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맨 이즈 인 제주_Day#2_20170426
초반의 그러니까 이호테우 해변 근처의 해변길을 제외한 올레길 17코스는 억지로 이어 놓은듯한 느낌을 받았다. 내가 걷지 않은 17코스의 후반부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러면서 거의 대부분이 자연의 길로 잘 이어진 미국의 트레일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참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이트는 생각보다 빨리 도착할 것 같았고 시간 여유가 있었다. 적당한 카페가 나오면 들어갈 생각이었다.
지도에서 검색해보니 사이트로 향하는 길 중간에 카페가 두 개 정도 나왔다. 얼마 가지 않아 멀리서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의 비교적 큰 카페가 나왔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손님은 엄마와 아이뿐 그리고 사장님이 있었다. 의외로 손님이 없는 고요한 매장 분위기가 조금은 낯설었다.
“여긴 어떻게 알고 왔어요?”
“그냥 보이길래 왔어요.^^”
“편한 자리 앉으세요.”
식당이 아닌 굳이 카페를 찾은 가장 커다란 목적인 충전을 위해 본능적으로 콘센트가 있는 자리를 스캔한다. 콘센트가 있는 벽에서 조금 떨어진 자리에 배낭을 내리자마자 먹을 걸 주문한다. 점심 먹었냐 물으시기에 아직 먹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샌드위치 같은 게 있지 않을까 둘러보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5천 원짜리 호두 식빵을 추천해주신다. 아쉬운 대로 5천 원짜리 예가체프와 함께 호두 식빵을 주문한다.
노트북과 고프로, 그리고 보조배터리를 꽂은 후에야 고개를 들어보니 그제야 카페가 눈에 들어왔다. 벽면에는 아름다운 풍경이 프로젝터를 통해 비치고 있었고 왼쪽 창으로는 탁 트인 또 다른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아... 여유롭다.’
호두 식빵은 정말 맛났다. 함께 주신 사과 잼과 함께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사실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기대 이상이었던 건 점심때를 놓쳐버린 배고픔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사장님은 내린 커피가 남았다며 아이스커피를 내주셨고, 마카롱까지 주셨다. ‘마카롱은 달아서 안 먹는데...’라고 생각하며 입에 넣은 마카롱은 ‘오~ 괜찮은데?!’였다.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을 사무엘님과의 카톡에서 나는 당이 떨어져서 그런 거 같다고 얘기했다. 백업한 영상을 바로 전달해 주고픈 나는 웹 드라이브를 통한 업로드를 시도했으나 어마어마한 양의 영상은 당최 올라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쉽지만 올라가서 전달하는 걸로...
“블로그가 나아요? 아니면 인스타그램이 나아요? 요새는 어떤 걸 하나?”
사장님은 오픈한 지 이제 1년 정도 된 이 카페를 알리고 싶어 하셨다. 복도를 지나 옆의 넓은 주방이 붙은 공간에서는 베이킹 클래스도 여는 듯했다. 입소문만 타면 잘 될 것 같은 아늑한 분위기가 오래 나를 잡아둔 것 같다. 최대한 많은 기기들을 충전하고 싶었던 것도 있지만... 너무 오래 카페를 혼자서 전세 낸 듯 쓰는 것 같아, 그리고 왠지 일을 하지 않고 놀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아 다시 일어나 걷기로 했다.
‘공짜로 자는 집’이라는 곳을 사이트로 찍어두고 있었다. 도로 건너편에서 바라본 그곳은 기대했던 공짜가 아니었음은 물론 다른 이름의 간판을 세운 채 폐가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사람도 없는데 그냥 자도 되겠네...’ 했는데 입구에 다다르기 100미터 전부터 개 한 마리가 나를 보며 짖어대기 시작한다. 살짝 겁이 난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더 이상 접근하는 것을 포기하고 뒤로 돌았다. 근데 얘는 슬금슬금 쫓아오는 게 뭐라도 달라고 하는 모양새다. ‘주인이 없는 아이구나... 미안 근데 너한테 줄만한 게 없어...’ 그 아이는 200미터 정도를 경계하는 척 슬금슬금 따라오더니 이내 멈추었다.
‘그나저나 나는 어디서 멈춰야 하나?’
빨리 사이트 잡고 텐트에서 뒹굴뒹굴하고 싶었다. 가정집인지 숙박시설인지 모던한 혹은 아기자기한 집들이 양옆으로 보이는 도로를 계속해서 걸었다. 말이 간간이 보였고 어느 동네든 심지어 미국 동네에서도 개는 항상 짖어댄다.
오르막을 오르다 보니 옆으로 또 다른 언덕길이 보였다. 올라가면 뷰가 죽일 거 같았다.
‘잠깐 올라서 둘러보고 내려오자.’
언덕은 왼쪽으로 초원처럼 펼쳐져있었고 조금 더 시선을 멀리 던진 그때. 그제야 나는 멈출 수 있었다. 지어진지 얼마 안 된 것으로 보이는 깔끔한 정자 하나가 외로이 언덕 위에 자리하고 있었다.
“오~ 대박! 헤헤헤헤~”
내가 오늘 멈춘 곳은 이곳이다.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이곳이다.
히맨 이즈 인 제주_Day#2_20170426
이호테우 해변 야영장 to 한 마을 옆의 언덕 위 정자
20170426_21:43@어느 외로운 정자 위의 텐트 안
by 히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