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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arida Jul 18. 2016

불완전하여 불안한, 그리하여 아름다운

- 에쿠니 가오리, '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

열일곱, 고등학교 1학년.

에쿠니 가오리를 처음 알았습니다.

「냉정과 열정사이-Rosso」를 페이지가 닳도록 읽고 또 읽었어요.

때로는 아오이, 때로는 준세이가 되어 마음이 무너졌다가 다시 세워지기를 여러 번.

"사람의 있을 곳이란 누군가의 가슴속밖에 없는 것이란다"는 말을 가슴에 품고 꿈꾸듯 늘 되내었습니다.


그리고 어느새, 18년이 흘렀습니다.

그녀의 글을 쫓아 시간을 걸어온지도.


에쿠니 가오리의 글은 참 신기합니다.

요란하지 않아요.

특별한 사건 없이, 그러나 곧잘 마음을 흔들고 맙니다.

비일상적인 것을 일상 안으로 끌어들여 꼬옥 안아줍니다.

개성이 넘치다 못해 독특하기까지 한 인물들의 삶을 편견 없이 소박한 언어로 풀어내요.

누구나 지니고 있는 본질적인 외로움.

채워지지 않는 마음의 구멍.

이들을 품고 세상의 주변을 맴도는 소수에게 보내는 그녀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마음에 따스한 햇살이 비춰옵니다.


제게도 살면서 가장 고독했던 날들이 있었어요.

일본에서 보낸 몇 년간의 서러운 낮과 길기만 했던 외로운 밤들.

그 시절 가장 위로가 되었던 것 중 하나는, 그녀의 책을 그녀의 언어로 읽을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김난주 씨가 번역한 그녀의 글은 포근하고 촉촉했거든요.

그런데 직접 맞닿은 에쿠니 가오리의 글은 담담하고 건조하더군요.

물론 그 어느 쪽이든 저는, 늘 좋았습니다.


그녀의 글을 읽을 때마다 마음에는 잔잔한 물결이 일었습니다.

미소가 지어지거나, 가끔은 시린 슬픔도 지나갔어요.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신기하리만큼 편하고 담담했습니다.

그래서 마치, 따뜻한 물이 담긴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는 것 같았어요.


며칠 전 서점에서 다시 에쿠니 가오리의 이름을 마주했습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책을 들어 계산대로 향했어요.

그리고는 곧장 집으로 가 책을 펼쳤습니다.

그런데 페이지를 넘길수록 마음이 불편해졌습니다.

처음 있는 일이었어요.

몇 번이나 자리에서 일어나기를 반복하며, 힘을 들여 끝까지 읽었습니다.


바로 이 책,

「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의 일입니다.




'2번가 집'이 있습니다.


그곳엔 한때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이누야마 집안의 세 자매가 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바람으로 부모님은 이혼을 했습니다.

그리고 세 자매 아사코와 하루코, 이쿠코도 성인이 되어 집을 떠났습니다.

이제, 조그만 맨션으로 재건축된 2번가 집에는 어머니 홀로 머물고 있습니다.


이누야마 집안에는 가훈이 있습니다.


사람은 언젠가는 죽는다. 그러나 그때를 모르니 전전긍긍하지 말고 마음껏 즐겁게 살자.


세 자매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 가훈을 마음에 새깁니다.

그리고 이제, 그런 그녀들 저마다의 삶과 사랑을 엿보려 합니다. 




아사코, 이누야마 집안의 첫째 딸입니다.


그녀는 결혼을 했습니다.

행복하다, 고 그녀는 생각합니다.


남편인 구니카즈 얘기를 할 때면 갑자기 행복해진다. 그것은 정작 남편이 옆에 있을 때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감정이었다. 옆에 있을 때보다는 떨어져 있을 때, 결혼은 그 효과를 발휘한다.


아사코의 행복은 남편이 곁에 없을 때 비로소 존재합니다.

그녀에겐 이제 2번가 집에서의 추억도, 구니카즈가 아직 다정했던 때의 기억도 모두 과거일 뿐입니다.

