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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식공장장 Nov 30. 2016

인간이 AI를 넘어서는 방법

구글 번역 사용기?

참조 글

알파고가 보여주는 인간과 로봇의 거리

AI혁명 후 인간의 운명은?

인공지능 시대 당신은 얼마나 준비되셨습니까?


구글의 새로운 번역 써보셨나요?

2016년 11월 15일, 구글이 서비스하는 구글 번역(Google Translation)에 인공신경망이 도입된 번역 서비스가 적용되었습니다. 보도자료 왈, 기존에 서비스되던 기계 번역 서비스와는 달리, 향상된 품질의 번역을 제공한다고 해서 호기심이 가득한 제가 직접 테스트를 해보았습니다. 


우선 영어와 일본어의 경우, 제품 설명서, 회사 소개 등의 정형화된 패턴의 글은 아주 매끄럽게 의역까지 해가며 번역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특히 전 세계에 공통적으로 발매된 IT기기의 매뉴얼은 제품의 매뉴얼과 비교해도 차이가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번역할 정도였습니다. 아무래도 양쪽 다 기업이 전문가를 고용하여 쓴 데이터가 있고, 또 이를 응용한 사례도 구글의 빅데이터에 있으니 이것을 바탕으로 의역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호기심을 갖고, 다양한 실험을 하자 한계가 드러났습니다. 한 예로 (구글이 중국 서비스를 하지 않은 기간이 길어) DB가 적을 수밖에 없는 중국어의 경우, 번역품질의 변화는 기존의 구글 번역과 차이가 거의 없습니다. 예전에 테스트 겸 돌려본 번역물을 문서 대조 프로그램을 통해 돌려보니 거의 차이가 없었고, 제품으로 쓸 수준도 안되더군요.


또한 정형화된 문서, 기업체 소개 등 격식이 요구되는 것이 아닌 아티스트, 크리에이터의 자기 소개문 등 격식이 없는 문서의 경우 발 번역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새로운 구글의 번역이 많이 성장했지만 아직 갈길이 먼 것처럼 보이죠? 앞으로 성장해야 할 일이 많은 것처럼 보이죠. 하지만 저는 이미 이 시점에서 인간, 최소한 번역사는 AI에 잠식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한국의 번역 시장에서 가장 단가가 높은 것은 대기업이 진출한 분야이고, 이 대기업 중에서는 제조업 분야입니다. 관련 설명서, 매뉴얼, 부품에 관련된 기술정보 등의 고급 정보의 단가가 비싸죠. 전문지식이 필요한 데다 이 문서만으로도 해외의 기술을 국내로, 반대로 국내 기술을 해외로 전달하는데 아무런 장애가 없어야 하므로 아무나 덤벼들 수 없는 번역이었죠. 보통 관련학과 전공자이면서 어학에 능통한 사람들이 달려드는 분야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가진 자료들을 돌려보니, 새로운 구글 번역은 이런 기술 관련 번역문서를 거의 완벽하게 번역합니다. 아무래도 내용 자체가 정형화된 문장이 많고, 당시에는 최첨단 기술이었지만 지금은 일반인들도 잘 아는 용어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고유명사의 이해에 문제가 없기 때문일 겁니다.


그렇다면 구글 검색에 관련 정보가 들어가 있다면 완벽한 번역이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아닐까요? 그건 맞습니다. 그리고 조금 시야가 넓으신 분들은 이미 번역시장은 상당 부분 AI가 대체할 수 있음도 읽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더 넓으신 분들은 상당수의 업무를 AI가 대체하고, 이를 관리하는 인력만 있으면 회사가 돌아간다는 것도 아실 수 있겠죠. 뭐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만, 그렇다면 인간은 이제 백기를 휙휙 흔들어야 할까요?


저는 예전에 일하면서, 공부하면서 저를 힘들게 했던 번역물을 돌려보면서, 현재 상당 업무를 AI가 대체 가능하나, 인간에겐 희망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 키워드는 AI의 본질 그리고 창의성입니다.


