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벽돌 청사는 워낙 입지가 좋아서 그런지 가이드북에 ‘홋카이도청’으로 실려 있기라도 하다. 하지만 지금 소개할 ‘북해도 개척촌’은 그렇지 않다. 소개된 책을 딱 두 권 봤다. 설명도 빈약하다. 그냥 ‘홋카이도 개척 역사가 재현되었다’는 설명 뿐이다.
아마 역사에 관한 테마를 찾기 위해 사전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으면 이런 곳이 있는 줄도 몰랐을 것이다. 보통 이런 곳은 둘 중 하나다. 정말 볼 게 없거나 혹은 다듬어지지 않은 진주거나, 진짜배기 보물이거나.
이곳에서 제일 먼저 눈에 뜨인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일본답지 않은 융통성이다. 이곳의 입장료는 800엔인데, 이곳을 돌다가 가방안에 100엔 할인쿠폰이 있는 것을 뒤늦게 발견했다. 그래서 박물관에서 나갈 때 지금 쿠폰을 발견했는데 혹시 할인이 되는지 물어봤다.
그런데 된다.
보통 일본은 티켓 구매 당시 할인권을 제시하지 않으면 할인을 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는 다르다. 직원 왈, 직접 출력해서 가지고 오신 거니까 괜찮단다.
그리고 또 하나는 컬러로 된 인쇄물이다. 붉은 벽돌 청사에서 한글로 된 인쇄물은 흑백인쇄가 된 갱지 2장뿐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다르다. 입구에 가면 컬러로 인쇄된 한글 가이드가 놓여있다. 다만 그 이름이 좀 어색하다. 무려 <북해도 개척촌>이다. 다른 관광지와 한글표기를 통일하려면 <홋카이도 개척촌>이 되어야 맞는 게 아닌가?
뭘 이렇게 어렵게 생각하나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어쩌겠나? 여행의 테마를 찾는다는 것 자체가 이렇게 파고드는 데서 나오는 걸.
사설은 그만두고 결론부터 말하면 이곳은 어느 정도의 호기심과 탐구심이 있다면 참 재미있는 장소이다. 테마가 잘 잡혀 있고 콘텐츠가 풍부하다. 게다가 앞서 말한 융통성 덕분에, 만약 일본어가 된다면 그 이상을 끌어낼 수도 있는 월척중의 월척이 바로 <북해도 개척관>이다.
북해도 개척촌은 1983년, 삿포로 외곽의 삼림공원에 지어진 테마파크다. 그런데 그 규모가 범상치 않다. 면적은 무려 54헥타르에 달하며 재현된 건물과 시설은 50여개를 넘어간다. 이게 무슨 이야기냐? 걸을 각오를 하라는 뜻이며 시간분배를 잘하지 않으면 다음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일본은 홋카이도는 오래전부터 일본의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 홋카이도가 일본의 행정구역에 편제된 것은 1869년이다. 이후 하코다테에 있는 마쓰마에 번(松前藩)을 중심으로 개발이 시작된다.
하지만 개발의 중심에 선 것은 하코다테가 아닌 삿포로였다. 개발의 기점이 된 마쓰마에 번은 주위가 산으로 둘러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이래서야 도시확장이 어렵다.
그래서 넓은 평야를 중심으로 삿포로라는 도시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렇게 개발된 홋카이도는 일본의 식민지로 관리되었다. 1898년 공포된 일본 제국 칙령 37호에는 '식민(Colonize)'이란 단어가 사용되고 있다. 아이누 족에게 취한 정책도 식민지를 대하는 것, 더 정확히 말하면 일본제국이 조선을 수탈하던 것과 마찬가지였다. 일본의 식민정책은 원주민들에겐 아픔의 역사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순수 일본인에게 편한 상황이었던 것도 아니다. 홋카이도 개발과정은 몰인정했다. 따듯한 땅을 두고 춥고 험난한 땅에 올 정도면 상황이 절대 좋은 사람들이 아니다. 당연히 치안이 어지러워질 수밖에 없다. 그래도 모자라서 한국인들을 강제로 끌어왔으며 아바시리(網走) 같은 곳은 죄수의 인권을 싹 무시하고 개발하기까지 했다. 듣기만 해도 험난한 상황을 떠올려보니 홋카이도 여성들이 생활력이 강하고 억척스럽다고 평가받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북해도 개척관은 이 험난한 생활을 그대로 담아낸 곳이다.
한국인의 피를 먹고 자라난 곳이다.
가이드북에 보니 30분간 전철을 타고 간 후, 버스를 타고 가라고 되어 있다. 딱 봐도 변두리 느낌이 든다. 이렇게 외곽에 있는 느낌인데 입장료는 800엔이다. 왜 가이드북에서 그렇게 외면 받는지 슬슬 감이 온다.
그리고 안타깝다. 적어도 나에게 <북해도 개척관>은 상상이상으로 좋은 역사테마 여행지이다. 사전에 공부가 되어 있다면 더더욱!
그리고 우리 관광산업 관계자가 좀 봤으면 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메일: inswrite@gmail.com
브런치: https://brunch.co.kr/@hdyoon
저서: <조선 리더십 경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