과거는 과거에 머물러 있을 뿐, 이제 그것은 아무런 힘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건 더 이상 그녀에게 존재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억은 냉동된 식품 같은 것이라고 아사코는 생각한다. 오래되기는 했지만, 시간이 흘러도 그냥 거기에 있다. 썩는 일도 성장하는 일도 없다.
그것들은 멀고도 그리운 무엇이었다. 과거에는 분명하게 알고 있었던, 그러나 '2번가 집'과 마찬가지로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무엇이었다.


남편 구니카즈는 아사코를 사랑합니다.

그것은 사랑, 이라고 그녀는 생각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뭐라 말할 수 있을까요.

구니카즈는 아사코의 전부, 그것만을 원하는걸요.


구니카즈의 사랑 안에서 그녀는 안전합니다.

그렇기에 구니카즈의 사랑이 닿지 않는 곳 - 이를 테면 번잡한 길 혹은 사람들 틈 - 에서 그녀는 곧잘 두려움을 느낍니다.

설령 그가 그녀의 전화를 거부할 때 조차도 아사코는 그에게 거는 통화음을 들으며 안도합니다.

구니카즈가 일하는 동안, 그녀는 자신과 그의 공간인 집과 차에 있을 때 비로소 안심할 수 있습니다.

지켜주기 때문입니다.

실수하지 않는 한, 그것들은 아사코를 지켜줍니다.

아사코는 구니카즈와의 결혼 생활을 충실하게 유지함으로써 행복한 여자로 "보일 수 있음"에 행복합니다.


맨발에 걸친 모스그린 모카신은 구니카즈와 세트로 산 것이다. 왼 손에는 늘 끼고 있는 결혼반지. 아사코는 이렇게 장을 보는 자신이 행복한 여자로 보인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다. 그 자각이 아사코를 만족스럽게, 행복하게 한다.


사랑하므로 구니카즈는 아사코를 오직 자신의 사람으로 두려 합니다.

세상도 친구도 가족까지도, 구니카즈에게는 아사코의 사랑을 자신에게서 앗아가는 존재일 뿐입니다.

그는 아사코가 자신 이외의 것에 마음을 주는 것을 용납할 수 없습니다.

그녀의 시선은 늘 그에게 머물러야 하니까요.

그녀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것, 그것은 구니카즈에게는 더할 수 없는 슬픔 그리고 공포입니다.


언어가 개재되지 않는 신뢰. 이 세상에서 오직 한 사람, 구니카즈는 아사코에게만 그 신뢰를 원하고 있는데.


구니카즈가 종종 아사코에게 휘두르는 폭력.

그 이유 역시 사랑, 이라고 아사코는 생각합니다.

구니카즈가 바라는 신뢰를 자신이 저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를 실망시킨 자신은 벌을 받아야 마땅합니다.

위로받아야 할 것은 자신이 아니라, 마음에 상처를 입은 구니카즈입니다.

멍들어 욱신거리는 상처들은 모두, 그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아사코의 탓입니다.


그렇기에 아사코는 폭력이 지나간 후, 구니카즈가 흘리는 눈물을 닦아주고 잠들 때까지 그의 곁을 지킵니다.

물론 그런 다음 날이면 구니카즈는 아사코를 위해 선물을 사요.

그것은 이미 가지고 있는 책이나 잡지 또는 과자 같은 것들이지만, 구니카즈의 마음이 담긴 것.

아사코는 그가 내미는 선물을 기쁘게 받습니다.


그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아사코는 스스로를 구니카즈라는 섬 안에 가둡니다.

친구나 동료들은 벌써 오래전에 떠나고 없습니다.

한때 그녀의 행복이 충만하던 2번가의 집도 더 이상 그녀가 있을 곳이 아니죠.

끊임없이 그녀에게 손을 내미는 사랑하는 동생들, 하루코와 이쿠코와도 거리를 둡니다.

갈 곳을 모두 제거함으로써 아사코는 지금 자신이 있는 곳의 의미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녀에게는 구니카즈가 전부니까요.


전화를 끊자, 아사코는 기분이 후련해진 것처럼 느껴졌다. 동생의 방문을 거절해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을 곳을 확립했다는 듯이.




이누야마 집안의 둘째 딸, 하루코입니다.


그녀는 능력 있는 커리어 우먼입니다.

