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혼자 남겨질 줄 알았다.

2016 지리산 화대 종주 with 팀 살로몬

by 히맨
솔직히...

나는 길 위에 혼자 남겨질 줄 알았다.

천왕봉에서 길을 잠시 헷갈린 나를 발견한 아저씨들이 길을 알려주며,

'살로몬이네? 낙오했구나~'

라는 말을 들으며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였지만

속으로는 얼마나 창피하고 다른 팀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던지......


중봉을 지나 조금만 내려가면 있다고 들었던 거 같은데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늦어서 벌써 철수했구나, 제한 시간 임박해서 겨우 골인해서나 볼 수 있겠구나'

생각하며, 그리고 또

이렇게 된 것에 대한 변명 아닌 변명을 생각하며 한 걸음씩 내디뎠다.


'무릎이 안 좋아서 스틱을 쓰다 보니......'


혹은

'무릎 회복에 신경 쓰다 보니 훈련을 못 했다.......'


혹은 그냥

'훈련 안 하면 이렇게 된다.'


그것도 아니면

'제일 많은 사람의 박수를 받으려고 일부러 이렇게 왔어요'

라고 말할까 라고도^^;


몰라~ 아 힘들어!


PCT와 다르게 트레일 러닝에서는 포기라는 단어를 수십 번 떠올리게 된다.

그렇게 간절하지 않았다는 뜻일 수도 있겠다.

포기가 아니라면, 오늘도 시간에 쫓겨 겨우겨우 완주하겠구나.

아니다 그냥,


포기할까?


그렇게 오르락내리락 지치고 다시 오르락내리락 다시 또 지쳐 멈추고......

스스로 포기하는 내 모습을 볼 자신이 없어 이런 생각도 했다.


그냥 누군가 이제 더 못 뛴다고 나를 멈춰 세워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나를 기다리고 있을 사람들이 생각났다.

이 길에 대해서만큼은 적어도 나보다 큰 열정을 갖고 달려 나간 사람들.

카톡과 사진만으로도 충분히 그 열정이 느껴질 정도로

이 대회를 위해 수없이 땀을 흘리며 또 코스를 분석하며 노력하는 분들이 있는데,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건 둘째 치고, 대체 나는 어떤 노력을 했던가.

내가 보여줄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는 포기 않고 완주해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상도 아니고 그냥 힘들다고 도중에 포기하는 건 노력한 사람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그렇게 생각을,

오르막과 내리막을,

걷다가 멈추다가를 반복을 하다 눈앞에 대피소가 나타났다.

치밭목 대피소, 사람이 모여있었다.

'왜 이렇게 사람이 많지? 대회 끝난 건가? 아니 아직 시간이 있는데?'

몇 발짝 더 내딛고 나서야 날 부르는 팀 살로몬 스태프들의 모습이 보였다.


나를 나무에 기대 앉혔다.

햄버거와 물을 쥐어준다.

땡볕에 따뜻해진 물 대신 시원한 물을 멀리 떨어진 곳에서 떠다 주는,

쥐가 날 거 같다 하니 약을 주고 에너지 음료를 주고,

사실 햄버거가 잘 먹히지 않았는데 꼭 먹어야 한다는 말과 표정, 행동에서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위하는 진심 가득한 그들의 배려에 감동을 먹었다.

그 감동을 먹고선 다시 힘을 낼 수 있었다.

7km 정도 남은 줄 알았는데 10km 남았다며 해맑게 알려주어 헛웃음이 나오는데도,

이상하게도 힘이 날 정도로.

지금 생각해보면 그 쿨함(?)이 남은 길을 즐길 수 있도록 해 준 것 같다.



도로다!
잠깐 2분만 쉬고 갈게요!


라고 말하는 나는 웃고 있었다. 이제 지긋지긋한 산길이 끝났거든^^;

(도로까지 나를 끌어준 보영 누나 고마워요!)

우와 이제 끝났다는 생각으로 내달렸다.

마지막 로드 구간 숨이 턱까지 차 헉헉 대는 순간에도

앞에서 나를 이끌어 달리고 있는 두 사람을 보며

나도 모르게 미친 사람처럼 웃음이 나왔다.

내 길을 응원해주는 사람이 곁에서 함께 달려준다니! 이보다 더 행복한 일이 있을까?


아주 짧은 기간이었지만

마케팅을 위해 억지로 한다는 느낌보다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과 가치를 위한 헌신적인 노력들을 보며

그들의 열정과 진심을 그대로 전달받는 것 같아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내가 도울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들의 길 또한 응원해 주고 싶다.


덕분이에요


뒤풀이 소감 한 마디 때 생각이 정리가 되지 않아,

아쉽게도 햄버거 덕분이라는 한 마디만을 남겼네요^^;

뒤늦은 지금 이렇게 소감을 정리하며 고마움을 전합니다.

함께해준 여러분 덕분입니다!^^


20160814 오후 지리산 화대 종주 마지막 4km의 도로구간을 달리 던 중의 '피식'과 함께,

서울로 돌아가는 차 안, 누구 하나 예외 없이 꿈나라에 빠진 모습에 그들의 치열했을 레이스를 떠올려 보며,

그리고 그날 밤까지.

by 히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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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 END but AND...


나는 스스로 포기하고 싶은 순간을 이겨내는 경험과 과정을 쌓아 올리는 중이다.


가장 많은 사람에게 박수를 받는 방법

가장 확실하지만 어려운, 힘든 방법.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해내는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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