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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식공장장 Oct 12. 2017

닌텐도 미니의 진짜 히트 요인

앞으로의 마케팅에 대하여

1. 2016년, 7월 14일 닌텐도 아메리카는 NES클래식이라는 이름으로 ‘미니어처 NES 복각판’을 출시한다고 발표, 2016년 11월 11일 발매했습니다. 가격은 59.99달러였죠. 이후 동년 9월 30일에는 닌텐도에서 패밀리 컴퓨터(Famicom)의 복각판을 5980엔(세금 별도)에 발매한다고 발표했죠. 일본 발매일은 사실상 같은 날인 2016년 11월 10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닌텐도의 신제품, 보면 볼수록 어이가 없습니다. 최근의 게임 하드웨어는 개별 저장공간을 갖추고, 온라인 스토어를 지원하는 것이 필수적이었고, 펌웨어 업데이트를 통한 지원체제를 갖추는 것이 거의 불문율이었죠.


그런데 이 기기들은 30종의 게임이 내장되어 있고, 그 외의 게임을 추가할 수도 없습니다. 메모리 카드를 사용할 수도 없고 네트워크 지원도 안되므로 완전히 폐쇄된 하드웨어였던 겁니다.  83년에 나온 원본도 게임 교환은 가능했는데요?


내용을 뜯어보면 더욱 가관입니다. 안에는 512m의 메모리가 달려있을 뿐이고 구형 스마트폰에 쓰이는 칩이 붙어있을 뿐입니다. 정말 기본만 갖춘 기기에 불과하죠. 이래서야 80~90년도에 게임을 즐기던 고전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환호할지 몰라도, 확장성이 없는 이 기기가 가진 가능성은 뻔해 보였습니다. 마니아들만 구입할 게 뻔했죠.


2. 그런데 막상 발매일이 되자 기적이 내려왔습니다. 미국판 NES는 아마존에서 발매가 시작되자마자 매진되었고, 이후 판매가인 180달러로 전매상이 일부 물량을 풀었는데 그것마저 전부 매진되어버렸죠.


2016년 2월 7일, 닌텐도는 이 NES클래식(미국 판)의 판매량이 150만을 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일본판은 정확한 수량은 공표하지 않았지만 발매 4일 만에 초도 생산물량인 26만 3천대가 모두 완판 되었고 보도되었습니다. 이후 12월까지 56만 7천대를 팔아치우는 기염을 토했죠. 


마케팅 흐름을 보면 유통망도 제한적이고, 프로모션도 특별히 안 했는데도 불구하고 발매한 지 3개월 만에 약 206만 대가 모두 판매된 겁니다. 그것도 안 팔려서 생산 중단된 게 아니라 안에 들어간 게임의 라이선스 문제 때문에 생산이 중단되는 바람에 206만 대 팔리는 정도로 그친 거죠.


이 기기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아크릴, 프라판을 구해서 직접 복각판을 만드는 등 2차 시장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대체 23년전에 나온 게임기에 어떤 매력이 있길래?


3. 중국의 천 위안(陈禹安) 경영학 교수는 2015년에 출간한 자신의 저서 <TOYLISM: 미래 산업을 바꾸는 진취적 사고 (玩具思维: 改变未来行业的新思维)에서 현대의 산업의 변화에 대해 말한 바 있습니다.


내용인즉, 기존의 산업은 기기의 스펙, 퍼포먼스, 가격대 성능을 중시하는 방향에서 고객에게 흥미를 일으키고 이 흥미를 판매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즉 기존의 툴 리즘(Toolism)에서 토이 리즘( Toylism)으로 마케팅의 방향이 전환되었다는 내용입니다.

이 책 현지가 약 8000원짜리 책 치고는 상당히 괜찮아서 왜 국내에 번역출간하는 회사가 없는지 의아해했는데 2017년이 되어서야 출간되었습니다.

