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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식공장장 Jan 29. 2019

왜 내 아내는 플스를 싫어하는가?

부부간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

1. 소니 인터렉티브 코리아(SIEK)가 2018년 1월 24일부터 2월 3일까지 자사의 게임 하드웨어 '플레이스테이션'을 약 15만 원가량 할인해서 파는 이벤트를 진행합니다. 이른바 '플스 대란'. 


저에게 여러모로 잘해주시는 SIEK관계자분의 말씀에 따르면 '수량을 넉넉히 준비했다'라고 하시더군요. 각 파트너 샵에서도 물량을 100여 대씩 준비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춘 모양입니다만...

매장 열기 3시간 전인데도 이 모양입니다 [출처: 클리앙]

저도 저 줄에 밀려서 결국 못 사고 말았죠... 예상외의 엄청난 인파! 


경영사례를 참고해보면 이렇게 할인으로 인해 예측 이상의 고객 수요가 발생한다는 것은 엄밀히 말하면 기존의 가격이 높게 책정되었거나, 높다고 여겨졌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소비 장벽이 이벤트로 인해 깨진 것이고 소비자들이 이 기회를 노려서 대란에 동참한 것이죠. 


이렇게 고난과 인내 그리고 일부 운 좋은 사람들에게 복이 돌아오는 국민 이벤트가 순조롭게 진행 중입니다. 그래도 일자를 나누어 물량을 배분하는 것이 참 보기 좋더군요. 이렇게 하면 업자들이 사재기해서 프리미엄 붙여 다시 파는 일을 어느 정도는 막을 수 있거든요.



2. 하지만 이런 대란에 동참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 이미지는 인터넷 유머로 만들어진 것이고 실제 사례는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친구 부인이 집어던져 망가진 레트로 게임기를 수리해준 적도 있으니 이런 부부간의 충돌은 꽤 있는 모양입니다. 중고나라에서 새 걸 헐값에 팔았다는 것은 정황상 농담으로 보입니다만, 매장에 뜯지도 않은 기계를 도로 환불하고 가는 불쌍한 남편들은 제법 보인다고 하더군요. 이를 농담 삼아 플스 피눈물 에디션이라고도 하더군요.


그런데 왜 부인들은 남편 플스 구매에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것일까요?



3. 저는 이게 일종의 착각이라고 봅니다. 제 주변 사례를 휘휘 둘러보면 남편이 게임기 사는데 게거품을 무는 부인보다는 아무 말 안 하거나 오히려 저랑 친한 일부 지인의 아내들은 저한테 전화해서 플스를 깜짝 선물하고 싶은데 어떻게 사는지 물어보는 경우까지 있습니다. 즉 남편을 챙겨주는 부인들이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부인이 게임기에 물을 붓는 사건은 일종의 자극적 이슈가 확대 생산된 것으로 생각합니다. 문제는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건 사실이라는 건데요.


이유가 뭘까요?



4. 저는 이런 일이 생기는 이유를 아래와 같이 봅니다.


부인의 성격이 진짜 꼬인 사례

부부간의 대화가 제대로 안 되는 사례

외적인 가정운영에 심각한 문제가 있어 스트레스 관리가 안 되는 사례

가정에 수입이 전무하다


우선 순전히 부인의 성격이 진짜 꼬인 사례를 들 수 있습니다. 위의 욕조 사례는 부부관계상에서 일어난 분노를 가장 잔혹한 방법으로 갚아주는 교활한 타입. 즉 소중한 것을 부숴서 정신적 충격을 주는 법을 알고 있는 경우입니다. 위 욕조 사례가 그것이죠. 반대로 구매하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애걸복걸하는 상황을 연출해서 상대와의 관계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심리전술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비단 여자만이 아니라 사회에서도 종종 보입니다. 당연히 써야 하는 비품 하나 쓰는 것도 터치해서 자신의 주도권을 쌓아가죠. 


잘못 엮이면 질이 아주 나쁜 사람들인데 그런 사람과 결혼한 예입니다. 이건 뭐 운명이려니 해야 하고요. 해결 안 되면 차라리 이혼하는 게 정신건강에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5. 문제는 부부간의 대화가 안되거나, 가정운영에 문제가 있는 사례입니다. 외벌이 육아 가정을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짜보죠.



남편의 경우 회사에서 이리저리 치이고, 야근이나 접대를 하고 집에 들어옵니다. 집에 오면 잠이 소록소록 옵니다. 애는 졸려하거나 자고 있습니다. 아무 생각도 하기 싫어서 겨우겨우 샤워하고 잠이 듭니다. 주말이 되면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도 싫습니다. 소파와 한 몸이 되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이렇게 충전해야 회사에서 버텨나갑니다.


