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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식공장장 Oct 11. 2016

와사비 테러, 문화한국의 고민에 답하다

http://narsass.tistory.com/400 (원문 출처)


관광 산업 관련 서적을 보면 <관광 발전단계>라는 것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1차 수준인 쇼핑에 머물러 있다고 합니다. 상당수의 수익이 쇼핑에서 나오고, 상품도 이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이야기죠. 여기서 벗어나려면 문화를 구축해야 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문화를 구축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이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하도 바가지에 강매관광이 문제가 되니까 주목받는 논리가 개인에게 맡길 것이 아니라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왜냐하면 한국에 온 외국인들 (특히 정찰제에 익숙한 일본인들) 이 질색하는 것이, 외국인들만 오면 두세 배씩 올려 받는 건데, 이건 개인의 노력으로도, 상우회의 노력으로도 안되거든요. 직접 단속을 통해서 시정을 해야 할 정도가 되었다는 이야기죠.


이런 상황에서 가장 모범사례로 꼽히는 것이 일본입니다. 관광기반확충, 관광홍보 및 전략도 뛰어나며, 일본 특유의 '오모테나시(オモテナシ)'에 기반한 친절 및 배려(키쿠바리 = 気配り)는 어지간한 CS매뉴얼엔 꼭 나오는 이야기죠. 


그러니 이런 문제가 불거질때마다 일본의 관광산업을 통해 배우자는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관광객이 몰려가면서 정찰제라던가 고객응대 수준이 높고 관광 기반이 잘 갖춰졌다는 점이 다시 부각되고 있고, 한국 입장에선 한국이 중국과 대만의 관광객을 일본에 많이 빼앗긴 상황이라는 점, 다소 무리한 관광객 목표치임에도 이를 3배나 웃도는 150만을 넘는 관광객을 유치했기에 더욱 언급되는 거죠.


그런데, 최근에 일본의 한 사건이, 한국사회가 고민하는 여러가지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 지에 대한 시사점을 줬습니다. 


일본의 시장 스시(이치바 스시)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초밥을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인기가 높은 상점으로 국내에서 출판된 모든 오사카 관련 가이드북에 나올 정도로 인지도가 있는 가게였습니다. 또한 근처 직장인들이 저렴한 가격에 한 잔 하기 위해 들리는 곳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여행 동아리를 중심으로 시장 초밥이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 (일본어를 못한다고 판단되면) 개가 왔다(犬が来た), 춍이 왔다라는 차별적인 발언을 했다

- 와사비(고추냉이)를 듬뿍 담아서 먹고 괴로워하는 것을 보고 즐겼다

* 춍(チョン)은 굉장히 강도높은 한국인 비하 용어로 사회문제로 까지 대두된 적이 있습니다. 

는 이야기가 나온 것입니다. 사실 꽤 오래된 이야기인데 최근에 계기는 정확하지 않지만 여행카페 '네일동'에서 다시 이슈화가 되었습니다. 이것이 트위터를 통해 일본에 전파되어 내부에서도 확산되었고 급기야 야후 재팬(일본 내 1위 포털)에도 동 내용이 게재되었죠. 


덧글 1000개만 넘어가면 대 히트인 게시판에 덧글이 3만 개가 넘을 정도로 대 히트를 쳤으며, 급기야는 일본과 한국의 공중파, 미국(AFP = 연합통신사), 프랑스(르몽드)에 까지 제보가 되었습니다. 뒤에도 다시 언급하겠지만 다른 혐한 사건에 비해 전파속도가 유난히 빠릅니다. 처음에 일본 언론은 이를 무마하려는, 시장스시의 입장을 변호하려는 기획 프로그램을 방영했지만 NHK같은 중도 언론의 기반 보도, 그리고 인터넷 여론이 이 사건을 혐한 사건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제가 굳이 언급하는 이유는 이 사건이 현재 우리 사회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사건과 깊은 관련이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사실 어이가 없고, 오사ㅏ를 자주 방문하는 입장에서 화가 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자꾸 돌아보니까 요즘 한국 사회, 특히 자체 경쟁력, 한류전파, 관광자원 확보에 열을 올리는 한국의 고민에 해답을 줄만한 내용이 다 담겨져 있더군요. 오늘은 이에 대한 내용입니다.



