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의 진짜 목적은 무엇인가?
원문 출처 : http://narsass.tistory.com/393
여러 가지 개인 사정으로 인하여 사업을 시작하신 분, 자영업을 시작하신 분이 많습니다. 대한민국은 43%의 비중으로 그 비중이 OECD톱클래스입니다. 좋게 보면 시장이 활발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 중 80% 넘는 수치가 최저임금 이상을 못 벌고, 그 이상을 벌더라도 3년 후에 사그라지는 확률이 85%에 달하는 세계죠.
그런데 어느 날,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아는 기업, 공기관이 당신과 일을 하고 싶다고 합니다. 자세한 건 미팅에서 의논하자고 하네요.
기분이 좋으실 겁니다. 내 서비스가 대기업이 눈독 들이는 황금알이 됐구나. 나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구나 아자아자!! 공기관이 인정할 정도면 국가가 밀어주는 서비스가 될 거다!!
그런데 일이 그렇게 잘 풀릴까요? 이 미팅은 이성과의 꽁냥꽁냥 한 미팅과는 전혀 다릅니다. 그런데 이걸 모르고 벅찬 마음을 안고 가다 실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원래 계약서에 갑(甲), 을(乙)이란 단순히 무기명적 주체, 객체를 표현하는 용어에 불과했지만 계약이 가진 힘 그리고 약자가 달리 뭘 해 볼 수도 없는 현행 법체계로 인하여 갑은 그야말로 국가 외에는 적이 없는 악의 축으로 자리 잡았으니 이를 우리는 갑질이라고 부릅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마냥 기뻐하지 말고, 리스크가 있음을 인지하고 준비하라는 이야기입니다.
우선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정말 대기업인지 확인하는 일입니다. 대기업 중에서는 의외로 상표권 관리가 안되거나 혹은 상표권을 휘두르기 힘든 이름 아니면 기업 쪽에서 굳이 걸고넘어지지 않는 경우가 의외로 있습니다. 유명 대기업의 이름이 회사명에 들어가 있어서 계열사인 줄 알았더니 알고 보니 다른 법인이더라... 는 것.
또한 유명 회사의 이름을 빌리되, 영문 표기에서 i를 하나 빼거나 X발음을 S로 고쳐서 상표 등록한 경우도 제법 많습니다(위에서 말했듯 국가는 워낙 무서우니 비교적 사칭을 덜 하지만요).
일단 제안을 받으면 연락 온 전화번호, 이메일을 검색해보고 연락한 사람의 부서도 검색해보세요. 이 과정에서 상대방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고, 상대방의 전문 분야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중요합니다. 밑 줄 두 번 치세요.
저도 몇 차례 대기업, 공기관, 지자체와 일을 한 적이 있습니다. 뭘 숨기겠습니까, 저도 대기업 출신이긴 하지만 저런 제안을 받고 처음에는 '이게 먹히는구나!!' 하고 신이 났더랬죠. 그런데 이러면 안 됩니다.
우선 대기업, 공기관이 막 시작한 스타트업, 개인 서비스에 접촉하는 경우는 제법 흔합니다. 사실 SNS 마케팅을 잘 했다면, 자신의 서비스를 잘 표현한 편이라면 거의 만나는 기회예요.
팀장 한 번 달아보신 분들은 동의하실 텐데, 팀장급 회의에 가면 임원이나 총괄 팀장 쪽에서 꼭 나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바로 "뭐 새로운 거 없냐?", "전무님께서 ***사업에 대해 언급하셨는데 뭐 없어?"라는 말이지요.
공부 잘 한 사람들이라 눈치가 빠릅니다. 이 정도만 이야기해주면 뭘 해야 할지 압니다. 다음 미팅 때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들어가야 할 필요성이 생깁니다. 그래서 회의에서 나온 키워드를 바탕으로 검색을 합니다. 그러다 보니 당신의 서비스가 걸린 것이죠.
물론 꼭 이런 건 아닙니다. 본인이 소설을 쓰거나 웹툰을 그리거나 아니면 노래를 너무 잘해서 접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경우에는 미팅의 목적이 분명합니다. 직설적으로 전화상에서 "님의 콘텐츠/아이템에 관심이 있으니 향후 전개에 관해서 의논하고 싶다."라고 밝혀요.
