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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맨 Jun 28. 2016

50킬로미터. 포기하려고 했다.

첫 완주 실패에 대한 반성문을 어떻게 쓸까 생각하면서......

'첫 실패가 되겠지?'


첫 10km.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지나며,

초반부터 계속되는 임도를 달리며 안도감과 방심에,

그리고 산길을 바랐던 내게 약간의 실망감도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그토록 기대하던(?) 산길의 시작......

호기롭게 스틱을 쓰며 성큼성큼 올라섰다.


15km.

서서히 몸이 바닥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가라산 정상에서......


'아, 이거 힘들겠다...'



30km.

얼마 지나지 않아 결국 바닥이 났다.

사람들은 점점 나를 뒤로하고 앞서 나간다.


CP의 사이 거리가 가장 길었던 구간.

결국은 포기를 생각한다.

항상 대회 때마다 적잖이 떠오르는 생각이기는 하지만,

이번엔 좀 다르다.

시간만 허락된다면 터벅터벅 걸으며 완주를 하겠는데,

이미 퍼져버린 몸을, 아픈 발바닥을 이끌고 제한시간 내에 완주하기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었다.


'50km만 채우고 포기하자'


50킬로미터. 포기하려고 했다.

첫 완주 실패에 대한 반성문을 어떻게 쓸까 생각하면서......

'노력 없이 무턱대고 덤비면 이렇게 된다' 하는 교훈도 함께.


50km 지점의 CP에 앉아 일단 찹쌀밥을 말은 된장국을 받아 들고선,

억지로 먹고 있었다. 그때 뒤 이어 나타난, 러너들.

그들 덕분에 끝까지 갈 수 있었다.

아마도 그들의 완주를 향한 보이지 않는 집념이 나를 움직였을 거다.

시간에 쫓기면서도 이렇게 된 거 최선을 다해보자 하며 힘을 쥐어짰다.


결국 완주.

아마도 완주자 중 마지막에서 세 번째로 골인.


경쟁심이든 협동심이든

함께 하는 누군가는 분명,

포기하지 않도록 하는 힘이 있다.


겉으론 내색 않지만 나도 흔들릴 때가 참 많다.

그럴 때 같은 곳을 향해 달리는 누군가가,

옆에, 아니 꼭 옆이 아니더라도 앞이나 뒤에라도 있다면......


20160625

by 히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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