비록 서양권의 실제 관광규모는 적더라도 영문 콘텐츠의 파급력은 무섭습니다. 연합통신의 기사가 전 세계 미국발 기사의 원천이니 사실상 전 세계에 공론화 되었다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1. 국민의 자질? 선진국을 만드는 것은 사회 시스템

2015년, 오사카가 관광도시 오사카를 천명한 이후, 온갖 정책을 펼친 결과 오사카는 관광객 목표 40만(전년도 방문수가 25만이라 이때 다들 오사카 관광청을 비웃었죠)을 세우던 도시에서 150만이 몰려드는 도시가 되었습니다. 까딱하면 2017년에는 200만 관광객도 기대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등인지 여러 가지 잡음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전부터도 있던 혐한문제죠. 최근에 일본에서 혐한 관련 서적만 내면 무조건 베스트셀러 TOP 10에 들어갈 정도로, 혐한기류가 높은 상황이죠. 실제로 일본어가 어술한 한국인을 '와사비 테러'로 조롱한 시장스시는 말할 것도 없고, 또 다른 유명 점포인 오사카의 우오신스시(魚心)는 아예 일본어 메뉴판과 한국어 메뉴판이 다릅니다. 한국어 메뉴가 바가지에요(꼭 가시려면 한국어 메뉴판을 주면 강경하게 일어 메뉴를 요구하셔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뒤집어서 생각해보면 일본인이 가지고 있는 지금의 시민의식, 서비스 정신은 일본인이 특별히 우수해서가 아니라 그에 준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지금까지 많이 언급된 일본의 국민성, 사회의 건전성이 수준이 높다는 것과 조금 다른 이야기입니다.


와사비 테러로 한국인을 괴롭힌 시장스시, 하지만 고객이 일본어로 항의하거나, 들어 올 때 일본어를 잘한다고 판단되면 바로 사과했다고 하며, 반면 일본어가 어술하다고 판단되면 '아 그랬어요(あ、そうでしだか)'라고 대꾸하고 말았다고 합니다. 


왜 이러냐 하면 일본어로 제대로 클레임이 걸리면 그냥 넘어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는 저런 일로 경찰을 불러도 별 문제가 안됩니다. 실제로 친구와 명동에 갔다가 물건을 안사고 나왔는데 직원이 중국어로 '재수없는 놈들 한번만 더 오면 죽여버린다'고 하더군요. 다른 친구가 항의하려고 하길래 조용히 말리고 순찰중인 경찰에게 협박이라며 상황을 알렸지만 표정이 '그래서 어쩌라고?'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대응할 가치도 없다는 거죠. 무려 살해위협으로 간주될 상황인데 말이죠.


그런데 일본의 경우 원칙적으로 음식을 갖고 장난치는 것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중범죄라, 저 자리에서 경찰을 부르면 (바로 대로에 나가면 경찰이 있습니다)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습니다. 먹을 수 없는 음식을 판매한 현장이거든요. 현장 조서 작성 후 본청으로 보내죠. 그 자리에서 연행되기도 합니다. 굳이 경찰까지 안 불러도 매니저 불러서 상황을 이야기하면 그 자리에서 조처를 해줍니다. 직원이 만약 항의하는 고객에게 소리라도 질렀다면 경찰이 정황 파악후 긴급체포합니다(설마 저 상황을 보고 손님을 체포하겠어요). 주변의 폰카 세례와 SNS 파도에 휘말리는 건 덤이죠.


저 시장스시야 그냥 아니라고 하면 된다며 묻어버리려고 했던 것 같지만 제대로 된 대형매장이라던가 백화점 등에선 고객의 기분을 풀기 위해 온갖 조치를 취하죠. 슬금슬금 반말하는 직원이 있을 경우 매니저에게 한 마디 하면 그 직원은 바로 보직해임 및 해고당합니다. 


그래서 만약 시장스시에 방문한 한국인들이 모두 일본어를 잘했다고 가정하면 피해 당할 것도 없이 경찰을 부르면 전액 환불받고 이게 누적되면 해당 업소를 식품위생관련 조례에 의거, 폐업시킬 수 있었을 겁니다(적어도 피해가 수십건은 넘으니까요). 물론 실제로 일본어로 논리적으로 따지고, 상황을 정리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지만요.


무조건 규제 및 강압으로 해결하는 것은 문제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만, 적어도 나쁜짓을 하면 조치가 취해지는 시스템은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뒤집어 말하면 일본이 가진 친절이 유지되는 이유는 선천적인 국민의 우열에 따른 문제가 아닌 시스템의 차이로 인해 생기는 문제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명동, 인사동에서 아무리 바가지를 씌워도 못먹을 음식을 먹이면서 장난쳤다는 이야기는 못들어봤거든요.



