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날이 참 좋았어요...
조금 전 마지막 인사를 드리고 온 선생님은 트레일 네임을 '해피데이'라고 소개하셨습니다. 올해 하이커 중 저의 책을 가장 먼저 구입해 주신 분이기도 합니다.
첫 인상은 흥 많고 독특한 선생님이셨습니다. 첫 만남 뒤풀이 자리에서 남은 소주를 챙겨가라며 제 가방에 손수 넣어 주시던 때가 기억납니다.(그 소주 두 병은 아직도 집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한국인 하이커로 인해 발생한 문제를 본인의 일처럼 생각하셨고 PCT 협회에 직접 연락하여 직접 피해 보상을 하겠다하시는 모습, 정해진 규칙을 지키고자 스스로 노력하시는 모습은 다른 하이커들의 마음가짐을 다시금 돌아볼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갈비 그리고 막걸리와 함께 했던 마지막 만남에서는 목표와 목적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출국 하루 전날 통화에서는 더 넓고 크게 보고 생각하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아직도 수시로 흥얼거리시던 영화 '대부'의 배경음악이 귓가를 맴돕니다. PCT를 걷다 어디선가 그 노래가 들려온다면 자신인 줄 알라며, 그리고 서로 그 노래를 부르며 만나면 정말 웃길 것 같다고 얘기하며 즐거워하던 그날이 그립습니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따뜻해진 그 잔디 위에서의 여유로움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떠나실 그 길을 앞둔 선생님이 부러웠습니다. 평온한 모습으로 따뜻한 햇살 아래 누워 계신 모습을 보며 저는, 이곳 이 잔디 위에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모여 각자의 길 이야기를 나눌 행복한 연말을 상상했습니다.
‘잘 걷고 계신가?’ 떠올랐을 때 연락드렸어야 했습니다.
마지막 통화 중 미국에서 다시 만나면 정말 좋겠다하며 서로 인사했었는데... 그럴 수 없게 되어 정말 마음이 아픕니다.
많이 그리울 겁니다.
올해 PCT를 걷는 많은 하이커들이 선생님을 생각하며 한 걸음 한 걸음 걸어 나가고 있습니다. 저 또한 말씀해 주신대로 넓게 보며 저만의 길을 한 걸음씩 걸어 나가겠습니다.
천국에서의 걸음이 하루하루 행복하시길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해피데이!
20180421_23:00
2018 PCT 하이커 ‘해피데이’님께
히맨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