AI, 도전을 그만두다 

예전에 IBM의 왓슨이 도쿄대에 합격할 수 있는 AI를 개발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적은 적이 있는데, 사실 도쿄대에 도전하는 AI가 하나뿐이 아니었습니다. 까딱하면 한 과의 입학생 전부가 AI였을 수도 있겠군요. 그런데 그중 일본국립정보학연구소(NII)가 개발하던 도우로보군(東ロボ くん=도쿄대 + 로봇 군)이 도쿄대 입시를 포기했다는 발표가 났습니다. 


문제가 된 부분은 언어, 수학 수식을 풀어내는 능력은 인간을 한참 뛰어넘어 문제를 풀 수 있었지만 독해를 통해 작가의 의도를 이해하고, 이를 문제풀이에 응용하는데 한계를 드러냈다고 합니다. 결국 NII는 도우로보군의 도쿄대 입시를 포기하고 수학, 과학 등 잘하는 분야를 해결하는데 주력한다고 합니다(나머지 로봇들은 계속 도전하겠지만요?).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느냐? 저런 문제를 낼 때는 출제자가 작품의 의도를 나름대로 파악하고, 수험생에게 이 의도를 이해하는 장치를 만들어야 합니다. 여기엔 창의성이 필수로 들어가죠? 그런데 이 창의성이 워낙 범위가 넓어서 때로는 저자의 의도를 벗어나기도 합니다. 최승호 시인이 자기 작품이 나온 문제를 풀었는데 작가의 의도를 묻는 문제를 틀렸다고 하죠? 이렇듯 창의성은 범주가 다양하고 또 우리는 이런 창의성 중 일부가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AI 도우로보군은 우리에게 힌트를 주었습니다. 인간이 살아남기 위한 길을요.


앞으로 살아남을 일자리의 특징

여러분이 아는 고소득 전문직은 뭐가 있을까요? 의사? 약사? 컨설턴트? 금융전문가? 법률전문가? 어느 하나 되기가 보통 힘든 직업이 아니고, 아무리 경쟁이 치열하다고 해도 일반 샐러리맨보다는 훨씬 잘 버는 직종들입니다. 과연 이 직종들은 어떻게 될까요? 저는 AI가 이들을 어느 정도 대체할 수 있다고 봅니다.


우선 법률전문가의 경우를 볼까요. 대한민국의 판사, 제 지인 중에도 몇 사람이 있는데 이 판사 한 명이 재판에 쏟는 시간은 최저 10분인 경우도 있으나 이 10분을 위해 판사가 쏟는 시간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합니다. 특히 적당주의가 아닌 성실한 곰 타입의 판사는 잘못된 판결이 나지 않도록 판례를 찾는데 많은 시간을 쓴다고 하죠.


그런데 만약 AI가 도입된다면? 제가 생각할 때는 피고, 원고의 관련 데이터를 넣으면 해당 조건하에서의 각 판례, 평균 형량 및 벌금 등이 산출될 걸로 보이며, 이는 지금의 판례를 DB 화하면 지금도 가능한 일입니다. AI가 한다면 일도 아니겠죠.


다만 여기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단순 사건의 경우는 형량, 벌금, 승소율, 기소율이 바로 나올 수 있음을 정보화 시대에 익숙한 우리들은 쉽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 사건이 아니라면 판사와 변호사는 서로 간의 대화를 통해 사건을 해결해야 합니다. 우리는 판사와 변호사간의 합의를 통해, 선처를 구하는 모습이라던가 더 큰 악을 잡기 위한 진술을 얻기 위해 협의하는 모습을 영화, 드라마를 통해 보아왔죠. 


또한 성인들도 잘 안 벌이는 흉악범죄를 청소년이 저지르는 일도, 그래서 처벌 연령에 관한 논쟁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사회의 변화를 소통하고, 고민해서 해결하는 것은 인간밖에 할 수 없습니다. 


반면 AI가 대체하면 더욱 좋은 분야도 있습니다. 바로 금융부문인데요. 예전에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증권 애널리스트들의 녹취록 기억하시나요? 이 녹취록은 본인들의 실적 상승 및 회사 임원이 미는 투자 상품의 팔기 위해 이 상품이 부실한 상품임을 알면서도 고객에게 판매했다는 내용이었죠. 임원에게 이쁨 받고, 성과급을 받기 위해서요. 


