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가진 강력한 카드란?
1. 2019년 8월 2일,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할 것을 정식으로 결정하였습니다. 자 이제 우리는 뭘 해야 할까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에 대한 대응카드로 지소미아 폐기를 거론했는데요, 그렇다면 지소미아가 뭔지부터 알아야 합니다.
연합뉴스 : 日, 한국 수출규제 2탄 쐈다..'백색국가'서 제외 각의 결정
동아일보 : 강경화 “한일 군사정보협정, 상황 따라 폐기 검토할 수도”
지소미아(GSOMIA), 정식 명칭은 <한일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입니다.
언론은 지소미아라고 많이 하는데 이러니 무슨 서양의 모델 이름 같네요. ♡
물론 전 지소미아라는 이름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 무게를 없애버리거든요. 하지만 본 글에서는 그냥 지소미아로 적으려고요. 이유는... 귀찮아서.
2. 현재 한국과 일본에서 지소미아는 <우리는 일본으로부터 군사, 정찰 위성 데이터를 얻고, 일본은 북한이 사고칠 때 관련 데이터, 한국의 도로와 군사시설 정보>를 얻죠. 일단 군사전문가들은 실제로 의미 있는 정보가 오간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런데 왜 외교부는, 한국 정부는 지소미아를 카드로 꺼내 든 것일까요?
<한일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이 아베 정부의 아킬레스 건이기 때문입니다.
2. 이 지소미아의 최대 수혜국이 누구라고 생각하세요? 어떻게 보면 한국도 일본도 다 별거 얻는 거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수혜자는 있습니다. 미국입니다.
지소미아만 놓고 보면 미국이 잘 안보이죠. 하지만 미국이 중국을 견제한다는 점, 미국의 경제상황이 그렇게 좋지 않다는 점, 때문에 전 세계 여러 지역에서 군사작전을 펼 수 없다는 점, 한국은 중국과도 원만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
그래서 미국-한국-일본의 삼각동맹을 맺어서
중국을 견제하려는 점을 이해하면 지소미아의 의미가 바뀝니다.
미국의 입장에서 한국과 일본을 장기말로 중국을 견제하려면 최소한 부하들이 서로 정보교류를 잘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전에는 미국 주도하의 방위시스템에서는 서로 정보교류가 안됐어요. 한국과 일본이 군사교류를 하려면 미국에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지소미아는 여기서 미국의 허락을 빼고 <졸병끼리 서로 알아서 하는 시스템>인 거죠.
그래서 일본에게 지소미아는 정말 중요한 카드입니다. 뭘 하기 위한 카드죠? 바로 일본군 부활입니다. 미국이 일본을 중국압박용으로 굴리려면 평화헌법이 깨져야 하거든요.
3. 아베 총리의 모든 정책, 어떻게 보면 두서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자위대 폐지, 전쟁이 가능한 일본 군대 부활>이라는 프레임을 놓고 보면 정말 깔끔하게 조립이 됩니다. 아베 정부는 일본군 부활에 모든 역량을 쏟아붓는 정부예요. 이를 위해 국민복지를 축소하고 무리한 증세마저 서슴지 않으니까요.
심지어 이번 화이트리스트 배제도 일본군 부활을 위한 포석입니다. 이런 조치를 취한 이유가 강제징용 판결에 정부가 개입하지 않았다는 것이잖아요. 왜 여기에 아베가 화가 났냐 하면 만약 일본이 이를 바탕으로 조치를 취하면 일본군의 이미지가 전 세계에서 부정적으로 못 박히거든요.
이게 일본군의 움직임을 크게 제약합니다. 생각해보세요. 남의 나라 처녀들을 강제로 위안부로 삼고, 강제로 청년들을 징용한 부대가 국제 작전에 파병된다고 해보세요. 과연 그 나라들이, 국제여론이 이를 반길 거 같아요?
아베는 일본군에서 위안부, 강제징용, 생체실험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싶어 합니다.
이게 과거를 그렇게 철저히 부정하는 이유입니다.
뒤집어말하면 세금낭비라는 말을 들으면서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 파병 가서 봉사활동을 하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한국군 이미지가 해외에서 굉장히 좋아요. 군사작전이 원활해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런 아베에게 지소미아는 동아줄과 같습니다. 일본군을 해체한 미국이 일본군의 부활을 허락해준다는 메시지와 같거든요. 물론 예전에는 싫어했겠죠. 진주만이 떠오르니까. 하지만 지금은 달라요. 일본의 외교/경제는 완전히 미국에 종속된 상하관계거든요.
미국은 일본군을 부활시켜서 한국군과 같이 묶어서
중국을 견제하는 카드로 쓰고 싶어 합니다.
모든 사건은 하나로 그려보면 이해가 됩니다. 오바마가 지소미아, 사드를 밀어붙인 이유, 황교안 전 총리가 유사시 한반도에 자위대 파병이 가능하다고 한 것도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하나로 연결됩니다.
즉 지소미아는 아베에게 있어 일본군 부활을 위한 동아줄과 같습니다.
미국이 일본군을 부활시킬 필요조건이기도 하고요. 소미아는 단순한 군사협정이 아니라, 미국이 그리는 군사지형도하에서 일본군이 부활하기 위한 필수조건입니다. 미국이 한국과 일본을 중국을 견제하는 장기말로 쓰기 위한 장치예요.
그래서 화이트리스트 배제에 대한 가장 강력한 카드가
지소미아 폐기가 되는 겁니다.
아베에게는 미국 주도하의 군사 프레임에서 벗어나느냐 들어가느냐가 달린, 아베에겐 일본군 부활을 위한 카드가 사라지느냐 마냐의 문제예요.
4. 제가 청와대 관계자라면 다음과 같은 순으로 처리할 것 같아요.
* 8월 2일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할 것을 정식 결정
* 미국에 가서 <일본이 우리를 적국으로 간주한 상황에서, 군사정보를 넘겨주는 정치적 부담을 질 수는 없다>고 전달
* 현재 한국은 트럼프의 재선(북한 핵 문제)을 위해서도, 미국-한국-일본의 군사동맹을 맺기 위해서도, 중국에게 빼앗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도 잃어서는 안 될 카드. 특히 문재인 정부는 미국에 호의적이기 때문에 잃어서는 안 되는 우방
* 미국 측이 일본에 압력을 넣게 유도
이번 화이트리스트 배제가 미국의 프레임을 벗어난 것이긴 하지만 일본은 여러 가지 문제로 미국에 대항하는 행보를 취할 수 없습니다. 평화헌법 개정 문제도 있고 무역관세문제도 있거든요.
괜히 볼튼이 이번에 일본에 가서 경제규제 그만두라고 했겠어요?
시사인: 아베의 출구전략 시작되나
미국은 적어도 한국이 지소미아를 폐기해서 동북아 군사작전의 프레임을 깨는 건 막고 싶을 겁니다. 그게 굳이 볼턴이 온 이유예요.
카드는 우리 손에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겐 아직 시간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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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조선 리더십 경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