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했던 여름을 보내며...
에어컨이 없는 우리 집, 내 방의 실내 온도가 35도에서 내려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2주 넘게 지속된 것 같다.
그동안 가벼운 옷차림의 여름을 좋아했고 선풍기 하나만으로도 웬만한 더위는 어렵지 않게 이겨낼 수 있었는데, 이건 정말 아니지 싶다.
'아 정말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도망치듯 집에서 뛰쳐나와 카페로 향하는 길. 정말 사우디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뜨거움이다. 실제 중동은 어마어마하게 뜨겁기는 하다. 온도계 수은주가 52도까지 치솟는 걸 목격했으니...(하지만 습하진 않지...)
그러다 문득 한 기업의 면접 중에 들은 면접관의 질문이 떠올랐다.
중동이 정말 오지라고 생각하는가?
면접자의 답변은 떠오르지 않지만 아마도 중동을 오지라고 답했을 것이다.
그에 이어진 면접관의 이야기는 이러했다.
중동이 한국보다 뜨겁기는 하지만 기온은 일정한 편이다. 하지만 한국만큼 계절에 따른 기온차가 큰 나라는 많지 않다. '과연 어디가 오지인가?'라는 질문으로 마무리된 이야기.
그 이야기가 꽤나 인상 깊었다.
'정말 상대적인 거구나...'
그러다가도 최근 다시 생각을 해보면,
오지는 기후 환경적 측면에서만 따지는 것 같지는 않다.
오지14[오ː지]
[명사] 해안이나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대륙 내부의 땅. ‘두메’로 순화.
내가 있던 사우디 현장은 도시에서 매우 멀었지만, 드넓은 홍해 바로 옆이었다. 그렇다고 오지가 아니라고 하기엔 적당한 대체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나는 그곳에서 외로움과 무기력함을 동시에 감당해야 했다.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 나는 이곳을 뛰쳐나왔지...
급 마무리이긴 하지만 어쨌든,
'오지'의 기준은 마음속에 있는 것도 같다.
미국에 다녀오는 2주 동안 32도로 떨어진 히맨의 방 실내온도를 기념(?)하며 횡설수설...
by 히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