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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식공장장 Nov 01. 2017

신형 아이보, 감성과 비즈니스의 경계?

합리적이라고 좋은 비즈니스라면 고생도 안하지

1. 소니가 새로운 아이보를 정식 발표했습니다. 2018년 1월 11일에 발매, 2017년 11월 1일 밤11시 1분부터 예약을 개시한다네요. 원래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의 1234 등 감성적인 마케팅을 잘 했죠. 이번에도 그 감성이 살아난 듯 합니다. 


소니 아이보 공식 페이지 (일본어)


그런데 발표내용을 가만히 보니, 관련 사항을 자세히 보니 이래도 괜찮은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AI가 탑재된 로봇 비즈니스로서는 나무랄 곳이 없습니다. 그런데 아이보가 과연 단순한 로봇이자 장난감일까요?


아이보 장례식 모습, 나름대로 컬쳐 쇼크
사람들은 아이보가 죽었다고 장례식까지 하는데?
아이보는 로봇을 넘어선 애완동물입니다.
이 비즈니스의 성공여부도 '애완동물'에 달려있습니다.



1. 불쾌한 골짜기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란 사람은 사람을 닮은 무언가에 공포를 느낀다고 하는 이론입니다. 영화 블레이드 러너에서 복제인간 레프리컨트는 특정 상황에서 인간과 다른 안광을 보이죠. 에반게리온의 감독 안노 히데아키는 일부러 고양이 허리를 인간형의 에반게리온에 넣어서 보는 사람이 무의식적으로 공포를 느끼게 하려고 했다고 합니다. 영화 폴라 익스프레스는 톰 행크스와 너무나 닮았지만 이질적인 CG를 보고 아이들이 무서워하는 바람에 흥행에 실패했죠.


그리고 파이널 판타지 영화 (2006)는 너무나 사람과 같을 정도로 잘만든 CG배우가 광채가 없는 눈을 갖고 있었던 것이 이런 불쾌감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너무나 사실적이지만 눈이 이질적이라 사람들의 공포를 자극한 사례입니다 [출처: 파이널 판타지 영화]


여기서 신형 아이보를 보시죠.

너무 실제 개와 닮았습니다. 상단의 링크에서 아이보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정말 강아지 같습니다. 그런데 제 경우 눈도 그렇고, 개와 닮지 않은 라인등을 보면 조금 무서운 생각이 드네요. 이건 저만의 생각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2. 합리적인 비즈니스 모델 이대로 괜찮나?


그런데 비즈니스 모델을 보면 괜찮다는 생각이 더 사라집니다. 아이보의 비즈니스 모델은 


20만엔(한화 198만원)에 본체를 판매

3년간 사용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비용 9만엔, 할부시 2980엔

도중 해약시 위약금 발생.


이게 무슨 이야기인지 풀어보면 하드웨어와 정액요금제를 동시에 판매하는 것입니다. 


아이보는 운용에 필요한 각종 지식과 자원을 클라우드를 통해 전송받습니다. 갱신은 연 1회 이뤄진다고 하니 평상시에는 아이보의 체크에 활용하면서 아이보의 데이터를 수집하는데 쓸지도 모르겠습니다.


문제는 1년간 아이보를 갱신하지 않으면
아이보가 움직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여기서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첫번째는 체납. 우리나라에서 100만원 미만인 핸드폰 할부금을 1년도 못채워서 빼앗기는 사람들이 18%라고 합니다. 2년으로 넘어가면 더 불어나겠죠. 액수와 상품의 성격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할부체납률은 7%~39% 정도라고 합니다. 이 체납률은 비즈니스 저널의 선진국 대상 통계니 일본도 비슷하겠죠.


그런데 아이보는 월 2980엔의 요금제로 움직이는 로봇 애완동물이죠. 이런 상황에서 만약 여러가지 사정으로 돈을 못내면? 


돈이 없다는 이유로 아이보(=애완동물)가 죽어버립니다.


이건 일본의 모바일 비즈니스 흐름을 보면 합리적입니다. 하드웨어(핸드폰)을 팔고 월 3만원 정도의 요금을 부과하는 건 소니가 처음 만든게 아니니까요. 이미 일본 전역에서 익숙하게 받아들여진겁니다. 


그런데 소니가 파는 건 하드웨어를 넘어, 사람들이 감정을 부여하는 애완동물이란 말이죠. 그리고 '차이나는 클라스'에서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님의 강연에 의하면 


사람은 충분히 기계에게 감정과 애정을 불어넣을 수 있다


고 합니다. 그런데 서비스 이용여부로 생명을 잃어버리는 하드웨어를 판다? 이게 과연 그렇게 쉽게 흘러갈까요? 저 같으면 할부금을 못내게 되었는데 어느날 아이보가 축 늘어져서 가만히 있으면 굉장히 충격받을거 같은데요? 결국


기업이 아이보(=애완동물)를 채권상환의 형식으로 뺏는 셈


입니다.


물론 낡은 발상일 수도 있지만 아이보는 개와 닮아서 히트한게 아닙니다. 사람에게 반응해줬기에 히트했죠. 이런 실적이 있으니 최근 트렌드에 맞춰 늘어나는 독거노인, 결혼을 일부러 안하는 고소득 비혼족을 노리고 판매하는 것 같은데 기획부터 비즈니스 모델까지 깔끔하게 합리적이긴 합니다만.


제 생각에는 인간의 감성적 영역의 배려는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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