그런데 만약 이 분야에 AI가 도입된다면, 우리는 과거의 사례를 바탕으로 우수한 상품을 정직하게 골라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불경기에 아무리 펀드매니저가 새로운 금융상품을 권해도, 우리는 채권의 수익률이 과거 불황기에 높았고, 앞으로도 미국이 금리인상을 안 할 경우, 평균 5%의 수익률을 낼 수 있음을 알 수 있죠.


AI는 고객의 수익, 지출 범위를 파악하고 투자성향에 대한 빅데이터를 수집하여 최적의 결과를 낼 수 있습니다. 재무설계라는 게 전문지식이 많이 필요하고 적용하는 게 어려워서 그렇지 의외로 정형화되어 있어요. 급여, 실소득만 알면 적정 투자금액을 알아낼 수 있고, 보험 전에 약관 고르는 것도 AI가 있다면 검진 결과만으로도 뽑아낼 수 있습니다. 기존에는 가족 중에 암환자가 있냐고 물어봤지만 AI가 도입된다면 분석해서, 암 위험군이니 암보험가입을 권할 수도 있겠죠? 오히려 고객의 신뢰를 얻기엔 AI가 낫습니다.


그리고 위에 참조 글에도 있지만 인간은 너무 사람과 닮은, 다른 존재에게 극도의 불안감을 느끼는 만큼 연예인, 연기자를 대체하는 것은 아마 상당한 시일이 지난 시점이 될 겁니다. 이 분야는 오히려 AI가 인간을 너무 훌륭히 따라 하면 문제가 되는 분야니까요.


AI를 받아들이고, 뛰어넘는 법

다만 주의할 것은 현재 AI는 할 수 없는 영역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AI가 이것을 영원히 할 수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아마 언젠가는 인간이 4K 디스플레이로 봐도 이게 진짜 사람인지 아니면 AI인지 구분할 수 없는 날이 올 거예요. 그 날이 오면 연예기획사는 연예인과 닮은 AI한테 일 시키고, 원본 소스(?)에게는 초상권만 지급하는 일도 오겠죠. 


현재 AI에게는 장벽이 있습니다. 하나는 기득권과 사용자의 인식이에요.

예를 들어 그룹의 회장이 아들에게 승계를 시키고 싶고, 이 승계를 정당화하기 위해 아들이 진행하는 A 프로젝트를 밀어준다고 쳐요. 그래서 사전 준비를 한 후 리서치에 특화된 AI인 리서치 군에게 자문을 구했는데? 리서치 군은 A상품 내면 회사 망하니 B상품을 내야 한다고 말하는 겁니다. 그럼 어떻게 될까요? 회장은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AI가 추천한 B상품을 주력상품으로 포진할까요?


회사 생활하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AI 리서치 군은 그날로 짐을 싸고(쌀 짐이 있으려나), 그룹웨어를 통해 <앞으로 신상품 리서치는 AI 안 쓰는 외주업체인 C사에게 일임할 것>이라고요. 


AI는 패턴, 데이터를 통해 최적의 편익을 가진 대안을 찾아냅니다. 이미 그 부분은 인간보다 우수해요. 하지만 AI를 구매할 의사결정자의 속은 읽지를 못해요. 좋은 제품은 꼽을 수 있어도 의사 결정자에 마음에 드는 제품은 꼽지를 못합니다. 사용자의 의식에 교감할 방법이 없고 이런 부문이 AI의 대체에 장애물이 될 겁니다.


또 하나는 창의성입니다. 아까 구글 번역 이야기를 했습니다만 전술했듯 구글 번역은 위에서 말한 사례는 물론 계약서, 판례 등도 매끄럽게 번역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영화, 시를 멋있게 번역하지는 못해요. 이는 인간의 감성이 도입된 일이기 때문입니다. 예? 이미 AI가 그림도 그리고 시도 쓴다고요?


아뇨, 제 판단으로는 이는 AI가 창작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이 그림에서 매력포인트로 보는 부분을, 시에서 감명을 주던 부분을 짜깁기 한데 불과합니다. 창작이 아니에요.