학창 시절부터 똑똑했던 그녀는 자매 중 가장 먼저 2번가 집에서 독립하여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어요.

지금은 일본에 돌아와 외국계 회사를 다닙니다.

지금 지내고 있는 집 역시 자신의 힘으로 구입했습니다.


그녀의 집에는 구마키가 있습니다.

구마키는 무명에 가까운 스포츠라이터로, 사실 능력은 거의 없어요.

하지만 하루코에게 그는 더없이 사랑스러운 남자입니다.

두 사람이 함께 지낸지도 벌써 3년.

그동안 구마키는 몇 번이나 청혼했지만 하루코는 모두 거절합니다.


하루코는 결혼에 별 의의를 못 느낀다고 한다. 앞일은 알 수 없다. 당신이나 나나 언제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될지 모른다, 그러니 평생을 같이하겠다는 약속 따위는 애당초 말이 안 되는 것이라면서.


결혼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닙니다.

약속으로 누군가를 묶어둘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뿐이죠.

사람과 사람은 서로의 감정으로만 함께일 수 있는 것.

하루코는 당연히 구마키를 사랑합니다.


내가 구마키를 엄청 좋아하나 봐, 하고 하루코는 생각한다. 34년 동안의 인생에서, 아마 가장 좋아하는 남자일 것이다. 물론 전에 사귄 남자에 대해서도 똑같은 생각을 했고, 그전에 사귄 남자도, 그때는 가장 좋아하는 남자였다.


하루코의 인생은 지금, 더 바랄 것 없이 충족되어 있습니다.


보람 있는 일과 사랑하고 사랑받는 남자. 인생에 더 이상 무엇이 필요할까.




마지막으로 셋째 딸, 이쿠코예요.


그녀는 운전교습학원의 접수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쿠코는 매일 아침 엄마에게 전화해 "잘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또 한 달에 두 번은 혼자 사는 아버지를 찾아가 "느긋한" 막내딸로서의 역할을 다하고요.

아사코와 하루코, 두 언니들에게도 꼬박꼬박 연락을 해요.

그녀는 착하고 사랑스러운 이누야마 집안의 막내딸이자 막냇동생입니다.

 

이쿠코는 예수를 좋아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신앙심과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그러니 세례를 받거나 교회에 나가지는 않아요.

그래도 집에는 예수상과 그림이 제법 있습니다.

좋아하는 건 좋아하는 거니까요.


이쿠코는 매일 일기를 씁니다.

그녀의 일기는 다양하고 또 심오합니다.


이쿠코의 일기는 언제나 심오한데 오늘 내용은 한층 묵직했다. 중심 테마는 사람은 뭘 위해서 사는 것일까, 이다. 이쿠코는 끝에 피그렛이 달린 볼펜으로 써 내려갔다. 사람은 오직 어떤 유의 인생을 만들어가려는 목적으로 평생을 살고 있으며, 가능하면 - 적어도 많은 사람들이 - 그 작업은 중간부터 타인과 함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 가능하면, 만들어간 그 '어떤 유의 인생'의 결과로 아이를 낳아 - 따라서 그 '타인'은 이성이 바람직하다 -, 살아 있는 생물로 자신이 살았던 한 시대를 다른 시대의 생물에게 넘겨주어야 마땅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연애,라고 썼다가 이쿠코는 그 두 글자에 선을 두 번 좍좍 긋고 착각, 이라고 바꿔 쓴다. 그러기 위해서는 착각에 휘둘리지 말고 자신에게 가장 올바른 '타인'을 찾을 필요가 있다.


이쿠코는 연애라는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습니다.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연애, 혹은 사랑의 대상이 아니에요.

필요한 것은 올바른 '타인', 그리고 그와의 올바른 '관계'입니다.


물론 이쿠코는 남자가 많습니다.

언니들이나 또래보다 훨씬 많은 남자를 만나왔죠.

고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내던 "아저씨들".

그때그때 가볍게 만나는 "남자친구들".

절친 사토미의 연인이자 그 역시 절친인 "미츠오"까지.

하지만 육체관계를 가진 남자는 많지만 그들과의 사이에는 조금의 발전도 없어요.