이 패미콤 클래식은 이 책에서 말하는 토이 리즘, 즉 고객에게 재미를 판매하기 시작한 마케팅 전략의 변화를 잘 보여주는 제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기기의 인기는 지금도 프로세서 퍼포먼스, 가격 효율성을 중심으로 마케팅을 하는 기업은 물론 과거의 닌텐도조차 이해할 수 없는 기기죠. 기기의 스펙, 게임의 그래픽으로 경쟁사를 압도해서 기술적 우위와 가격정책으로 경쟁사를 제압하던 회사가 바로 닌텐도거든요.


이 기기, 우선 확장성이 없습니다. 기존의 제품 기획자에게 이런 복고풍 콘셉트의 기기를 설계하라고 하면 온라인 스토어 접속 기능을 넣어서 패미콤용 게임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기기로 만들었겠죠. 즉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설계가 이루어졌을 겁니다.



4. 하지만 닌텐도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각 국가의 각 장르 게임의 유저가 환호할만한 게임을 만든 모음집만 제공했고 이것이 제품에서 재미요소를 추구하는 신세대 소비자들에게 어필한 것이죠. 솔직히 일부 게임들은 요즘 하기엔 좀 그래서, 굳이 게임을 클리어 한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아마 전부 다 해본 사람도 생각보단 적을 거예요. 하지만 이 기기의 목표는 그런 게 아닙니다. 그저 게임이의 게임을 잠깐 돌려보고 그때를 추억하는 재미를 느끼게 하는, 이를 통해 만족시키는 게 목표죠.


닌텐도는 고객에게 기기를 판 게 아니라
흥미와 재미를 느끼게 하는 도구를 판 셈입니다.


이미 많은 제품은 전형적인 스펙 상품이라고 해도 고객에게 재미를 제공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습니다. 닌텐도는 오랜만에 자신들이 추구하는 재미를 판매하는 방법을 깨달았을 뿐이죠.


제 생각인데 여기 선별된 게임들은 단지 판매량과 히트작뿐만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게임들을 위주로 뽑았다고 생각해요(물론 큰 반향을 일으킨 게임 중 없는 것도 있지만). 


한 예로 위 스샷의 테크모 볼은 미국에서 NES 스포츠 게임 붐을 일으킨 선두주자였고, 더블 드래곤2는 NES(FC)에서도 아케이드보다 뛰어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충격(?)을 소비자에게 안겨준 제품이죠. 애초에 판매량 위주였으면 파이널 판타지 1이 아니라 3이 들어가야 했습니다.



5. 꼭 특정인에게 한정된 것이 아닙니다. 사람은 어느 누구나 어린 시절로 회귀하려는 욕구가 있죠. 이게 예전에 톰 행크스가 주연한 영화 BIG (1988)이 한국에서 개봉하던 시절에는 키덜트의 모범사례인 극 중 조시(톰 행크스 분)를 피터팬 증후군, 즉 정신병리학적인 관점에서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기도 했죠(아마 영화를 안 보신 분 같긴 한데요).


그러나 최근의 연구는 이를 세분화시켰습니다. 이것이 키덜트(Kidult)인데, 이는 피터팬 증후군과는 다른, 어른의 마음을 가진 채 동심이 깃든 상품을 소비하면서 동심과 같은 기분을 즐기는 경향이라고 재정의하고 있죠(반면 어린이들은 조기 성인화적 소비성향(어덜테슨트(adultescent))을 보입니다만 이는 나중에 이야기하겠습니다).


닌텐도 클래식은 이를 정확하게 공략했습니다. 사실 게임을 어지간히 즐긴 사람이라도 닌텐도 클래식에 나온 게임들의 선정 이유는 잘 모르실 텐데요, 이 게임들은 전부 발매 당시 사회적인 반향을 일으킨 명작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즉 발매 당시 게임을 즐기던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요소를 갖추고 있었다는 이야기인데요, 닌텐도는 키덜트에게 그때 당시 느꼈던 환희, 충격까지 되새기게 하고 싶었던 것이죠. 지금 해도 재미있는 게임도 있지만, 지금은 도저히 즐길만한 수준이 아닌 게임도 있죠. 