2. 왜 파급력이 강한가? 음식 문화인 일본인의 스시

이번 사건은 유난히 전파 속도가 빠른 편입니다. 아시아권을 봐도 빠른 편이지만, 아시아에서 일어난 문제가 이렇게 해외로 급속히 퍼져나가는 건 사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SNS시대라도 말이죠. 미국과 프랑스는 거의 하루 간격으로 대응했습니다.


외신을 자주 보시는 분은 이해하시겠지만, 아시아권 뉴스가 이렇게 빨리 퍼지는게 흔한 일이 아닙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이를 이해하려면 일본이 스시를 어떻게 문화전략으로 다루는지, 일본인에게 스시란 어떤 음식인지를 이해해야 합니다그리고 우리는 여기서 제대로 된 한류전략의 해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예전에 오바마 대통령이 방일(訪日)했을 때 아베 총리가 오바마 대통령을 대접한 곳은 스키바야시 지로(すきやばし次郞)라는 가게입니다. 


89세의 스시 장인이 운영하는 아주 작은 가게인데, 특이한 것은 이 가게가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 셋을 받은 가게긴 하지만 도쿄에서 최고급 스시집도 아니고 그렇다고 가격이 제일 비싼 집도 아닙니다. 주변에 이보다 유명하고 비싸고 고급스러운 가게가 널려있어요. 작은 스시그릇 하나에 10만엔 하는 집도 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왜 아베 총리는 이 가게를 국빈대접용으로 고른 것일까요?



이는 스토리 텔링의 일종입니다. 이 가게는 오너인 오노 지로씨가 1965년 창업, 지금까지 이어왔습니다. 메뉴도, 가격대도 일반 음식보단 당연히 비싸지만 스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납득할 수 있는 구성으로 되어 있지요. 그래서 이 가게에서 뭘 먹으려면 한 달 전에 예약을 해야 합니다. 한정된 소수가 아닌 누구나가 즐길 수 있는, 하지만 최상의 제품과 서비스 제공하며 쉽게 즐기기 힘든 곳이 바로 이 가게입니다. 


즉 이는 스시 세계화를 위한 포석이었던 것입니다. 스시라는 것이 얼마나 역사가 오래된 것이며 일본인이 얼마나 스시를 즐기고 사랑하는지, 장인이 어떠한 스토리를 가진 사람인지 그리고 일본인이 추구하는 (2020 도쿄 올림픽의 테마인) 오모테나시를 잘 보여주는지를 보여준 것이죠. 


이런 포석하에 이 가게를 고른 것이며 오바마와 아베가 스시를 즐기며 일본주(가모쓰루: 賀茂鶴)를 곁들이는 것이 전 세계에 전파를 탔고, 후에 이 가게에 외국인들이 줄을 선 것이 포착되었습니다. 이후 스시관련 뉴스는 전 세계의 관심을 받게 되었죠. 


어떻게보면 철저한 외교 전략일 수도 있겠습니다. 이 사진은 전 세계로 퍼져나가서 일본, 스시, 오모테나시라는 문화를 전파하는데 기여하죠. 브라질 올림픽의 마리오 이벤트도 그렇고


단순히 일본 음식을 알리고 끝낸 것이 아니에요, (위 사진과 같이) 일본, 스시, 오모테나시라는 키워드를 전 세계에 중계한 것입니다. 이건 문화 스토리텔링의 모범적인 사례입니다.


비단 이번 오바마 대통령 방일뿐만 아니라 일본은 전통 식문화(食文化)인 와쇼쿠(和食)를 유네스코 세계 무형유산으로 등록시켰고 이 대표음식을 스시로 삼았으며 많은 투자를 통해 전 세계 대도시에 훈련된 장인을 파견한 스시전문점을 입점시켰습니다. 


그래서 일본인에겐 스시는 단순한 음식이 아닌 세계가 인정한 일본의 문화, 일본하면 떠오르는 키워드이자 자부심인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기반이 보통상황 같으면 크게 이슈화가 안 될 일이 급격히 확산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첫째, 이렇게 국가차원에서 밀어주는 스시를 갖고, 글로벌 진출에 성공해서 일본인에게 자긍심을 안겨준 스시를 갖고 명색이 스시전문점의 장인이 가게가 장난을 친 것입니다. 못먹을 스시를 먹이고 즐기면서 비웃은 것이죠. 