그런 자신을, 이쿠코는 서부영화의 창부 같다고 생각합니다.


늦은 밤, 오해를 풀러 간다는 미츠오를 현관에서 배웅한 이쿠코는 자신을 오래된 서부영화에 등장하는 창부 같다고 생각했다. 남자들이 찾아오고, 그리고 돌아간다.


그리고 이쿠코는 또 생각합니다.


연애를 생략하고 가족을 만들 수 있다면 정말 멋질 텐데. 가족을 아끼고 사랑하고 지키는 엄마가 될 수 있다면 멋질 텐데.


이쿠코는 종종 창 밖을 바라봅니다.

창 너머로 보이는 옆집은 정원에 꽃이 보기 좋게 피어 있어요.

그리고 저녁이면 맛있는 냄새와 부드러운 불빛이 새어나오죠.

그녀에게 옆집 부인은 동경의 대상입니다.




일상은 변화를 맞이합니다.


아사코는 과거와 결별함으로써 구니카즈가 허용하는 삶 너머의 삶을 체념합니다.

그의 사랑에 복종함으로써 이 긴장된 일상을 유지하려 하는 거죠.

구니카즈의 폭력을 눈치챈 하루코와 이쿠코의 걱정을 그녀는 그저 웃음으로 넘깁니다.

아무리 자매 사이라도 남녀 사이의 감정은 알 수 없는 것이니까요.


그러나 균열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시작됩니다.


어느 날, 장을 보러 간 마트에서 아사코는 한 여자를 발견합니다.

사실 그 여자와는 그동안 몇 번이나 마주친 적이 있어요.

그럴 때마다 그녀의 몸에 남겨진 - 아사코만이 알아챌 수 있는 - 흔적들을 보게 됩니다.


아사코는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삶에 짙게 드리워진 불행의 그림자.

그녀 역시 아사코처럼 폭력으로 유지되는 일상을 사는 사람입니다.


양손에 장갑을 끼고 느릿느릿 물건을 사는 아이하라 유키에는 낮의 슈퍼마켓이라는 장소에서도 블랙홀 같은 존재로 보였다. 다른 사람들과는 분명하게 달랐다. 거기에 있는데 없는 듯한, 그녀 주위에만 다른 시간이 흐르는 듯한.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다른 시간이 흐르는 것은 그녀 주위가 아니라 그녀와 자신의 주위라는 것을.


오늘 유키에는 더운 날씨와 어울리지 않는 장갑을 끼고 있습니다.

아사코는 장갑 안에 숨겨진 채 구부려지지도 않는 손을 발견하고야 맙니다.

결국 아사코는 유키에에게 다가가죠.

하지만 다가오는 아사코를 유키에는 경계해요.

그리고 말하죠.

남편은 자신을 사랑한다고.

다만 유키에 자신의 모자람으로 그의 화를 부르는 것뿐이라고 말이에요.


익숙한 말입니다.

그건 구니카즈가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아사코가 스스로에게 되뇌던 바로 그 말이었으니까요.

아사코의 심장은 철렁 내려앉습니다.


아사코는 유키에를 겨우 달래 자신의 집으로 데려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유키에는 입을 엽니다.

그리고 손에 대해 이야기해요.

남편의 폭력을 피해 베란다로 도망간 유키에는 베란다 난간을 움켜쥐고 놓지 않았어요.

그러다 결국 신경이 손상된 겁니다.


"죽는 한이 있어도 집안으로는 들어가고 싶지 않았어. 설령 뛰어내릴 수 없어도, 베란다는 밖의 평범한 세계 같았지."


밖의 평범한 세계.

아사코는 충격을 받습니다.

유키에를 돌려보내서는 안 된다고 결심합니다.

자신도 유키에도 지금의 자리에 머물러서는 안 되는 거였어요.

결국 아사코는 유키에와 함께 그대로 떠납니다.

드디어 밖의 평범한 세계로 한 발 나아간 것입니다.


아사코가 떠난 자리.

일을 마치고 온 구니카즈 홀로 남았습니다.

그는 영영 아사코를 잃을까 겁이 납니다.

구니카즈에게는 아사코가 전부거든요.