그런데도 키덜트들은 그 게임을 보면서 당시의 추억을 강렬하게 떠올리는 것이죠.

이 사진을 봐주세요. 닌텐도가 괜히 영악한 회사가 아닙니다. 일본판 패미콤 미니의 초도 수량에는 저렇게 당시의 게임 카트리지의 일러스트가 들어간 카드를 별도로 제공했죠. 추억을 보고 즐거워하게 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반면 미국판에는 저런 서비스가 없는데요, 이는 서양 고객들의 당시 성향 = 게임을 사면 겉포장을 버리고 게임팩만을 소지하던 것을 고려한 겁니다. 즉 서양 고객에게 패키지 일러스트는 추억의 대상이 아니니 그냥 빼버린 거죠. 정말 이걸 보면 뱃속에 여우 100마리는 들어있는 것 같습니다.


그들은 상품을 파는 마케팅이 아닌 사람의
라이프 스타일을 파는 마케팅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6. 고객에게 재미와 흥미를 파는 마케팅은 꽤 오래전부터 시도되었습니다. 책 토이 리즘에서는 애플과 샤오미 그리고 테슬러의 사례를 주로 다루고 있는데, 사실 아이폰의 부품 스펙은 삼성의 스펙보다 전부 낮습니다. 카메라 성능도 삼성이 우위죠. 


하지만 2017년 보도자료에서는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이 벌어들인 이익 70%를 쓸어간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성능 위주의 마케팅을 하던 기존 산업군에는 현상은 이해되지만, 파악은 안 되는 현상이겠죠.


이는 애플의 복합적인 마케팅을 경험해보지 못했기에 생겨나는 일입니다. 애플의 마케팅은 단지 기술의 효율적인 마케팅에 있는 게 아니라 디드로(Diderot) 효과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마케팅 기법이 조화를 이루는데 그 진수가 있거든요. 그리고 그 중심에는 지속 가능한 흥미를 판매한다는 전략이 놓여있습니다.


패미콤 클래식, 솔직히 30여 년 게이머인 저도 그 폭발력에 놀라긴 했습니다만, 제품 자체는 흥미를 판다는 원칙에 충실합니다. 그리고 시장은 여기에 화답했죠.


PS4가 발매 하루 만에 100만 대를 판 게 최근 일이라 감을 못 잡으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게임 하드웨어가 발매 3개월 내에 100만 대를 파는 건 굉장히 대단한 성과입니다. 초반 마케팅, 확장 전략에 아무리 잘 세워도 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업계에서 큰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닌텐도의 야심작 Wii U는 발매 1년이 지나도 전 세계 100만 대를 팔지 못했었죠. 소니의 PSVITA는 첫해 500만 대 목표였지만 글로벌 100만 대도 넘기지 못했습니다.


이런 시장에서 닌텐도는 과거의 게임을 파는 것도, 기기를 파는 것도 아니라 단지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며 즐거워할 수 있는 매개체를 팔았습니다. 그리고 이게 지금 소비자의 욕망임을 확실하게 증명했죠.


이게 정체, 침체에서 못 벗어나는 게임업계에 어떻게 작용할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하나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 그리고 이게 게임의 본질에 닿아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할 겁니다. 그리고 이를 반증하듯 2017년 10월에 나온 '닌텐도 클래식 슈퍼패미콤 미니'는 한정 생산이 아니라 아예 정식 생산되기로 결정되었습니다.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려면 이 정도는 해야죠


이는 비단 게임기뿐만이 아니라, 다른 업종에도 적용됩니다. 이 시대에 있는 마케터 모두의 숙제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고객에게 흥미를 어떻게 판매하실 것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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