아내의 경우 단순한 가정주부일은 힘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울거나 조금만 한눈팔면 큰 사고를 치는 아이와의 전쟁은 스트레스입니다. 이때 남편이 들어옵니다. 남편이 왔으니 조금이나마 육아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그런데 별로 애를 챙겨주는 것도 없습니다. 아이가 크면 육아 스트레스는 더 커집니다. 미운 네 살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서 주말에는 좀 어디 데리고 가서 날 쉬게 해 주었으면 좋겠는데 나가긴커녕 소파에 누워서 애들은 거들떠도 안 봅니다. 


정말 얄밉습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 게임을 한다네요? 가뜩이나 방관하는 것도 스트레스받아 죽겠는데 게임을 한다네요? 정말 욕조에 넣어 물을 부어버리고 싶습니다.



이건 제가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창조한 사례입니다. 그러니 우리 집은 이런 상황이 아닌데... 하고 넘어가는 건 좀 아니라고 보고요, 여기서 포인트는


남편, 아내가 서로 느끼는 스트레스에 대한 공유가 안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부부는 서로 간의 애환을 전혀 이해하기 못하고 있습니다.


6. 최근 육아 예능이 인기를 끌자, 왜 저 사람들처럼 애 안 봐주냐고 남편을 타박하는 부인들이 꽤 있다고 하네요? 이건 일종의 인지부조화입니다. 아침 7시에 나가서 11시에 들어오는 샐러리맨 남편과, 스케줄이 자유롭게 조절 가능한 프리랜서와 같은 영역에 두니까 벌어지는 일이죠. 즉 남편의 아픔이 공유가 안 되는 것이고요. 물론 아이를 수십 시간 보면 몇 시간 정도는 해방되고 싶은 마음이 있기 마련이긴 합니다.


백종원 씨가 마트에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 게 소유진 씨의 휴식시간이라고 하네요. 백종원 씨 전략가입니다 <출처: 라디오스타>


반대로 남편의 입장에서도 아내의 아픔이 공유가 안 되는 겁니다. 물론 남편의 입장에서야 나는 밖에서 돈을 버는 것이 역할이고 아내는 집안일을 하는 것이 역할이니 그걸 또 나에게 분담하는 건 언어도단이라고 생각하게 되죠. 사람의 체력과 정신력은 무한하지 않거든요. 


이런 사정을 서로 이해도 못하고, 공유도 못하게 되면 상대방에 대한 미움이 쌓이고, 미움이 쌓이면 그다음부터는 상대 밤이 뭘 해도 미 워보입니다. 심지어 숨 쉬는 것도 미 워보입니다. 전 이게 플스 피눈물 에디션의 본질이라고 봐요.



7. 제 주변에서 게임기를 때려 부수거나 못 사게 막는... 사면 이혼이라고 외치는 사람은 물론 한쪽의 성격(주로 여자)이 파탄인 경우도 있지만 

서로 간에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 되는 경우
대화할 시간조차 만들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물론 부부간의 일은 부부밖에 모르는 것이고, 제가 본 것은 남이 본 시선에 지나지 않지만요.


<출처: 아는 와이프>

아는 와이프에서 한지민은 남편의 플스에 물을 부어버립니다. 위의 인터넷 사례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지만 드라마에선 사정이 좀 다릅니다. 부부간에 대화가 전혀 안 되는 상황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만 요구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부부관계가 악화되었고, 그 와중에 남편이 즐거움을 느끼는 것을 보고 분노가 치민 것이죠.



8. 저는 만약 부인이 플스를 극구 반대한다던가 게임을 하는데 필요 이상으로 히스테리를 부린다면 냉정히 분석해서 배우자가 인격적으로 문제가 있었는지 분석해본 후 딱히 그렇지 않다면, 오히려 다른 대인관계는 원만히 수행한다면 

부부간에 적극적인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


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얼마 안 하는 (취미 중에 게임이 제일 돈이 적게 먹힙니다!) 플스로 인해 문제점을 깨닫는 게 낫지 더 큰 문제로 부부간의 문제를 발견하면 봉합하기 상당히 어렵습니다.


대한민국의 유부남 여러분, 당신의 플스는 무사하신가요? 부인 여러분, 남편이 게임기 하나쯤 사도 괜찮나요? 아니라면 지금이 바로 대화할 때입니다! 


이메일: inswrite@gmail.com

브런치: https://brunch.co.kr/@hdyoon


저서: <조선 리더십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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