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내게도 이런 일(?)이!'
전철을 타러 가는 길, 커피를 마시며 가고 싶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사이즈 큰 걸로 주세요"
카페에 들어설 때까지 큰 걸 마실까말가 고민하다가,
결국 큰 사이즈의 아메리카노를 한 손에 들고 전철 끝에 자리했다.
노트북 펴놓고 막 작업을 시작. '아 이거 좋아~'하면서 기분이 업되고 있었다.
한 서너 정거장 갔으려나?
정차 후 다시 출발. 노트북만 쳐다보고 있던 그때......
'퍽!'
커피가 바닥으로 다이빙하는 모습을 슬로우모션으로 보게 된다.
난간에 아슬아슬 올려놓았던 커피가 말이다.
하...... 내가 왜 거기에 올려놨을까......ㅠ
어마어마한 커피가 바닥에......
그런데도 가장 먼저 컵에 커피가 좀 남았는지 확인한 내가 가장 먼저 한 생각은,
'아... 거의 못 마셨는데...'
두 번째로는 '음... 나 물티슈 뿐인데......;;'
물티슈로 얼음부터 잡아 컵에 담고 최대한 커피를 닦아보지만 역시나 역부족 ㅠㅠ
결국 반 정도, 아니 여기저기 흐르기 시작한 커피를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는데......
눈 앞에 티슈가 스윽 나타났다!
고개를 들어보니 앞 자리에 앉아있던 여성분이 내게 티슈를 내민거다.
'오 내게도 이런 일(?)이!'
천사같은 모습으로 갑자기 짠 하고 나타난 매직에 살짝 당황했으나 고마운 마음에
"고맙습니다."라고 하긴 했는데 제대로 전달이 됐는지는 모르겠다.
빠르게 손 발을 동원해서 다행히도 엄청난 커피가 객차 여기저기를 습격하는 일은 막을 수 있었다.
'휴~'
정리를 하고도 남은 티슈를 다시 돌려드려야겠다 생각하고 앞 자리를 살폈는데,
당황해서 얼굴도 스치 듯 봐서 그런지,
아름다우셨다는 것 말고는 잘 기억이......^^;
이어폰을 꽂고 독서중인 그녀가 맞는 것 같은데 확신이 서지 않는다.
한 두정거장 정도 고민(?)을 하다가 나도 슬금슬금 다가가 티슈를 내밀었다.
"고맙습니다."
그녀는 조용히 티슈를 받은 후 계속해서 책을 읽는다.
음...... 목소리라도 듣고 싶었던 것 같다.
다시 돌아온 나는 당황하지 않은 척 가는 내내 원래 자리에 앉아 작업을 했다. ㅎ
한편으로는 나몰라라 하지 않고 열심히 바닥을 닦은 내가 자랑스러워 피식하기까지^^;
힐끗힐끗 그녀를 쳐다보다가 그냥 노트북이나 쳐다본다.
환승역 바로 전 쯤 다시 고개를 들었는데,
그녀는 이미 내리고 없었다.
아쉬움.
그래도 기분 좋은^^
by 히맨
- 흑 잘못했습니다 ㅠ 원래 객차에서 뭐 먹고 그럼 안되는건데...... 조심할게요~ㅠ
- 그래도 뒤통수에서 느껴지는 시선을 막아내며 정말 열심히 청소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