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헤미안 랩소디>
1.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이상한 영화입니다. 우선 마케팅이 희안해요. 보통 11월은 추석과 연말연시가 끼는 바람에 영화계에선 버리는 달로 칩니다. 그러니 이 영화는 개봉사에서 반은 버리는 셈치고 걸은 영화일겁니다.
그리고 영화를 경영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 판단은 틀린게 아닙니다. 전 세계 탑클래스의 영화시장인 한국에서 전기영화는 별로 인기가 없습니다. 시장 자체가 가족영화, 데이트영화로 흘러가기 때문에 세대차를 극복하기가 힘들어요. 게다가 이 영화는 전기영화로써 많이 부족한데다 영화적 서사구조 및 완성도도 좋은 편이 아닙니다. 감독 브라이언 싱어, 덱스터 플래처의 단점이 그대로 묻어난 작품이에요.
그런데 이 영화는 이런 공식을 보란듯이 들어엎습니다. 현재까지 750만이 들었고 2회를 넘어 3회를 보는 관객이 속출하고 있으며 이례적인 흥행돌풍이 분 일본, 본가의 위엄을 지킨 영국을 제치고 전 세계 관람객 1위를 하는 기염을 토합니다.
그 배경에는 음악이 있습니다.
이 영화의 위대한 음악은 모든 것을 위대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2. 그런데 퀸(QUEEN)이라는 그룹을 생각해보면 이 히트도 좀 이해가 안됩니다. 퀸이라는 그룹은 유독 한국과 인연이 약합니다. 왜냐하면 퀸의 대부분의 곡이 금지곡이었거든요. 대한민국에서 금지곡이 탄생한 이유가 정말 꼰대정신에서 나왔듯, 퀸의 노래가 금지곡이 된 이유도 뜬금없습니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kill이라는 내용이 나와 살인을 묘사했다는 이유로 금지곡이 되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상당수의 곡이 금지곡이 되는 바람에 퀸은 한국에서 상대적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지 못했어요. 게다가 프레디 머큐리가 AIDS로 죽는 바람에 언론보도도 제대로 되지 못했고요(90년대 초만 해도 AIDS는 걸리는 것 자체로 사회적 지탄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아는 사람만이 진가를 알던 퀸. 하지만 세월이 지난 지금 이 퀸이 제가 알던 퀸이 맞나 싶은 상황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고등학생들이 보헤미안 랩소디를 따라부르더니 심지어는 돌잔치에서 만난 친구 딸 (3살) 이 제 앞에서 We are the champion을 부르더군요.
좋은 음악은 시대를 가리지 않나봅니다. 92년 웨인즈 월드에서 보헤미안 랩소디가 쓰이자 다시 차트에 진입해서 2위까지 올라간 적도 있죠. 이것도 같은 선상의 인기일겁니다.
3. 이 영화는 퀸의 명곡을 바탕으로 영화를 끌어나가고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명곡을 프레디의 삶에 맞춰서 배치했습니다. 이를 위해 고증은 저 멀리 던져버렸어요. 그만큼 이 영화는 음악의 배치로 서사를 끌어가는데 공을 들였습니다. 그만큼 음악이 중요한 영화고요.
예를 들어 프레디의 연인 메리는 프레디의 노래를 통해 그의 커밍아웃을 알게 되죠. 퀸이 절정에 올라갔을 때 나오는 음악은 We are the champion 입니다. 음악이 극중 상황을 그대로 대변하는 거죠. 다시 생각해보면 퀸의 음악만으로도 전기영화의 상황을 묘사할 수 있는게 희안하기도 합니다. 대체 얼마나 히트곡이 많은거죠?
4. 이런 상황에서 보헤미안 랩소디는 특별한 노래입니다. 괜히 영화제목이 된게 아니죠. 프레디는 이 노래로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요?
제목을 직역하면 '자유인의 광시곡'이 됩니다.
프레디 머큐리는 원래 파로크 불사라라는 인도령의 섬 잔지바르 출신입니다. 아버지는 공무원이었죠. 나름 부유한 집안출신이었기에 인도유학까지 다녀왔지만 잔지바르 혼란기 때문에 고향을 탈출해야했고 결국 영국에서 살게 되었죠.
이 경험이 프레디를 얽어맨 모양입니다. 이름을 바꾼 것도 잔지바르 탈출이후인데 이후 프레디는 인도시절 친구들을 봐도 누군지 모르겠다고 답했다고 하죠. 그 상실감을 버리고 다시 태어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보헤미안 랩소디의 가사는 유난히 가슴에 와닿습니다.
mama, just killed a man : 엄마 난 사람을 죽였어요 (그리고 다시 태어났어요)
영국에서 삶은 쉬운게 아니었습니다. 공항 노동자로 일할 때 다른 사람들이 paki라고 비하를 하지요. 요즘도 영국, 벨기에 같은 나라에 가면 인종차별이 벌어지는 판에 당시엔 어땠을까요? 게다가 프레디는 성정체성도 다른데다 바이섹슈얼이기도 했으니 언론이 먹이감으로 삼기 딱 좋은 대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전설이 되기 위해 노력했고 앞으로 나아갔고 결국 전설에 남을 뮤지션이 되었지요.
No escape from reality : 현실에선 벗어날 수 없어
Mama, just killed a man : 엄마, 방금 사람을 죽였어요. = 프레디 자신
If I'm not back again this time tomorrow : 내가 돌아오지 않아도
Carry on, carry on : 살아가세요, 살아가세요.
mamma mia, let me go : 맘마미아, 나 좀 풀어줘요.
So you think you can stone me and spit in my eye? : 당신들이 내게 돌을 던지고 침을 뱉는다고?
Just gotta get out - just gotta get right outta here : 난 여기서 나가겠어!!
프레디는 해석은 자유에 맡긴다지만 그의 삶을 볼 때 이민자로써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을 갈구했지만 그 자신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그의 고통이 여실히 드러나는 듯 합니다. 마치 그의 삶을 대변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영화의 제목은 보헤미안 랩소디입니다.
이 광시곡은 그의 바람같은 삶을 예언한 노래니까요.
5. 영화의 곡은 오로지 프레디의 인생을 조명하고 노래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라이브 에이드 공연에서 그 절정을 이루죠. 절규하는 듯한 그의 목소리, 몸부림치는 듯한 그의 안무에서 관객들은 프레디를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두 곡, Don't stop me now (지금 날 멈추지마), Show must go on (쇼는 계속된다)가 흘러나올 때는 소름이 돋았어요.
나 프레디는 멈추지 않아, 쇼는 계속된다.
이렇게 영화는 관객들의 감동을 이끌어냅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좋은 영화입니다.
이메일: inswrit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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