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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식공장장 Feb 21. 2018

소니, 히라이 카즈오를 존경한다

진정한 CEO의 역할은 무엇인가

1. 소니의 히라이 카즈오(平井 一夫)회장은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에겐 소니의 회장으로 유명하지만 게이머들에겐 소니의 게임부문 자회사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현 SIE)'의 현역이자 사장으로 더 유명한 사람입니다. 


소니의 전반적인 경영악화, 2006년에 발매한 플레이스테이션3의 실패로 인해 소니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만듬과 동시에 혁신의 날개를 빼앗았다고 평가받는 이데이 노부유키(出井伸之)회장이 물러나고 부회장이자 플레이스테이션의 아버지인 쿠타라기 켄(久夛良木健)이 물러났고, 그 이후 취임한 하워드 스트링어 회장이 무리한 콘텐츠 사업으로 소니의 재정까지 위협하다가 물러났죠. 히라이 카즈오는 2012년에 시작된 새 회장 체제하에서 소니의 사장으로 취임했습니다.


2. 하워드 스트링어의 방만한 경영으로 인해 2012년 당시 소니의 상황은 말이 아니었습니다. 투자 손실은 자그만치 5조원, 소니가 살아오면서 받아본적도 없는 Ba-라는 국제투자등급(=부실기업)이었죠. 게다가 소니생명 다음의 수익을 기록한 플레이스테이션3 사업이 너무 많은 돈을 끌어먹은 판이라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이후 히라이 카즈오가 취한 전략은 축소였습니다.


당시 대만의 비지오, 한국의 삼성에 밀리던 TV, 브라비아 부문을 70%가까이 대폭 축소시키고 비주얼 프로덕트로 편입한다던가, 한때 IT산업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VAIO부문까지 상표권을 제외하고 싹 매각해서 독립법인으로 만들더니 급기야 소니의 상징이자 근원이던 워크맨마저 2015년에 분사처리 해버렸습니다.


3. 당시 투자자들과 임원들의 반대는 대단했습니다. 만화 시마과장을 보신 분들은 좀 아실텐데 일본은 회장이 은퇴하면 그냥 백수가 되는게 아니라 고문이라는 형태로 회사에서 사실상 죽을때까지 급여를 주고 경영에 어떻게든 참여할 수 있는 길을 남겨둡니다. 경영권은 없지만 목소리는 낼 수 있다고 할까요?


저렇게 워크맨, VAIO, 브라비아를 처분하자 선배임원들, 상층부, 투자자들은 난리가 났죠. 하지만 히라이 카즈오는 영원한 사업은 없다면서 끈질기게 설득했습니다. 


당연히 소니의 상징이던 뉴욕 타임스퀘어 건물은 물론 전 사옥을 매각하고 임대로 전환했죠. 말 그대로 뼈를 깎아서라도 변신하려고 했던 겁니다.


[출처 : 위키피디아]


4. 이후 히라이 카즈오는 소니의 사업을 대폭 정리, 금융(보험에서 업그레이드), 게임, 엔터테인먼트, 이미징 센서, 모바일로 정리합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비난이 있었죠. 하워드 스트링어 처럼 막무가내로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결과적으로 현재 소니의 이미징센서는 세계 최고 수준까지 올라갔고 게임부문은 아직까지는 업계 1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닌텐도의 닌텐도스위치의 추격속도가 워낙 빠르기 때문입니다). 사업을 줄이는 판에 왜 투자하냐고 비난받던 모바일사업부는 오랜 적자끝에 흑자 및 안정화 되었으며 브라비아마저 프리미엄 시장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중저가 시장에서는 소니에게 경쟁력이 없다는 히라이 카즈오의 판단이 맞아들었다는 겁니다.


5. 이후 히라이 카즈오는 회장직에서 퇴임, 이사회 의장이 되어 경영에서 물러나게 됩니다. 보통 이런 수순이 실패한 회장에게 하는 대우이니 히라이 카즈오가 결국 실패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많아요. 하지만 제 의견은 다릅니다. 그는 소니를 살려냈습니다.


그가 CEO로 취임한 이후, 소니의 적자는 워낙 많아서 티가 안났을 뿐이지 착실히 줄어들었습니다. 2015년 4/4분기에서는 2016년에는 확실히 흑자전환하는 상황까지 이끌어냈고 결국 흑자가 되었죠. 그 외에 적자라고 욕먹던 게임, 모바일, TV시장도 전부 흑자로 돌려놨습니다.


5조원의 적자를 3년만에 청산하고
반석을 굳건히 다져놨습니다

 


5. 일본의 샤프, 파나소닉, 도시바는 세상의 흐름을 보지 못하고 회사의 상징에만 돈을 퍼붓다가 경쟁에서 밀려나서 부도처리, 매각처리가 나버렸습니다. 인텔같은 경우에는 단기적인 성과에만 목을 매다가 연구개발을 등한시 했고, 결국 해킹사태에 휘말려버렸는데 마땅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렸죠. 


이렇게 뭘 취할지, 뭘 버릴지 고민만 하다가 기업의 생명줄을 끊어내는 경우가 급격하게 산업체제가 변화하는 요즘 유난히 많이 일어납니다.


이 와중에 명분에 휘말리지 않고, 글로벌 기업이라는 자존심에만 얽매이지 않고 잘할 수 있는 것만 꾸준히해서 결국 좋은 성과를 만들고 흑자기반의 회사를 후임회장에게 물려준 히라이 카즈오는 훌륭한 경영자라고 생각합니다.

6. 취임 6년차가 되는 2018년 2월, 히라이 카즈오 회장은 퇴임, 후임은 현 소니주식회사 대표집행역이자 CFO인 요시다 켄이치로씨가 이었습니다. 이 발표회에서 소니는 통기영업이익을 7200억엔, 역대 최대 수준으로 수정하면서 


소니의 반석은 튼튼하며 미래는 밝다는 것을 투자자, 소비자
그리고 소니의 직원들에게 확실히 각인시켰습니다.


그의 명예로운 퇴임을 응원하며, 그를 진정한 CEO로써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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