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여기서 잠깐 쉬자

정말로 할 말이 없는 듯 혹은 귀찮은 듯

by 히맨

깨끗해진 옷이 가지런히 개어져 테이블 위에 있었다.

전날 저녁, 센터에서 세탁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빨랫감을 담은 주머니를 챙겨 세탁 장소로 갔다.

하지만 시간이 늦어 세탁을 해줄 수 없어 정말 미안하다며 사과를 하는 아주머니.

마치 무슨 큰 잘못이라도 저지른 듯 사과를 하던 그 모습에,

히맨은 오히려 죄송스러운 마음이었다.


제법 큰 나무들이 서서 그늘을 만들어 준다.

계속해서 길을 걸어나가며 조용히 생각에 잠긴다.


'나도 돕고 싶다.'


"PCT가 더 의미 있었으면 해서, 기부를 하고 싶습니다.

1km 당 만원씩 해서 총 4285만 원.

무언가 다른 목표, 새로운 도전을 꿈꾸는 청년을 돕고 싶어요.

이 도전이 또 다른 새로운 도전으로 이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 또한 그들을 위해서라도 하루하루 더 힘내서 포기하지 않고 완주할 수 있기 때문에,

저한테도 좋은 에너지가 될 것 같습니다.

이 일을 도와 주실 분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평소 달리거나 걷는 히맨이 떠올리는 생각과 아이디어들은 언제나 의욕 충만하다.


"여기서 잠깐 쉬자"


형이 말한다.

히맨 역시 같은 생각.

길 옆으로 벤치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영화 속 주인공이 누워 평화로운 한 때를 보내거나 깊은 사색에 빠질 것만 같은,

커다란 나무에 둘러싸여 빛과 그림자가 뒤섞인, 몽환적인 그런 풍경이다.


4월 24일 20시 34분. 텐트 안. 바라클라바를 쓰고 엎드려 누운 히맨.


"네, 오늘은 워너스프링스에서 약 16km 떨어진 사이트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편하게 왔고요, 근데 영상 일기도 점점 귀찮아지네요.

그래도 한 마디라도 하렵니다.

점점 식욕이 늘고 있고요, 이것저것 먹고 싶은 게 많아지네요.

먹기 위해 걷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말로 할 말이 없는 듯 혹은 귀찮은 듯 서둘러 마무리하는 듯 싶더니,

이내 걸으면서 생각했던 기부에 대한 생각을 한 번 더 정리한다.


그러면 오늘도 굿나잇~!


Warner Community Resource Center to Lost Valley Spring Trail

by 히맨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