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사회의 진짜 위험과 경고를 묵과하지 마라
1. 트렌드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제 입장에서, 일본 쪽 소식에 관심이 많은 입장에서 요즘 눈에 밟히는 소식은 바로 저출산입니다. 이로 인해 한국에 어떤 영향이 올 지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가 오가는데요. 과연 앞으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2. 최근에 일본 상황에 대한 일부 언론의 보도 중 이건 아니지 하는 생각이 드는 기사 1위가 취업률 100% 기사입니다. 저출산과 경기부양책이 맞아 들어가서 일본의 기업이 고용을 늘린다는 이야기인데 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기사입니까?
그 기사의 내용을 보면 유수 대기업이 신입 채용을 늘렸다고 하는데, 문제는 이 기업들이 전부 보험회사입니다. 일본 정부가 하도 고령층이 느니까, 이 사람들이 퇴직 후에도 일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정책을 펴고 있거든요.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싼 임금으로 고용할 수 있으니 여기 앞장서는 거고요. 보험회사들은 이렇게 노인들의 주머니가 탄탄해지니까 젊은이를 고용하는 겁니다.
이건 장밋빛 상황이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의 위기를 그대로 보여주는 경고입니다
3. 애초에 저출산은 왜 일어날까요? 만혼은 그중 한 가지 이유가 됩니다. 결혼이 워낙 늦어지는데 까딱하다가 가임기를 놓치는 경우가 허다하거든요. 또한 아이를 낳고 싶어도 결혼에 들어가는 비용은 워낙 많이 들어가는데 지금 결혼을 할 주력 세대인 20대 후반 ~ 30대 초반의 부모들은 1997년 외환위기 때 직격탄을 맞은 사람들이 많아요. 그래서 그 전세대와는 달리 보태주려야 보태줄 여력이 없습니다.
대한민국 남녀의 결혼하지 않는 원인 1위는 남자는 돈, 여자는 수준에 맞는 남자가 없다였습니다. 결국 경제력이 큰 원인이 됩니다.
4. 이렇게 경제력이 문제가 되어 아이를 안 낳는다? 이 경제력 문제는 소비 문제로 이어집니다.
이건 한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전 세계가 기계화 및 IT의 도움을 빌어 업무 효용성은 나날이 올라가고 있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인력은 불필요해집니다. 인력이 덜 필요하니까 일자리가 줄고, 그 인력의 역할이 주니까 임금도 줄어들죠. 소득 노동분배율 감소라 할 수 있습니다.
일자리가 주니까 경쟁은 치열해지고, 취업은 어려워지고 한국에선 단군은 고사하고 전 세계 최고 스펙으로도 서류통과조차 안 되는 상황까지 옵니다. 자연스럽게 결혼이 늦어지고, 출산도 줄어들어요. 나이 때문에 못 낳거나 맞벌이 때문에 생활패턴이 딩크족으로 굳거나 아예 아이를 키우기엔 소득 수준이 무리인 상황도 옵니다.
5. 이렇게 아이가 줄어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최근에 남양유업의 실적이 아주 안 좋아서 화제가 되었는데 이는 경쟁사인 매일유업과 달리 남양유업의 분유 매출 비중이 굉장히 높기 때문입니다 (조세일보 기사)
이렇게 분유계가 1차 파동을 겪으면 그다음은 학원들입니다. 2018년 초등학생 입학생이 늘어난다고 하지만 그건 백호, 흑룡띠라는 출산 붐 탓이고 이게 지나면 30만대로 돌입할 겁니다. 2017년 출생아 수는 약 37만 명으로 2016년에 비해 5만 명이 줄어들어버렸습니다.
아이들 수가 줄어들면 사교육, 사학 시장은 못 버팁니다. 이미 일본은 대학이 사라지는 상황까지 나와버렸습니다. 2018년 대입정원이 56만 2454명이죠? 외국인 유학생, 편입 정책 그리고 평생교육원 등으로 버티지만 그게 언제까지 갈까요?
그다음엔 옷 시장이겠죠. 트렌드에 죽고 못 사는 20~30대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시장입니다. 백화점의 경우 3개 층 (여성복, 영캐주얼, 할인매장 및 SPA)을 운용할 정도로 이윤이 잘 나오는 시장인데 이것 자체가 그대로 사라질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아웃도어 매장, 스포츠 매장의 증설로 버텼지만 글세요, 언제까지 갈까요?
뭐 그다음은 뻔합니다. 혼수시장, 결혼시장이죠. 이미 혼수를 줄이는, 간소한 결혼을 하는 트렌드죠? 조만간 혼수 요구하면 개념 없다고 인터넷에서 박살 나는 시대가 올 겁니다.
이렇게 산업들이 하나하나 붕괴될 겁니다
6. 산업이 돌아가려면 유효수요에 달하는 인구가 필요합니다. 인구는 반드시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되어야 해요. 이 인구가 줄어들면 산업들도 영향을 받습니다. 제 아무리 식량산업이 각광받는다고 해도 사람은 보통 세끼를 먹습니다. 스마트폰도 1인 1개, TV도 1 가정 1개로 상당히 많은 산업은 제한된 시장을 갖고 있습니다.
이 시장 제한이 굉장히 빡빡해질 겁니다.
그 타격은 기업에게, 그리고 노동자에게 가겠죠. 그리고 악순환은 이어집니다.
7. 게다가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어떤 사회든 국가적으로 노령인구를 부양해야 합니다. 그런데 노령인구는 갈수록 늘어납니다. 연령 단위로 한계 수명이 5~10년씩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노령인구는 늘어나는데 젊은이들이 줄어들면 젊은이들의 복지부담이 늘어납니다.
노인과 아이를 동시에 보살피는 세대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이건 단순히 부담하는 세금이 많이 들어가는 문제가 아닙니다. 현재 일본은 노인들을 보살필 사회복지사 등의 인력 자체가 부족해서 해외 이민자를 들여다가 이런 일을 맡기고 있습니다.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는 이미 상당수의 젊은이가 노년층을 케어하기 위한 인력으로 빠져나갔고, 그럼에도 수가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8. 일본은 이미 위험단계에 들어갔고, 이 때문에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있죠. 정부와 친화적인 일본 언론이 이를 100% 취업, 아베노믹스의 성과 등으로 포장해서 내보내는데 이를 알고 대비책과 자구책, 선진사례를 보도해야 할 언론이 이를 덥석 물면 어쩌나요?
참조 : 행복한 100세 시대 달성법 (닛케이 비즈니스)
PS : 차라리 제가 쓴 글이 완전히 허황된 망상이라면 좋겠지만요? 오히려 한국은 더 호되게 겪을 확률이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