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어디에서

똑똑, 내 마음의 방

Frigiliana, Spain

by hearida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든다.


사람의 마음속에는

저마다 방 하나가 있지 않을까.


원래

그 방에는 문이 없다.


그래서 마음에 지진이 나거나

돌풍이 치고 폭풍우가 불어올 때마다


방에 있는 것들은 자꾸 떨어지고 깨어지고

결국엔 날아가버리고 마는 것이다.


우리는 몇 번이고 그것을 경험하는 사이에

조금씩 자신만의 방을 지어가기 시작한다.


누군가는 두꺼운 문을 달아 잠그고

누군가는 내어져 있던 많은 것을 서랍에 넣어버리고


또 누군가는

다 버리고 텅 빈 방으로 살아가기도 한다.


비교적 따뜻한 날이 많았던 사람은

문을 활짝 열어 밖을 드나들고


추운 날이 더 많았던 사람은

밖보다 방 안을 꾸미는 데 더 공을 들이는,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왠지 재밌다.


그래,

그렇구나.


우리는 서로의 시간을 통과해 저마다의 날들을 걸어

각기 다른 방을 품고 사는 사람들이구나.


그러니 누군가 소중히 품어온 방을 찾아갈 때는

사랑이라는 선물을 정성스레 들고 가야겠구나.


그러다

또 이런 생각이 든다.


아! 어쩌면 살아오면서 나,

내 방에 부실 공사를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종종

비가 오면 물이 새고


혹한에는 꽁꽁 얼어붙고

보이지 않는 구석은 곰팡이가 스는 거겠다.


그러니 앞으로는 자주

내 마음의 방을 쓸고 닦고 보듬어 주어야겠다.


더러운 때는 벗겨내고

햇살도 비춰주고 환기도 해주면서


나쁜 것은 버리고

좋은 것은 담아가야겠다.


그렇게 그 어느 곳보다

내 마음의 방에 오래오래 머물러야겠구나.


그런 생각을 하며

가만히 마음을 쓰다듬는다.


언젠가 이 마음의 방이 조금 더 넓어진다면

소중한 사람들을 초대해 따뜻한 차를 대접해야지.


당신이 지쳤을 때

쉴 곳을 내어줘야지.


부디 오늘도

모두의 마음의 방에 따스한 행복이 가득하기를.


DSC_2086.JPG Frigiliana, Spain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8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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