혹시 논문 심사, 문학작품 심사하는 장소, 그림 심사하는 장소에 가보신 적이 있으세요? 심사의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높게 평가받는 것은 창의성과 도전이 아니라 오히려 기존의 답습입니다. 논문은 문헌을 규격에 맞게 참조했는가, 시는 기존의 운율 기법에 맞춰서 써졌나, 그림의 붓터치 기법은 완벽한가에 점수를 더 준다는 것을. 심지어 음악 콩쿠르는 반주자의 감성보다는 작곡가/원저자의 감성이 더 들어간 것이 심사의원들에게 높게 평가받습니다. 감성이 들어간 앨범이 밖에서 아무리 히트 쳐도 말이죠.


이 AI가 그린 그림은 이런 패턴과 기법을 구현해서 그들이 만족할만한 가치를 얻을 수 있는 그림을 만드는데 불과합니다. 


번역을 보죠. Designed by~라고 하는 번역을 기존 구글은 ~의 디자인으로 번역하지만, 신형 구글 번역은 그 대상이 누구이며 어떤 업무를 하는지까지 감지해서 ~의 원안을 참조, ~의 디자인, ~개발 등으로 다양하게 번역해냅니다. 


그런데 그 유명한 Legend of Fall을 넣어보면 가을의 전설이라고 번역합니다. 그런데 이거 문제가 있습니다. 원래 타락의 전설로 번역했어야 할 걸, 포스터 분위기만 보고 가을의 전설로 번역한 거든요. 



게다가 이를 바탕으로 바로 Legarcy of fall이라고 입력하면 무슨 결과가 나오나 하면?


Legarcy of fall은 제가 최근에 플레이한 게임에서 나온 <타락한 자의 유산>의 원문입니다. 그런데 구글 번역은 제가 바로 전에 저걸 검색해서 그런지 가을의 전설에서 전설만 뚝 떼어다가 저렇게 번역을 하는군요. 게임에 가을은 나오지도 않는데 말이죠?


아마 기존의 기술 번역사, 제품 번역사의 일은 급감할 거예요. 하지만 오히려 창의성을 갖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람이라면 더 큰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많은 회사들이 빠른 납기를 선호하고, 비밀주의가 많아서 그렇지 번역 업을 창조적으로 수행하는 사람은 많습니다. 디즈니의 유명 영화 겨울왕국의 원제는 Frozen이죠? 다른 나라는 안나와 눈의 여왕, 빙상 시대 같은 뜬금없는 번역을 했는데 한국 번역자는 겨울왕국이라는, 작품 배경이 한 번에 이해되는 초월 번역을 했습니다. 


이런 흐름을 본다면 앞으로 기존의 매뉴얼, 사양서 같은 번역 의뢰는 줄고, AI가 할 수 없는 번역을 하는 사람이 시장에서 살아남게 될 겁니다. 물론 번역사에게는 AI라는 적에 대해 연구하고, 대비하고 발전해야 하므로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해야겠지만요. 


마치며

아마 앞으로의 시대에서는 한 직장에서 한 부문에서 몇 년이라는 개념은 없어질 겁니다. 고 노무현 대통령께서 변호사 시절에 왜 그렇게 성공하셨는지 아세요? 상고 출신이라 학벌 때문에 수임이 잘 안 들어오시니까, 당시 변호사들이 안 하던 공증을 하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공증 수요가 꽤 되는 데다, 이윤이 많아서 자산을 모으실 수 있었고 급기야 그쪽을 바라보지도 않던 다른 변호사들도 공증업무를 시작했다고 하죠.


사실 AI가 생소해서 그렇지 환경에 따라 변화하고, 다양한 경험을 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공식은 오래전부터 있어왔습니다. 껏 해야 생소한 것은 그게 다른 경쟁자나 신기술이 아니라 인공지능이라는 가상 인격을 가진 객체라 낯설어서 사람들이 혼란스러운 것일 뿐이에요. 그냥 어차피 변화하고 진화해야 할 거 이번엔 상대가 AI다 정도로 생각하시는 게 좋다고 봅니다.


아무리 AI가 대단해도, 데이터를 분석하고 패턴을 찾아내고 계산하는 기술일 뿐입니다. 감정을 다루고, 인간관계를 조율하고 이를 통해 창의적인 결과를 만드는 것은 결국 인간이 할 일입니다. 


결국 AI는 아무리 뛰어나도 인간을 따라오는 팔로워가 될 수 밖엔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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