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들이지 않고 행복해지는 법

생각만 해도 설레는 멋진 일이 아닌가?!

by 히맨

어제 오디션 참석 여부를 묻는 연락이 왔을 때 귀찮음에 아주 잠깐 망설여졌는데,

지금 이 행복감에... 참여 안 했으면 크게 후회할 뻔했다.

사실 오디션장에 도착해서 주변에서 열정적으로 연습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부담스러움과 함께 '내가 너무 가볍게 생각한 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고,

마치 만화 주인공들의 목소리를 듣는 듯한 매력적인 목소리를 가진 참가자들을 보며 주눅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경험은 해봐야지...'하며 연습하는 내 목소리가 옆사람에게 들릴까 조심하며(?) 작은 목소리로 웅얼거리기 시작했다. 적지 않은 양의 대사에 처음에는 조금 당황했지만, 계속 반복하다 보니 이내 조금씩 안정을 찾아갔다.

너무도 잘하는 사람들이 많았기에 혹시나 하는 기대는 오디션장에 도착하자마자 버린 지 오래였기에 긴장은 전혀 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바로 앞의 사람이 들어가니 살짝 긴장되는 마음은 어쩔 수 없더라^^;


1:1 오디션으로 진행되는 1차 오디션 부스의 문이 열렸고, 들어갔다.

도우미 한 분과 함께 심사위원으로 앉아 있는 다른 한 분은 시각장애인.

간단히 인사를 나누는데 밝은 인상이 참 기분을 좋게 했다.

이전에 경험한 봉사들을 통해 느꼈던 그것과 같은 것이었다.


"시작하겠습니다"

"마~법사님!! 오늘도 저를 위해 우주를 건너......"


'엇? 생각보다 잘 읽히는데? 나는 무대 체질인 건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막힘없이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럽게 낭독을 마쳤다.


"운동 좋아하세요??"


나의 낭독을 들은 그녀가 밝은 미소를 띠며 물어봤다.


"네 운동 좋아해요!^^"


깜짝 놀라면서 동시에 나를 알아봐 주는 것 같아 반가운 마음에 바로 대답했다.

목소리 톤이 그리 높지도 낮지도 않고 안정적이어서

운동 장면을 해설하는 봉사를 하면 좋겠다며,

이번 프로젝트에는 조금 힘들겠다는 '탈락'을 알려주었으나,

목소리에 대한 칭찬과 함께 꼭 봉사에 참여해달라는 그녀의 목소리에서 밝은 에너지를 받을 수 있었다.

으레 하는 칭찬일 가능성이 크지만 그럼에도 피곤했던 몸이 깨어나는 듯한 기분 좋은 느낌^^

그렇게 떨어져도 기분이 좋은 오디션을 마쳤고, 관련 봉사단체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장소에 가서 연락처를 얻은 후 오디션장을 빠져나왔다. 약간은 날아갈 듯한 기분 좋은 설렘과 함께^^


물질적인 기부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을 도울 수 있고, 이 과정을 통해 분명 행복해질 수 있다.

내가 가진 작은 능력이 다른 사람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오히려 그 봉사를 하는 사람에게 더욱 큰 힘이 된다.

PCT를 다녀온 것을 공유하고 다음 하이커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지원을 최대한 해주려 노력하는 것은,

나 스스로가 충분히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자존감을 불어넣어준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을 계속하며 먹고살 수 있다면 정말 충만한 삶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따스해진 거리를 걸었다.


그동안 생각에만 그쳤던 시각장애 마라토너 도우미도 올해 실행에 옮겨 봐야겠다.

생각만 해도 벌써 설렌다.


내 능력을 기부한다는 것.

누군가 나를 필요로 한다는 것.

생각만 해도 설레는 멋진 일이 아닌가?!


20160325

by 히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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