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맨 이즈 인 제주_Day#1_20170425
'딸깍'
안전벨트를 매는 순간 떠올랐다.
왜 손이 이리도 허전했는지 그 이유가 떠오른 거다. 동시에 나는 순간적으로 어찌할 바를 모르는, 즉 멘붕이 왔다. 한 3초쯤 지났을까? 49J에서 헐레벌떡 일어난 나는 무작정 승무원을 향해 달리듯 걸어나갔다.
"노트북을 카운터에 두고 온 것 같아요"
탑승시간에 쫓겨 정신없이 티켓팅을 했던 나는 카운터에 내려놓은 노트북을 챙길 정신이 없었나 보다.
"어디 노트북인가요? 무슨 색인가요? 커버는 무슨 색이에요?"
와... 머릿속이 새 하얀 게 머릿속에 이미지는 떠오르는데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실버요... 커버는 음... 음... 곤색?"
이렇게 당황해 본 것도 참 오랜만인 것 같다.
친절한 승무원은 곧바로 해당 장소에 연락을 취했다. 아마 한 30초도 채 되지 않아 돌아온 찾았다는 답변은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했다. 출발시간이 임박해 바로 당장 받기는 힘들고 제주에 도착해 있으면 다음 비행 편을 통해 전해주겠단다.
한바탕 난리에 가슴을 쓸어내린 나는 다시 49J에 돌아가 앉았다.
'첫날부터 참 버라이어티하구나.'
'앞으로 참 예측 불가능한 상황들의 향연이겠구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간만에 기분 좋게 나선, 프로젝트이긴 하지만 여행과 다르지 않은 이번 제주도 여정을 완전히 망칠 뻔했다.
공항에서 2시간 정도를 기다려 노트북을 받은 나는 예상보다 많이 늦은 시간에 출발을 했다. 키워드가 '한라산 둘레길'일뿐 목적지와 계획도 없는 그런 여행의 시작이다.
나는 이번에 교통수단은 이용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급히 3킬로미터 정도는 떨어져 있는 듯한 그나마 가까운 마트를 찾아 가스와 물, 에너지바 두 개를 샀다. 그리고 다시 5킬로미터 정도를 걸어 가까운(?) 이호테우 해변 야영장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오랜 시간 도로를 걸었다. 피곤하긴 했지만 예능과도 같았던 대선 토론 생방송이 그나마 혼자 걷기의 지루함을 달래줬다. 이어폰의 소리를 배경 삼아 멍하니 걸었다. 그렇게 해변에 도착했다. 간만에 느끼는 작은 성취감이랄까?
출발 종료시간을 기록하고 구글 지도에는 텐트 사이트를 기록한다. 간만의 기록은 역시 쉽지 않은 일이다.
'와... PCT 때 나는 정말 미쳤었나 보다...'
악착같이 기록했던 그때를 생각하며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환경이 좋지 않냐며 위로를 한다. 사실 길을 찍는 것 외의 기록은 그냥 나의 선택인데도 나도 모르게 애써 에너지를 쏟아가며 기록하려 하는 걸 보면 이것도 참 중독이다. 텐트 치는 과정과 밥 먹는 걸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는 걸 보면 말이다. 보는 사람도 한 두 명 밖에 안되는구먼... 그러더니 갑자기 또 한다는 생각이 가관이다.
'PCT처럼 다이어리 영상과 글을 바로바로 보여주는 건 어떨까?'
내가 지금 잠 안 자고 브런치를 이렇게 쓰고 있는 이유다. ;;;
새로운 기록의 시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결론적으로 나쁘지는 않다는 것.
그리고 기대도 된다는 것.
제주도라는 거울에 비친 히맨의 모습이 궁금하다.
히맨 만의 제주도 거울 만들기를 시작한다.
시~~ 작~!
히맨 이즈 인 제주_Day#1_20170425
제주국제공항 to 이호테우 해변 야영장
20170426_01:38@이호테우 해변 야영장 데크 위 텐트 안
by 히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