그런데 저 위에선 분명히 '자세한 건 미팅에서 의논하자'라고 합니다. 이건 그쪽에서 아직 아무 확신이 없다는 거예요. 아니 확신이 없는 정도라면 당신이 그 회사와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전제하에 제대로 된 어필을 하면 됩니다.
문제는 단순히 해당 산업의 현황에 대해 조사하고 싶을 뿐인 경우입니다. 이 경우 진짜 목적이 딱 하나예요. A 사업에 대해 검토하라는데 모르니까, 내가 다니는 조직 이름 팔아서 그냥 얘한테 배우고 오자. 정도입니다. 잊지 마세요. 만나서 이야기하자는 제안은 높은 확률로
보고할 거리가 있거나, 자료 파악 및 시장조사를 위해
또는 자신들이 공부하기 위해 접촉하는 경우입니다.
아마 무료 자료제공, 무료 강연을 위해 만든 미팅이라 생각하시면 머리가 맑아지실 겁니다. 그리고 살아남는 필승법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아마 성격이 꼼꼼해서 그런 것 같은데 주변에 창업한 분들이 저런 기업/ 공기관과의 미팅 자리에 저를 부르는 경우가 제법 있습니다. 물론 제가 알고 있는 분야에 한해서 유료 컨설팅의 형식으로 참가하긴 합니다만... 이런 자리에 참가하면 제 입장으로는 어쩔 수 없는 실수가 많이 보입니다.
가장 많이 보이는 실수는 앞에서 말한 '들뜬' 상황인데 이건 아무리 말려도 해결이 되지 않습니다. 어찌 보면 종교에 대한 맹신, 광신 수준이라 (훗날 본인들도 냉정하고 정확한 지적이었다고 인정하는) 어떤 조언도 받지 않아요.
하지만 몇 번 겪어보면 내성이 생깁니다. 하지만 이를 알아도 높은 확률로 '아무것도 못 건질 미팅'에 자신의 재산을 공개하는 경우입니다. 신나서 떠들면 그쪽에서 맞장구를 쳐주고 그러면 신이 나서 중요한 기밀까지 다 말해버리는 겁니다. 그리고 끝이 나는 거죠.
이런 사태를 막으려면 우선 말을 많이 하면 안 됩니다. 그냥 들으세요. 저는 ***에 대해서 좀 듣고 싶어요.라고 말하면 바로 대답합니다. "A님께서 아시는 대로이죠, 그 이상의 지식이 있겠습니까." 정도로요.
용건은 갑 측에서 가져왔습니다. 그렇다면 갑이 말을 해야죠. 안 그런가요?
이렇게 몇 마디 교환하다 보면 (제가 잘 안다는 전제하에) 이 사람이 책을 읽고 온 건지, 진짜 그 사업에 대한 이해가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책을 읽고 왔거나 그냥 말이 끊긴다면 공짜 공부하러 온 사람입니다. 아마 여러분의 서비스에 대해서도 잘 모를 테니 커피 한잔 잘 대접해서 보내면 됩니다.
네? 안 아깝냐고요? 미래의 잠재고객이 될지도 모르는데요. 커피 한잔은 투자라고 생각하세요. 요즘 그리 비싸지도 않은 곳도 있고 회사에 머신이 있으면 원가는 크게 떨어지는 기호품인데요 뭘.
그런데 회사의 급이 높으면 실무진도 노련합니다. 뭐라도 가지고 가야겠다고 하면 미사여구와 함께 서비스에 대한 자료를 요구하지요. 저 같으면 '이미 알고 왔어야 정상 아닌가'라는 생각 때문에 그냥 소개자료를 주고 맙니다. 하지만 이 이상의 자세한 서비스 플랜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는 절대 그냥 주시면 안 됩니다.
- NDA(Non-Disclosure Agreement)를 해당 기업명을 넣어 작성하신 후 책임자의 서명을 받는다.
- 모든 제공 자료에는 <영업비밀이며 이를 공개하면 안 된다>는 경고를 박아둔다.
사실 특허를 등록해두거나, 아니면 영업비밀을 특허청의 영업비밀보호센터에 등록해두면 편해집니다만. 후자면 모를까 전자는 쉽게 하기 힘들죠. 다만 당신의 아이디어가 중요하면 중요할수록, 기술이 중요하면 중요할수록, 리버스 엔지니어링 하기 어려운 기술일수록 NDA는 꼭 작성하고 넘기셔야 합니다.
