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루가 일본 역사에 편입된 시기는 16세기이다. 1596년 하코다테에 살던 일본인이 오타루로 이주하면서 마을이 생겼고 1869년에야 비로서 행정체재로 재편되었다. 이후 여러가지 변화를 거치면서 우리가 아는 오타루 시가 되었다.
지금은 삿포로의 위성도시이자 오르골 소리만 울려 퍼지는 관광지지만 홋카이도의 개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19세기 말에는 홋카이도에서 하코다테 다음가는 거대 도시였다. 오래전부터 역사를 이어온 하코다테와 달리 새로 개발된 점을 감안하면 홋카이도 개척을 위해 만들어진 도시라고 봐도 좋다.
가이드북 상의 오타루, 관광안내도 상의 오타루만 보면 잘 모르지만 오타루는 의외로 큰 도시다. 우리가 접하는 관광지구 밖에는 지금도 활약하는 항구, 항만이 자리잡고 있다.
이 도시는 일본 본토에서 하코다테로 실어 나른 물류를 홋카이도 각 도시로 보내는 심장이었던 도시다. 이 흔적은 지금도 남아있다. 홋카이도 제2의 대학인 오타루 상과대학이 일본 사회에서 나름 입지가 있는 점, 현재 구 일본은행 지점과 운하가 있는 것이 그 증거다.
이쯤에서 의문이 떠오른다. 한때는 홋카이도 발전의 중추였던 도시가 어째서 오늘날에는 오르골과 먹거리만 파는 관광도시가 된 걸까?
오타루가 이렇게 쇼핑이외의 개성, 정확히 말하면 상업을 위해 만들어진 개성만으로 먹고 사는 이유는 그 개척의 역사가 짧았던 탓이다.
문제는 짧은 역사다. 짧은 역사가 만들어낸 문화의 한계다.
오타루는 홋카이도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 도시였다. 본토가 홋카이도를 개발하는데, 메이지 정부가 사할린으로 진출하는데, 러시아와 전쟁을 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아마 이곳에서 운송이 이뤄지지 않았으면, 식량이 공급되지 않았으면 오늘날의 홋카이도는 없었을 것이다.
이는 달리 말하면 오타루는 삿포로를 키우기 위한 도시였다는 말도 된다. 삿포로가 오늘날의 형태로 홋카이도의 중심도시로 성장하자, 샌프란시스코 조약 등으로 인해 더 이상의 진출이 어려워지자 오타루는 몰락의 길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오타루라도 발전시키면 되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안타깝게도 오타루는 발전이 아닌 운송거점으로 선택받은 도시였다.
오타루는 처음부터 한계가 정해진 도시였다.
평야지역의 삿포로와는 달리 오타루는 하코다테와 마찬가지로 사방에 산이 둘러싸여 있었다. 덕분에 도시로써 커지는데 한계가 있었다. 오늘날이라면 산을 날려버리는 선택이라도 있었겠지만 메이지 시대에는 그것보다는 삿포로를 개발하는 게 여러모로 이득이었을 것이다.
좁은 땅은 한계투성이였다. 공장을 짓는데도 한계가 있었고, 농사를 짓는데도 한계가 있었다. 특히 홋카이도는 겨울농사는 평야이외에서 지을 수 없다는 기후적 한계도 있었다. 산이라면 뿌리까지 얼어버릴 테니까.
이후 삿포로를 중심으로 운송이 발달하고 시장이 발달할수록 사람들은 줄어갔다. 1960년대만 해도 인구가 20만을 넘던 오타루는 인구는 현재 12만에 불과하다. 그리고 인구는 급격히 줄어들 예정이다. 이유는 삿포로다. 애초에 대도시인 삿포로 자체가 젊은이들의 유출로 곤란을 겪는 곳이라 집값 자체가 싸다. 그렇다면 오타루에 기반이 없다면 삿포로에서 사는 것이 여러모로 이득이다.
이후 신 치토세 공항이 세워지면서 삿포로는 본격적으로 커져갔다. 위성도시인 에니와, 키타히로시마 등이 생겼다. 이것이 오타루 인구감소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발전을 맞기도 전에 지역공동화 현상이 생겼다.
현재 오타루는 연간 인구 감소율이 1%에 육박하는 곳이 되었다. 이런 사정을 알고 보니 이 도시가 그렇게 관광에만 힘을 쏟는 이유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산업자체가 발전하지 않아서 관광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좀 어설프다. 볼 거 다 봐도 편도 1시간이면 걸어서 다 볼 수 있는 작은 공간에 무려 오르골 당의 지사가 8개나 있으니까. 관광자원의 다양성, 사람들을 다시 부르는데 한계가 있는 것이다.
오타루의 미래는 밝지 않다.
이는 현대사회의 소도시가 맞이한 운명이다.
일본이 현재 노령인구 비중이 높은 나라인데 오타루는 특히 심하다. 교토처럼 일류기업이 몰린 것도 아니고, 후쿠오카처럼 확장하기 좋은 도시도 아니다.
이렇게 우리는 과거 메이지 시대의 영광을 잃은 도시에서
영광을 잃어가는 다른 도시의 모습을 보게 된다.
오타루의 몰락은 현재진행형이다. 홋카이도는 대한민국의 3/4에 달하는 거대영토다. 하지만 이 땅에 사는 사람이 겨우 550만여명이다. 그 중에서 삿포로의 인구가 200만명인데 그 삿포로도 사람이 빠져나가서 고민인 곳이다. 이런 상황인데 다른 곳은 오죽할까? 어쩌면 홋카이도의 인프라가 부족한 이유가 여기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게 사실 따져보면 남의 일이 아니다. 2019년 들어 한국에서 눈에 띄는 것이 ‘지자체의 인구증가를 위한 공모전’이다. 출산율 0%대로 돌입한 대한민국에서 서울 등 대도시를 제외하면 다 겪은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도시들은 하다못해 지역경제라도 살리기 위해 관광자원을 개발한다. 하지만 그것도 잘해야 한다.
까딱 잘못하면 오타루처럼 성장이 막힌 관광지가 되어버리고 만다.
오타루는 우리 지자체의 반면교사가 되어야 할 곳이다.
이쯤 되면 나의 오타루 관광소감은 듣지 않아도 알 것이다. 난 이 곳에서 후유증이 생겼다. 처음에 가면 볼 게 많고 신기한 곳이다. 하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무려 8개에 달하는 점포에서 오르골 소리를 듣다 보니 울렁증이 생긴 것이다. 이걸 깨달은 것은 TV에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재방송을 봤을 때였다. 극 중에서 남자 주인공 ‘유진 초이’가 오르골을 보는 장면이 있는데 그 소리가 듣기 싫어서 바로 채널을 돌려버린 것이다. 아무리 좋은 음악도 자꾸 들으면 힘들다. 진리다. 그러니 아껴 듣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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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조선 리더십 경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