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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맨 Dec 19. 2016

네가 강연을 한다고?!

내 이야기를 하는 것

"내일 강연이 있어서 먼저 가봐야 할 것 같아..."


며칠 전 장례식장. 오랜만에 고등학교 친구를 만났다.

내일 강연이 있어서 먼저 가봐야겠다고 미안하다고 했더니 친구의 눈이 커진다.


"네가 강연을 한다고?!!

말로 강연을 한다고?!"


그러게 말이다. 나도 참 놀랍다.

평생 여러 사람 앞에 서서 말을 하는 일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나는 중고등학교 시절,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한 학생이었다. 아마도 지금도...

일어나서 교과서 읽는 것조차 선뜻 나서지 못하던 아이였다.

그러다가도 달리기 대표를 뽑을 때면 가장 먼저 번쩍 손을 드는,

(그 누구보다  앞에서 달릴 자신이 있었다.)

운동장을 죽어라 뛰어 다니던 아이였다.


"너 인터넷 찾으면 나오는 거 아냐?"


"'PCT 김희남'으로 찾으면 좀 나올걸?"


"엇 여기 있네?"


나도 처음보는 얼마 전의 강연 후기였다.

(질문지 하나하나 스캔해가며 몇 시간 동안 열심히 답을 달아준 보람이 있었다.)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는 걸 친구에게 들켰다. (ㅎㅎㅎㅎ)

내가 이 짓을 - 남들이 말하는 쓸데없는 짓을 -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힘이다.


강연 잘 하라는 친구의 응원을 들으며 그곳을 나왔다.

기분 좋게 역에서 내려 집에 돌아가는 길에 문득 떠올랐다.


'나를 나보다 잘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


내가 세상  누구보다    있는  있었다!

물론 말하는 기술의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그 이전에,

나보다 나를 잘 아는 사람은 세상에 오직 나 하나뿐이다.


“내 이야기를 하는 것”


누구의 이야기도 말고, 내 이야기를 하자.

도복입은 채 악을 쓰며 발차기하는 나,

차디찬 바다에서 부모님 생각하며 버텨낸 훈련,

PCT에서 흘렸던 간절함의 눈물까지도...


 이야기를 내가 하는데 감히 누가 뭐라고   있을까.

그리고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더없는 행복이다.


처음 강연  이런 걱정을 했었다.

'나 말도  못하는데여러 사람들 앞에서  말할  있을까?'

지금은 다르다.

'나 라는 사람이 온전히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이제 해가 밝으면,

나는 나를 이야기하러 간다.


20161218

12월 19일로 넘어간 자정 즈음에...

by 히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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