가뜩이나 일본 사회가, 정체된 시장에서 자긍심과 자존감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판에, 자긍심을 안겨준 스시를 가지고 장난을 쳤고, 그래서 평소에는 한국인에 대한 차별이 크게 이슈화가 안 되는 일본의 인터넷 여론이 유난히 분노한 상황입니다. 게다가 이 와중에 중국인 심지어는 일본인 피해자까지 등장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번지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시장 스시는 단순한 혐한 가게가 아닌 일본의 자랑 스시를 모욕한 매국노인 것이죠.


어지간한 반한 이슈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오히려 혐한 발언을 쏟아내는 오사카시 상층부(주요 간부가 혐한정당 인 오사카 유신회 출신)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이게 단순한 관광객 테러가 아니라 오사카의 관광전략, 나아가 국가 전략적 스토리텔링에 초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 왜 이렇게 빨리 퍼졌나? 일본은 예전에 스시를 세계적인 음식으로 만들기 위해 천문학적 예산을 들여 광범위한 홍보채널을 구축했습니다. 이후 오바마 대통령 방일 이후, 이 채널이 효과적으로 가동해서 스시관련 뉴스가 빨리 퍼질 수 있는데 오히려 이게 독이되어 버린 것입니다. 나쁜 소식도 빨리 퍼진 것이죠.


이는 한번 해외 채널을 개척하면 거기서 끝나는게 아니라 관리도 중요함을 말해줍니다.


이런 배경을 알면 우리가 음식 한류를 위해서 단순히 연예인 광고를 할 것이 아니라 어떤 스토리를 짜야 하는지 그것이 국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사후 관리는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3. 다시 한 번 강조되는 기업의 위기 대응

결국 압박에 못 이겨 시장 스시는 사과문을 썼습니다만 그 대응이 심히 안 쓰느니 못한 것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발뺌하더니 인터넷 상에서 증거사진(와사비가 잔뜩 담긴 사진)이 속출하자 


- 한국인은 와사비를 많이 넣어달라고 해서 넣어줬을 뿐이다

- 차별 발언은 없었으나 교육시키겠다


는 사과문을 게재했다는 것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사과문이 아니라 <경과보고>라는 표현을 사용, 사실상 사과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글은 위의 트위터리안의 반응대로 한국에서는 사과문으로 치지도 않는 내용입니다(오히려 여론에 불을 질렀음 질렀지). 일본 사회가 전반적인 대응이 상대를 궁지에 몰아넣지는 않는, 극단적인 표현을 피하는 문화긴 하지만, 이건 이런 범주에서 볼 내용이 아니라 사과의 의지가 없는 수준입니다.


그래서 사과문은 이런 수준이 아니라 여러 가지로 언론대응 방법적인 면에서 문제가 있죠. 실제로 일본 넷의 반응도 '결국 최악의 사고쳤다'가 대세입니다. 기업은 이렇게 사과하면 절대 안됩니다. 사과를 만약 할 경우엔

 


- 공개 채널을 활용해서 사과를 만약 한다면 정말 강도가 센 표현을 사용해서 깊게 한 번 사과하고 끝내야 합니다. 저 글의 내용은 사실상 그런 일이 없으며 사람들이 오해한 것이라는 회피성 발언에 불과합니다.


- 이 글은 일본어로 작성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내용도 그렇고 실제 상황도 그렇고 이 사건의 진원지는 한국이며 현재 많은 피해가 보고된 것도 한국인 관광객입니다. 그런데 일본어로 작성된 것은 의도야 어찌 되었든 정말 사과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분노한 일본 내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수단에 불과합니다. 실제로 위의 2번 항목과 같은 이유로 일본인들도 많이 분노한 상황이니까요.


- 결정적으로 이 체인점을 운영하는 회사는 모든 홍보채널을 닫아버렸습니다, 또한 관련한 문의가 계속들어오자 연락처가 적힌 홈페이지도 폐쇄해서 언론 루트를 완전 차단했습니다



한국과 미국의 언론사가 홍보팀장과 접촉을 하려 했으나 <현재 출장 중이라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출장 중에 담당자와 연락이 안 되는 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건 취업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위기시에는 홍보채널을 100% 가동해야 하며, 오너가 직접 컨트롤 해야합니다. 숨으면 안됩니다.


만약 시장스시가 이를 제대로 해결할 문제가 있었다면 이런 피해가 있었음을 인지하지 못했음을 진심으로 사과하고, 이런 악행이 있었음을 시인함과 동시에 관련자 처벌(현재 두 명이 확인되었습니다)을 동시에 진행했어야 합니다. 일본이라면 모를까 한국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그런 일이 없었다>고 잡아때다가 위기에 오히려 휘발유를 뿌려버린 경우가 많지요. 

