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정권은 무엇을 제일 두려워하는가
1.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여행을 안 가면 됩니다.
2. 최근 국내 언론에 '일본에서 20대의 지지율이 70%에 달한다'는 기사가 잇달아 나오고 있습니다. 뭐 이건 사실이긴 합니다. 문제는 그다음이죠. '이 높은 지지율로 재선 확률이 높다'는 기사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기사를 쓸 때는 '팩트(Fact)'가 정말 중요합니다. 그 '팩트'라는 건 단순히 정보의 전달만이 아니라 현상의 전달에도 필요하지요.
이게 무슨 이야기인가? 2019년 7월 21일 참의원 선거는 '일요일'에 치러진다는 겁니다. 자 생각해보세요. 일본의 20대, 취업률이 98%대에 달합니다. 선배들보다 초임도 많이 받아요. 그렇게 여유로운 젊은이들이 과연 일요일에 투표를 하러 갈까요, 아니면 친구들과 놀러 갈까요?
높은 지지율이 재선에 이어진다는 것은 탁상공론에 불과합니다. 그렇다면 일본, 아니 한국 규제를 주도하는 일본은 뭘 가장 두려워할까요? 한국인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 반일정서의 고취? 물론 이것도 신경은 쓰이겠죠. 하지만 제일 무서운 건 따로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한국사람들이 여행 안 오는 걸 가장 두려워합니다.
3. 2013년 오사카 방문 외국인이 20만 정도 되었습니다. 이후 오사카시는 '일본 방문의 해'를 중심으로 40만 관광객 유치를 공언하죠. 다들 비웃었지만 2014년 오사카 방문 외국인 관광객은 무려 70만이 됩니다. 이후 외국인 방문객은 꾸준히 늘어나서 100만 명을 돌파해버리죠. 이 배경에는 관광편의시설 확충, 문화콘텐츠 중심의 관광지 개발이 있었습니다.
이런 관광수요 급증에 가장 수혜를 입은 사람은 누구일까요? 바로 주요 투표층인 노년층입니다.
2005년을 중심으로 일본의 노령연금이 1차 개정됩니다. 채권으로 때우는 빚잔치에서 벗어나자는 노력이었죠. 하지만 줄이는데도 한계가 있었어요. 그래서 이들을 공공근로로 유도하는 정책이 실시됩니다. 수입이 생기면 돈도 쓸 테고 돈을 쓰면 경제가 돌 테니 일석이조 아니겠습니까?
이런 공공근로정책이 가장 활발하게 도입된 곳이 어디일까요? 바로 관광지입니다. 박물관, 문화역사유적지를 보면 꼭 노인 도우미가 있지요. 이분들이 공공근로를 하시는 분들입니다. 그런데 이런 분들은 정규직이 아니라 계약직이기 때문에 관광수요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요. 즉 관광객이 줄면 공공근로 수요도 줄어듭니다.
뿐만 아니라 자영업층도 노년층의 비중이 많습니다. 주요 관광도시 자영업자 층의 급성장에 관광이 있다면 그들도 관광수요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죠.
관광수요는 그들의 생계에 직접적인 타격으로 나타납니다.
그리고 정권에 대한 직접적인 압력으로 작용합니다.
특히 일본에서 자민당의 지지율이 특히 높은 지방도시는 관광만이 먹거리입니다. 뒤집어서 생각해보면 일본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관광객이 줄어든다면 이는 생계와 직결되는 만큼 당장 정부에게 압력으로 다가오겠죠.
중장년 표심은 아베 정권의 목숨줄입니다. 그리고 여행은 중장년의 목숨줄입니다.
잔인하다고요? 전 한국사람인지라 일본이 평화헌법을 개정하고 군대를 갖는 건 절대 싫거든요.
4. G20에서 공정무역을 외친 지 불과 2일 만에 무역규제를 한 이유는 아베 총리가 위기의식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아베 총리를 중심으로 한 극우세력의 지상목표는 '평화헌법 폐지를 통한 일본군 부활'이죠. 이를 위해 국민에게 평화헌법 폐지 여론을 만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G20이 끝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북쪽으로 폴짝 넘어가버렸죠.
일본에서 아베 정권이 평화헌법 폐지 이유로 든 것이 바로 북한입니다. 북핵이 있으니 일본군을 부활시켜서 위협에 대비해야 한다는 건데 북핵이 사라지고 냉전이 종식되면 명분이 사라지는 거죠. 그래서 다른 형태, 대한민국이 반도체 소재를 북한에 밀반출한다는 주장을 펴면서 여론을 끌고 나가는 거죠. 7월 21일 선거 안건 중에는 '평화헌법 개정'이 들어있으니까요.
일본기업의 불만은 '일본의 안보'로 눌러버리면 됩니다. 한국발 불매운동은 '비중이 안된다'고 묻어버리면 됩니다. 하지만 만약 직접적인 지지층인 노인이 이 규제로 인한 피해를 받는다면 아베 총리는 대놓고 한국 때리기를 못할 겁니다. 주요 지지층의 생활에 타격이 오거든요. 당장 중지하라고 난리가 날겁니다. 이는 재집권을 노리는 아베에게 가장 피하고 싶은 일입니다.
여행을 안가면 주요 지지층이 정부를 압박합니다.
그렇다면 아베 총리도 마냥 규제는 못합니다.
그래서 여행은 아베 정권에게 우리의 목소리를 닿게 할 수 있는 가장 유효한 수단입니다. 한국 정부에게 가장 피해를 안 주는 방법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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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조선 리더십 경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