모든 비즈니스에선 시간이 생명이거늘 이게 뭔 소리야 하시는 분들. 에, 제가 하는 이야기는 시간을 지키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큰일 납니다. 저 아는 사람은 모 대기업과 미팅 잡아놓고 정작 본인은 그 시간에 사우나에서 뻗어버리는 바람에 그쪽을 화나게 해서 일감이 끊어지는 바람에 회사를 접어버린 경우도 있습니다.
시간에 구애받지 말라는 이야기는 가급적 데드라인을 정하지 말라는 이유입니다. 한 예로 비단 힘이 센 기업이 아니더라도 모든 협상에서 갑은 '***가 종료되면 연락드리겠습니다."라고 하지 몇 월 며칠까지 연락 준다고 확실한 기일을 절대 안 정합니다.
비즈니스라는 건 기일에 구애받지 않는 쪽이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 살짝 다른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는데 유명 대기업 출신의 헤드헌터분께서 이런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대기업에서 채용을 할 때 보면 채용 프로세스를 길게 잡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하면 모든 전형에 반년을 소요하는데 이러면 막상 기대한 것보다 연봉이 작고, 보직이 마음에 안 들어도 입사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대략의 프로세스만 적어놨을 뿐, 정확한 일자를 기재하지 않았으니 기업의 책임은 아니고요. 그래서 채용에서는 여러분이 누구나 원하는 특급 인재가 아닌 한, 절대 조급하게 행동하면 안 됩니다.
이를 위 상황과 대입해도 비슷한 결론이 나올 것 같습니다.
갑이 검토 후 결과를 준다고 했는데 그 날까지 대답이 없다? 그럼 마음이 조급 해지지요? 왜 오퍼가 없을까? 그런데 무려 반년이 지난 후 하자는 연락이 옵니다. 그런데 서비스 금액이 형편없어요. 이러면 안 할 것 같죠? 아닙니다. 상당히 높은 확률로 그 계약서에 사인을 하게 됩니다. 마음을 졸였던 시간을 보상받고 싶은 심리죠.
반면 을은 몇 월 며칠까지 준다고 굳이 안 정해도 될 기간을 정해서 대답을 합니다. 얼핏 보면 약속을 잘 지키는 성실한 사람인 것 같지만 노련한 사람이 보면 '비즈니스 초짜라고 광고'라는 꼴입니다. 본인은 그렇다 쳐도 주변 환경이 마음대로 움직여주나요. 하다못해 관공서가 끼면 인증, 인허가 문제로 그런 시간은 대부분 못 지킵니다.
그리고 갑이 날벼락을 내립니다 <약속을 어기시면 어떡하냐고요!!>라고. 이렇게 되면 포커 치면서 좋은 카드 몇 장을 상대방에게 그냥 던져주는 꼴이 됩니다.
검토할 일이 있으면 그냥 검토 후 연락드린다고 하세요. 필요없는 제약을 스스로 만들지 마세요. 그쪽에서 검토 후 연락 준다고 하면 명함 건네주고 다이어리에 적은 후 잊어버리세요. 이러면 상대방의 페이스에 휘말리지 않고, 계약과 비즈니스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협상, 특히 갑과의 협상에서는 먼저 설레발을 친 쪽이 지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전략이 특히 중요하지요.
1. 기대는 최소한으로 접으시고 필요한 최소한의 것만 해주세요.
2. 모든 자료는 NDA임을 표기해서 건네주시고, 계약서를 작성하세요.
3. 모든 콘텐츠, 코어 한 내용을 요구할 때는 응하지 마세요.
4. 약속을 소중하게 지키되 그 무서움을 이해하시고 시간에 집착하지는 마세요.
아는 것이 힘이라고 합니다. 알고 있다면 실천할 수 있고, 실천한다면 자신의 권리를 지키는 것도 가능합니다. 만에 하나 일이 잘못되어서 권리를 빼앗겨도 되찾을 수 있고, 일이 잘되면 기회로 삼아 발돋움할 수도 있죠.
게다가 이런 일은 회사생활을 할 때 벌어지곤 합니다. 저도 많이 겪었어요. 협업 프로젝트가 목표라고 하더니 하는 이야기는 죄다 우리가 거래하던 외국유명기업 A사에 계약조건에 관한 질문만....
비단 기업 간의 거래만이 아니라 회사 생활을 하더라도, 취업을 하더라도 하다 못해 연인과 약속을 하더라도 반드시 활용할 수 있는 비기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