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오타루: 사라진 황혼에 매달린 도시 (1)

by 지식공장장

오르골 당을 아시나요?

내가 오타루에 가는 것을 고민하게 한 이유는 바로 가이드북의 멘트였다. 주로 나와있는 내용이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 <러브레터>의 촬영지, 조성모의 <가시나무> 뮤직비디오가 촬영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촬영지였던 오르골 당이 유명하다는 내용이다.


도대체 테마가 보이지를 않는다


요 정도만 들어도 테마를 우리가 직접 찾아야 한다는 것 정도는 알겠다.


이 곳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은 바로 ‘오타루 오르골당(小樽オルゴール堂)’이다. 어찌보면 무슨 역사문화유적 같지만 그런 것은 아니고 각종 오르골을 판매하는 것으로 이름난 오타루의 대기업(?)으로 보는게 맞다.


20190619_3일차 오타루 (055)_resize.jpg 우리를 맞이한 곳은 역사라는 테마를 숨긴 상업 공간이었다.


의외였던 건 가게건물에서 힘이 느껴졌던 것이다. 뭔가 사연이 있겠다 싶어 주위를 둘러보니 나무로 된 표지판에 내역이 적혀 있다. 이 건물, 오르골당 1호점은 무려 1912년(메이지 45년)에 지어졌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 보니 확실히 오래전에 지어진 건물 티가 난다. 구조는 고풍스럽고 계단과 통로가 좁은 점, 중앙이 훤히 뚫려 있는 것까지 그렇다.


이런 부분에 생각이 미치니 오르골당 앞에 있는 쓸데없이 시끄러운 시계도 다르게 보인다. 아니나 다를까 메이지 시대에 시계장인 레이먼드 선더스가 만든 증기시계란다. 사람이 간사하다. 이런 배경을 알고 보니 그냥 시끄럽게 들리던 종소리도 나름 다르게 들린다.


뭐든 포장하고 볼 일이다. 그 가치가 달라진다.


개인적으로 쇼핑을 아주 좋아하지만 오타루 같은 쇼핑형 관광지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즐기는 쇼핑은 단순히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다. 직접 사람들의 구매패턴을 돌아보면서 그들의 생활을 연구하고 아이디어를 연구함으로써 특이한 무언가를 발굴하는 것이 나의 쇼핑패턴이다.


서점가면 베스트셀러 코너는 구경도 안하고
실제로 어떤 사람들이 뭘 읽는지 연구하는 게 나의 패턴이다.


이런 사람을 이런 관광지에 집어넣었으니 재미가 있을 리가 있나? 이런 상품은 그들이 만들어 낸 독특함만이 담겨있기 때문에 연구하는 재미가 없다. 게다가 값어치에 비해 비싸다. 그래서 설령 사더라도 집에 고이 모셔 놓는 물건이 되기 마련이다.


오타루가 딱 이런 곳이다. 그냥 무언가를 파는 가게, 먹을 것을 파는 가게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하지만 의외의 모습이 숨겨져 있다.

하나하나보면 잘 모른다. 하지만 홋카이도 개척의 역사, 오르골 당이 지어진 메이지라는 시기를 떠올리며 조그맣게 남아있는 운하를 보면 시선이 바뀐다. 이곳은 한때 삿포로 번영을 상징하던 곳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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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조선 리더십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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