이미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구글에서도 별점테러가 이어졌고 (특히 한국어 구글에선 이미 1점대) 처음에는 옹호하는 방송이 나오더니 사태가 심각해지자 혐한, 인종차별 문제를 덮고, 와사비 문제만 다루는 식으로 방향을 바꿨습니다.


마치며

일본은 우리처럼 강하게 사과하는 표현은 잘 안쓰지만, 최근 기업들의 대응을 보면 강하게 사과하는 표현이 많습니다. 어설프게 사과하면 네티즌이 인터넷 여론으로 그 기업을 처벌하자는 분위기에 휩쓸려서 사태가 더욱 커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즉 시대가 변한 것이죠. 


일본의 공중파 반응도 그렇고, 오사카의 부시장 (오사카 유신의 회라는 정당 출신으로 혐한 정당으로 유명한 곳입니다)의 공식 성명도 그렇고 기본적인 입장은 <이는 한국인들의 오해에 불과하며 차별 발언 사실은 없었다>인 상황입니다. 즉 강하게 사과는 커녕 인정할 생각도 없어보입니다. 시장스시든 지방자치자체인 오사카든 말이죠.


하지만 오사카가 재일동포 규모가 무려 20만이 넘는 데다, 대중들의 반응도 반응이라 (혐한 반응도 많지만, 일본의 자랑인 스시를 모욕했다, 음식에 장난을 치다니 도를 넘었다는 반응도 강합니다) 이후의 상황을 지켜볼 필요도 있습니다. 일본 국민은 점유율 1위(분유 90%의 과점 기업)의 유키지루시가 불량 우유를 팔아 피해가 속출하자 불매운동을 통해 깡그리 파산시켜버린 전적이 있는 사람들이니까요. 일본의 자긍심을 가지고 논 시장스시, 아마 그냥 넘어가진 않을 겁니다.


실제 사태가 크게 터지자 정론 언론은 있는 그대로, 우익 및 혐한 언론 및 SNS 유명 인사는 이는 개인적인 문제일 뿐 인종차별 및 일본 전체의 의도는 아니다 = 즉 개인의 일탈로 단정, 일본의 이미지 추락을 피하는 데, 스시와 관련없는 사소한 문제로 포장하는데 전념하는 상황입니다.


우선 이 사건의 여파는 점점 확산되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이런 사태가 오사카에서 터졌으니 주변 가게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주변 가게들의 압박도 작용할 듯 합니다. 2016년 10월 5일 기준으로 지인이 시장스시 (밖에서 찍은)내부 사진을 보여줬는데 저녁 피크 타임인데 고객이 세 명 밖에 없더군요. 국내에 회원수가 10만이 넘는 대형 커뮤니티에선 아예 혐한 가게 리스트가 만들어지고 있을 정도입니다.


한 때는 전통문화와 프랜차이즈의 조화로써 꼽히기로 한 사례였는데, 이제 힘들 듯 합니다. 참고로 이 점포는 장인이 오사카내 6개 점포를 순회하는 식이라, 문제의 장인들은 어느 점포에도 있을 수 있습니다. 2016년 10월 6일 (사진) 기준으로 피크 시간에 가게 안에 손님이 두 사람밖에 없다고 하네요.


앞으로 이런 일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한국 입장에선 우선 해당 업소는 피해야겠죠. 만약 그래도 한국인들이 몰려온다면 오히려 차별이 더 확산될 우려가 있습니다(정말 그러는지 확인하러 간다는 분 계시는데 하지마세요, 정말).


일본에선 잘 찾아보면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먼데서 와서 고맙다고 서비스를 주는 가게도 있고, 한국어 잘하는 직원을 따로 둬서 설명도 잘해주는 곳도 있으며 하다못해 스시만 해도 약간 고급으로 가면 스시긴이라던가 저렴하게 즐기려면 쿠라스시도 있는데 굳이 돈을 써가면서 불쾌한 경험을 할 일도 없고, 일본어를 잘 해서 경찰을 부른다고 쳐도 조서 쓰는 건 피곤한 일입니다. 


마무리를 짓자면 이 사례는 위에서 항목별로 언급했듯이 잘 연구해보면 한국의 관광 인프라 나아가서 한류 인프라 보급을 위한 시사점을 찾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 앞으로의 한국은 제조업이 아닌 문화산업이 먹여 살리는 국가

- 한식의 세계화 나아가 문화 전파를 위해 정말 필요한 것은 스토리

- 이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기업, 지자체는 어떤 대응을 해야 하는지


이번 사례를 통해 진지하게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 관광산업, 한국의 사회문화가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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