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원, '언제 들어도 좋은 말' 중에서
"나 자신을 가꾸는 일이 소중한 이유는 그 일을 함으로써 나와 내 삶이 아직 결론나지 않았다는 걸 스스로 믿고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디로 가는 게 앞으로 가는 건지는 몰라도, 맞는 길로 가고 있는지 확신할 수는 없어도, 적어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건 아니라는 느낌. 그런 느낌을 가질 수만 있다면 하다못해 살이라도 몇 킬로 빼면서 살아가고 싶다. 그게 별 대수로운 일이 아니라 해도, 그런 작은 변화의 여지라도 있어 내 남은 생이, 내 몸과 마음이 이대로 정해져 버리는 것을 막을 수만 있다면 나는 노력할 거다. 언제까지고 결정되지 않을 삶을 위하여."
- 이석원, '언제 들어도 좋은 말' 중에서
예전에는요.
정말 잘 넘어졌어요.
하이힐을 신으면 맨홀 뚜껑에는 꼭 굽이 박히고
계단에서 발을 헛디디고
운동화를 신고도 맨땅에서 발을 삐끗하기도 했어요.
길은 또 얼마나 잘 잃어버렸는지
십년 가까이 산 동네에서
매번 7번 출구로만 나오다 실수로 4번 출구로 나왔던 날,
헤매고 헤매이다
결국 다시 지하철로 들어가 7번 출구로 나와서야 겨우 집을 찾았던 적도 있어요.
내 인생은 왜 이리 시트콤같냐며
친구들 앞에서 웃음섞인 하소연도 참 많이 했는데
언제부턴가 조금씩
걸어도 넘어지지 않고
길도 헤매지 않게 되었습니다.
근데 이상하죠.
실수가 없으면 삶이 좀 멋있어질 줄 알았거든요.
하지만 결국
시트콤에서 다큐로 장르만 바뀌어
멋있지도 재밌지도 않은 매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똑같은 걸음으로
똑같은 길만 걷다보니
너무 익숙해져 버렸네요.
상처도 싫고 고민도 귀찮아
결국 무미건조한 일상을 택하고 만 것은 아닌지.
오늘은 매일 다니던 길 대신 새로운 길로 가볼까 합니다.
내일은 뒤로 한 번 걸어보면 어떨까 하는 싱거운 상상도 해봅니다.
어쨌든, 그게 무엇이든
제 몸괘 마음이 그리고 삶이
그대로 굳어버리지 않게 노력해 보려고요.
매일매일
상상도 못했던 새로운 즐거움이
담뿍 찾아오길.
행복하세요,
오늘도 담뿍.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8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