그래서 그녀가 온전히 자신만을 바라보기를 바란 것뿐이었습니다.

지금이라도 아사코가 돌아온다면 그는 혼내긴 하겠지만, 용서해주리라 다짐합니다.

하지만 아사코는 돌아오지 않아요.

그리고 그 홀로 남은 집에 다시 아침이 돌아왔습니다.


밖은 공기가 파랗게 깨어가고 있다. 간혹 지나가는 자동차와 오토바이 소리가 들린다. 분노는 공포에 자리를 내주고, 그 공포는 지금 거의 극에 달해 있다.


유키에는 드디어 남편에게 벗어나 자신의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울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했어요.

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적응하기 시작해요.

마냥 달콤하지만은 않은, 그러나 평범한 밖의 세계에서.


하루코와 이쿠코는 아사코 역시 그러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아사코는 돌아갑니다.

스스로 떠나왔던 구니카즈의 곁으로.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지만, 아사코는 누구의 이해도 바라지 않습니다.

한 번의 가출은 그저 즐거운 일탈이었을 뿐입니다.

 

모든 것은 다시 제자리를 찾았습니다.

하지만 전과 같은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아사코는 이제 깊이 묻어두었던 과거의 추억들을 곧잘 꺼내보게 되었습니다.

그것들은 아사코를 숨 쉬게 합니다.

무엇보다 가족, 특히나 하루코와 이쿠코와의 기억은 언제나 그녀를 미소 짓게 합니다.

다만 그것은 구니카즈가 집에 돌아오기 전까지의 일입니다.


비. 이제 곧 구니카즈가 돌아온다. 먼 기억은 뚜껑을 닫을 시간이다.


하지만 아무리 뚜껑을 닫아도 아사코의 변화는 틈 사이를 비집고 나와 구니카즈의 살갗을 파고듭니다.

구니카즈는 두렵습니다.

그것은 아사코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공포, 바로 그것입니다.

그리고 그 공포는 어김없이 폭력이 되어 아사코에게 돌아오죠.

그러나 이제 아사코에게는 구니카즈의 폭력보다 더 괴로운 것이 생겼습니다.

숨 막힐듯한 답답함.

그녀는 자신을 목을 옥죄는 모든 것이 고통스럽습니다.


아사코는 행복해 보이는 것이 아니라 행복하고 싶습니다.

이제 그녀의 행복은 구니카즈의 일방적 사랑에 있지 않아요.

그것은 그녀의 자유에서 오는 것.

그러니 구니카즈의 폭력 앞에서도 그녀는 예전처럼 겁에 질려 애원하는 일 따위는 하지 않습니다.


"이쪽 보라고 하잖아." 내가 그러는지 어디 보라지, 하고 아사코는 생각했다. 할 얘기가 있으면 구니카즈도 바닥에 엎드리면 될 일이다. 방금 전에 들은 동생의 목소리가 아사코의 마음에 묘한 힘을 주고 있었다. 구니카즈가 걷어찰지도 모르고 침을 뱉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뭐 어쨌다는 것인가.




하루코의 일상도 변하기 시작합니다.


그녀는 과거의 남자와 하루를 보냅니다.

하지만 그것은 구마키와는 관계없는 일이에요.

하루코는 여전히 구마키를 사랑합니다.

그 남자는 - 이쿠코의 말을 빌리자면 - 그저 "거부할 수 없는 몸"이었을 뿐입니다.


하지만 어느 날 그녀를 질투한 누군가의 편지가 구마키에게 도착합니다.

그 편지에는 하루코의 문란한 생활이 적혀 있었어요.

하루코는 사실이 아니라 말했습니다.

구마키는 당연히 그것을 믿었습니다.

하루코는 구마키를 사랑하고, 구마키도 하루코를 사랑하니까요.


구마키는 하루코가 없는 사이, 그녀의 메일을 열어봅니다.

그것은 하루코를 믿었기 때문에 한 일입니다.

그녀는 절대 구마키 이외의 남자에게 마음을 주지 않을 테니까요.


하지만 그곳에서 발견한 것은 한 남자의 메일.

구마키의 눈에 "우리의 육체적 궁합은 AMAZING & FABULOUS 하다"는 말이 그대로 들어와 가슴에 박힙니다.

