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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식공장장 Jun 10. 2019

<기생충> : 선을 넘은 사람들의 이야기

같이 잘 살면 안 될까요?

<본 글에는 영화의 중요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2019년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화제의 영화 <기생충>을 봤습니다.

확실히 잘 만든 영화입니다. 영화 마니아가 전율할만한 영화 같아요. 황금종려상을 받을만합니다. 

물론 제 취향은 아닙니다. 시계를 자꾸 보게 되더군요. 하지만 꼭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할 영화이기도 합니다.


기생충은 어떤 영화인가?

언론, 미디어는 이 영화는 빈부격차로 인한 모순을 그리는 영화라고 합니다. 그런데 제 생각은 조금 달라요. 빈부격차가 소재긴 하지만 이 모순을 다룬 건 아닙니다. 그보다는 근본적인 원인을 다루는 영화예요.


기생충은  <선(線)>을 이야기하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를 다루는 평론의 방향성은 각기 다릅니다. 하지만 모든 평론이 이 선을 언급하고 있기도 합니다. 


<출처 : 기생충>


이 영화에서 말하는 '선'이란?


영화 초반에는 잠깐 스쳐가면서 일부분이 나와서 잘 모르지만 영화 중반, 가족들의 반지하방이 침수가 되자 그 집의 가훈이 비로소 나옵니다. 


<안분지족(安分知足)> 


자신의 분수에 맞게 살자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자신의 분수를 지키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습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성공의 꿈, 신분상승의 꿈을 갖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닙니다. 봉 감독은 사람과 사람이 대할 때는 선을 지켜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그러지 못했죠. 그래서 모두 몰락합니다. 


반 지하 가족

- 아들은 과외선생이면서 미성년자 학생의 손목을 잡습니다. 그리고 사생활이 담긴 일기까지 손대죠.

- 딸은 기존 구성원들을 해고한 후 자기 가족들을 집어넣기 위해 온갖 범죄를 저지릅니다. 

- 엄마는 자신이 지켜야 할 집에 가족들을 들였다가 문제를 키웁니다.

- 아빠는 자꾸 고용주에게 부인의 사랑에 대해 묻더니 이젠 사모님의 손까지 덥석 잡습니다.

- 애초에 과외 알바를 소개해 준 친구도 가르치는 아이와 사귈 거라는 이야기를 함으로써 선을 넘고 있었음을 암시합니다. 


부잣집 가족

- 부잣집 딸은 선생을 연애 대상으로 삼습니다. 

- 부잣집 아들은 친한 사이끼리도 이야기하면 실례가 되는 최대 금기인 사람의 냄새를 언급하질 않나

- 부잣집 사모님은 냄새나는 맨발을 앞좌석에 걸쳐놓지를 않나, 주기로 한 급여를 반절하지를 않나

- 부잣집 사장님은 사람을 상대하면서 코를 틀어막지요. 


가정부 가족

- 가정부의 남편은 지하에 숨어 살 되, 절대 밖으로 나와선 안되는데도 나오는 바람에 한 아이에게 정신적 트라우마를 안겨줍니다. 

- 방공호에 사는 여자는 사모님을 깨우거나, 이야기를 엿들을 때부터 선을 넘더니 결국 이미 넘어선 선을 한참 넘어서고 있었음을 실토합니다.


그 외

- 젊은 운전수는 딸의 집을 직접 물어봅니다. 개인 사생활의 선을 넘어선 것입니다.


이렇게 영화에 나오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을 넘습니다. 그렇게 서로서로를 상처 주고 이것이 파국으로 이어집니다.


과연 봉테일 감독. 가정부가 사모님을 무례하게 깨우는 장면에서 선을 넘는다는 것을 표현하셨네요.


넘어서면 안 되는 선


반면 영화는 계속해서 선을 넘지 말 것을 말합니다.

  

- 가족들이 남의 집에서 술파티를 하다 도망쳐서 반지하 집으로 가는 영상은 무수한 선의 향연입니다. 그들이 무수한 선을 넘어왔음을 대변합니다.

- 반지하에서 수해가 났을 때 변기에서 오물이 나옵니다. 이것도 일상의 선을 넘어선 불청객이죠. 딸은 이를 억지로 틀어막습니다. 그 표정으로 볼 때 본인도 선을 침범당한 게 불쾌한 모양이군요.

- 부잣집 사장은 운전기사가 뒤로 넘어온 것이 불편하다, 나는 선을 넘는 사람이 싫다, 이건 일의 연장이다라는 식으로 선에 대해 계속 강조를 합니다.

- 친구들이 왔을 때 부잣집 사모님은 벤츠만 나갈 수 있으면 되니까 너희 차(BMW 쿠페)는 대충 넣으라고 말합니다. 그녀도 사람을 선을 그어 대한다는 것을 말합니다.   

- 그 이어서 나타난 친구는 모범택시를 타고 왔군요. 부잣집 사모님이 만든 선에 자신을 맞추고 있음을 말합니다. 


하지만 결국 이 영화의 사람들은 선을 넘어서는 바람에 파국을 맞는군요. 선을 지키라고 강조하는 부잣집 사장은 자신도 모르게 선을 넘고 있었습니다. 냄새를 언급하고 그 딸을 조롱하더니 결국 코를 틀어막는 바람에 죽는군요. 단 그렇게 사람을 죽인 남자, 본인이 선을 넘었습니다. 그 냄새에 집착하게 된 이유는 그가 선을 넘어서 고용주의 집에서 고용주의 술로 술파티를 한 것이 원인입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이렇게 말합니다.


선을 넘지 말라고 말이죠.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문제는 선을 넘어서서 일어납니다. 고용주와 고용인의 선을 지키면 될 것을 그의 인격까지 침범하는 바람에 갑질이 일어납니다. 한 공무원은 일만 잘하면 될 것을 선을 넘어 공공기관에 있는 정자를 떼어 자기 집에 가져다 놓는군요. 심지어 누군가는 대통령의 지인이라는 선을 넘어 대통령을 통제하는 실세가 됩니다. 이렇게 사회에서 일어나는 문제가 창궐합니다.



봉 감독은 단순히 빈부격차를 이야기하고 싶었던 게 아닙니다.
같이 잘 살자는 것을 이야기하는 겁니다. 



여기서 <같이 잘 살자>는 것은 우리 모두 부자 되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서로서로 인격으로 존중하고 선을 지키자는 겁니다. 선을 지키면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줄 일도, 부정한 방법으로 약탈을 할 일도 없으니 약자에 대한 선을 넘은 증오도, 갑질도 일어날 리가 없다. 이 사회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갈등, 빈부격차는 다 선을 넘어가서 생기는 행동임을 말하는 겁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의 주제는 선입니다. 처음의 수석부터 마지막까지 정말 선으로 가득 찬 이야기군요.

이런 메시지 전개는 그야말로 황금종려상에 걸맞는다고 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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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조선 리더십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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