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 일본 총리 아베 신조가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났는데, 대한민국 정부가 사법부에 개입해서 재판을 무효화하지 않자 이에 대한 보복으로 경제규제 조치를 취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여러 분야, 상품에 관한 불매운동이 일어났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여행부문이었죠.
그런데 이 여행 규제 이후 재미있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일본의 지자체 연합이 국내 항공사에 와서 노선을 축소/취소하지 말라달라는 의견을 제출한 것이에요.
YTN : 日 지자체 '비상'..韓 항공사에 노선 유지 '읍소'
물론 아쉬운 것은 일본이지만, 항공사가 해당 지자체에 노선을 개설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기에, 항공사가 절대 갑은 아니라는 것만 알아두시면 됩니다.
다만 이 여행 불매는 전에 이야기했듯 일본에게 여러 가지로 중대한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지적이 와서 답변드리면 제가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왔던 전문가 분보다 먼저 글로 썼습니다). 이에 대해서 언론에 잘 알려지지 않은 내용을 한 번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아마 우의 지자체 대표들이 간 곳은 제주항공, 에어서울 입니다. 이 항공사들은 일본의 미래전략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항공사입니다.
제주항공은 후쿠시마에, 에어서울은 일본의 각 지자체에 노선을 갖고 있습니다.
현재 아베 정부가 <일본의 부흥>을 위해 취한 전략은 다음 세 가지입니다.
후쿠시마의 완전 부흥을 발표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로 부진한 경기를 회복
2020년 관광객 4000만 명
현재 일본은 한국 국민들의 자발적인 여행 불매를 극복하기 위해 중국인 관광객의 한시적 무비자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안돼요. 왜냐하면
항공사가 노선을 취소해버리면 중국인 관광객이 오고 싶어도 못 옵니다.
제주항공이 후쿠시마 노선을 어렵게 취득한 이유는 당연히 2020년 올림픽 특수입니다. 에어서울은 시즈오카에 취항하는 유일한 한국 항공사지요. 그런데 이런 노선들이 취소되면 중국인 관광객은 다른 항공편을 이용해야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노선이 없어지면 중국인들이 이들 도시에 바로 가는 게 힘들어진다는 겁니다.
한국의 일본 여행 불매로 인한 노선 폐지는 일본에게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한국인 관광객만이 아니라 타국 관광객까지 같이 줄어드는 파급효과를 낳습니다. 올림픽... 이래서 흥행할 수 있을까요?
현재는 저비용 항공을 이용하면 오사카에 왕복 20만 원 미만으로 다녀오는 건 문제도 아닙니다만, 불과 10년 전만 해도 사정은 달랐습니다. 2009년 제주항공 밤 비행기 오사카 특가는 31만 9천 원이었어요. 국적기의 경우 40만 원 중반 대였습니다. 여러분이 아시는 저렴한 가격은 2014년, 일본 정부가 본격적인 관광 부흥책을 쓰면서였습니다. 40만도 못 채우던 오사카 관광객은 100만을 넘어 200만 대를 돌파했지요. 좋은 관광상품과 도시 자체의 매력 덕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일본에 안 가서 항공사가 편수를 줄이고, 항공기를 대체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항공료가 올라버립니다.
항공사는 수요에 굉장히 예민합니다. 항공기는 일단 떠야 한다면 그 안에 한 명이 타도 비행기를 띄워야 합니다. 인건비, 유류비, 세금을 감안하면 이는 당연히 손해죠. 이런 사태를 피하기 위해 항공사는 수요관리를 민감하게 하지요. 요즘같이 200명 정원인 항공기에 40명이 타도 되는 일이 벌어지면 편수를 줄여서 수요관리를 합니다.
현재 항공사는 일본행 항공편을 대폭 축소, 취소 중이에요.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가격이 오릅니다. 예전처럼 특가가 30만 원인 시절이 도로 올 수도 있어요. 그렇다면 한국 항공기를 타고 일본에 갈 한국인/중국인 수요가 줄어듭니다. 중국인들도 한국공항에 와서 갈아타서 가거든요.
이게 일본에겐 골치 아픈 일입니다. 항공료가 올라버리면 일본이 가진 저렴한 여행지라는 경쟁력이 사라져요.
그렇다면 당연히 다른 여행지가 우위에 서게 됩니다. 또한 중국인의 경우 코드셰어 등으로 우리 항공편으로 갈아타고 일본에 가는 경우도 많은데 편수가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다른 여행지를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말은 복잡하게 했는데 결국
비싸면 수요가 줄어듭니다. 대체제에 밀릴 수도 있고요.
일본 관광의 경쟁력 자체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아베 정부는 아베노믹스라는 경제정책을 실시합니다. 이는 간단히 말해서 환율조작을 위한 경기 부흥, 미래세대를 위한 자원을 빼서 현세대에 붙은 불을 끄는 경제정책이에요.
아베 정부는 아베노믹스로 소비를 증진 시중에 돈이 돌게 하려고 하고 있어요. 이유는 일본군 부활 등, 아베 정권의 유지를 위한 경제정책에, 기존에 일본이 진 빚을 갚기 위해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 일환으로 소비세를 8%로 올렸고, 2019년 9월에는 10%로 올리며 이후에는 14%로 인상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그래서 젊은 층의 고용은 늘리고 (하지만 시간제 일자리가 대부분) 관광을 유치한 거예요. 그런데 이 아베노믹스의 실행플랜에 다음과 같은 항목이 있습니다.
"셋째, 인구 감소 하에서도 지역의 생활을 지지하는 인프라를 유지하기 위해 독점 금지법의 특례 법제를 마련하고, 승합 버스 나 지역 은행의 유지를 도모한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현재 지방에 돈이 없습니다. 출산율이 낮아요. 일본 오타루 같은 곳은 경제 전성기 대비 40%가 줄어들었습니다.
급감한 인구로 인한 경제력 약화를 아베 정부는
관광수요로 해결하려고 했던 겁니다.
그래서 승합버스가 필요한 거고 이런 관광 부흥을 지원하기 위해 지역은행을 세우려고 했던 거예요. 사업을 하든, 부흥을 하든 돈은 필요하니까요.
여행불매는 아베의 경제정책 자체에 타격을 줍니다.
원래 소비세 10%는 모든 분야에서 추진하려고 했던 겁니다. 하지만 일부 품목을 먼저 시행하는 것으로 바뀌었죠. 하지만 이제 그것조차 못하게 됐습니다. 지역에 돈이 없는데 증세 잘못하면 아예 지역 자체가 무너질 수 있습니다. 표를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실제로 돗토리현이 타격을 입자 지자체에서 관광인프라에 긴급자금을 투입한 것이 보도되었습니다. 돗토리는 이전부터 한국관광객 유치로 먹고사는 동네였죠.
경향비즈: 관광객 사라진 돗토리현에 긴급자금 지원
관광을 안 가는 게 일본에는 의외로 큰 타격입니다. 아베가 추진하는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타격이며, 장기적으로 노선이 줄어들면 올림픽 4000만 관광객에도 큰 영향을 줍니다. 당장 간다면 한국, 중국에서 많이 갈 텐데
노선이 줄어서 가격이 비싸지면 갈 사람 자체가 줄어들게 됩니다.
이는 아베 정권 유지에 큰 악영향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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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조선 리더십 경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