래서 역사를 공부하시는 분들은 여기서 자신에게 맞는 정확한 icon을 끌어내야 하며, 이 책은 그 한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토론하는 책입니다. 그래서 이 책은 역사서가 아닙니다. 리더십에 대한 현대인이 역사로 고민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는 책입니다.
다만 <당신은 이래야한다!> 는 정의를 강하게 내세운 책도 아닙니다. 저는 이 책에서 단지 한 가지 케이스만 제시하고 최종판단은 내리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이 리더십이라는것은 사람 개개인의 삶의 방침 자체이기 때문에 이래야 한다! 는 책은 설령 사람이 납득하더라도 받아들여지지 않거든요. 공자가 그렇게 제후들에게 사랑받았음에도 가난했던 이유가 뭐겠어요?
결국 무엇을 받아들이든 자신의 마음대로 입니다.
책을 읽는 분의 니즈는 설득당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설득할 수 있는 힘을 얻기 위한 소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이 책은 수십번의 수정과 토론을 거쳐 만들어졌습니다. 여러분의 통찰력의 방아쇠만이 되고자 노력한 책입니다. 그래서 이 책의 내용에 꼭 공감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자신의 리더십을 세우는데 하나의 실마리가 된다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성공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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