그는 분노합니다.


구마키 게스케로서는 찬다는 심정이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은 이미 하루코에게 방출당했다고 생각했다. 가볍게 여겨지는 것은 버려지는 것보다 나쁘다.
기분이 최악이었다. 한 여자에게 이렇게까지 바보 취급을 당한 일이 과거에 있었을까. 물론 별 볼일 없는 인생이기는 했다. 그렇다고 하루코에게 가벼이 여겨질 이유는 없다.


구마키는 하루코에게 따져 묻습니다.

그런 구마키에게 그녀는 사과하지 않아요.

아니, 그보다는 화를 내는 것을 택합니다.

구마키는 그런 하루코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왜 하루코가 공격적으로 구는 거지?" 질려서, 그 기분이 목소리에 배고 말았다. "겁이 나니까." 하루코는 바로 대답했다. "뻔하잖아. 겁이 나니까 공격적으로 구는 거지. 내 잘못이라는 것을 아니까 그렇지. 그러니까 구마 짱이 나가겠다고 하면 난 막을 수 없어. 사과야 간단히 할 수 있지만, 사과했는데도 또 똑같은 일이 생기지 않을지는 알 수 없잖아." 구마키는 뭐라 할 말이 없어 마냥 서 있다. 이 여자는 현명한 건지 어리석은 건지 모르겠다.


하루코는 물론 구마키를 잡고 싶습니다.

구마키를 사랑하기에 그에게 상처 준 것이 잘못이라 생각해요.

하지만 사과는 할 수 있어도, 다시 이런 일이 없을 거라는 약속은 할 수 없습니다.

두 사람은 약속으로 이루어진 사이가 아니니까요.

오롯이 두 사람의 감정으로 유지되던 관계는 이제 무너져버렸습니다.


구마키는 떠났습니다.

하루코는 구마키를 잡지 않습니다.

구마키를 사랑했지만 그것은 이제 하루코에게 과거의 일이죠.


지금까지 언제나 그랬지만, 남자와 헤어진 후면 하루코는 자신도 놀랄 만큼 기분이 후련해진다. 자신의 인생을 자신이 올바로 통제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남자가 있는 없든 일에는 전력투구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일이 아닌 것에 쏟는 시간과 정열은 크게 달라진다.
상실감은 거대했다. 거대했지만, 메울 길이 없다는 것을 하루코는 알고 있다. 그냥 내버려두면 된다고 하루코는 생각하고 있다. 상실감은 그저 여기에 '있을' 뿐이지, 그것에 얽매이거나 빠질 필요는 없다.


사실 구마키는 하루코를 완전히 떠날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얼마쯤 떨어져 있다 보면 하루코가 그를 그리워할 거라 생각했거든요.

그만큼 함께 지내는 동안 두 사람은 열렬히 사랑했으니까요.


허나 하루코는 구마키의 예상과 달리, 그가 없는 일상을 새로이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구마키를 완전히 잊은 듯한 하루코의 행동.

그것은 구마키에게 충격에 다름 아니었습니다.

결국 구마키는 하루코에게 메일을 씁니다.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새롭게 만나고 싶다."


구마키다운 "솔직하지만 주의 깊고, 간결하지만 마음을 건드리는" 글이었습니다.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미래를 써 내려가자는 제안.

그의 글을 읽자마자 하루코는 구마키가 그립습니다.

구마키는 좋은 남자예요.

그러나 하루코는 그의 손을 잡지 않습니다.

물론 구마키와의 생활은 완벽했고, 그녀는 그가 그립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어김없이 또 어긋나고 다투고 이별을 반복하겠죠.

새로운 미래에 펼쳐질 익숙한 과거의 반복을 그녀는 알고 있습니다.

하루코는 거울에 비친 자신을 바라봅니다.


하루코는 자신을 건조하고 거친 피부에, 구마키에게 어울리지 않고 버림받아 마땅한 여자로 인식한다. 거울로 보는 것처럼 똑똑하게.


하루코는 구마키에게 돌아가지 않습니다.

이쿠코는 구마키와 정말 끝이냐고 하루코에게 묻습니다.

하루코는 동생에게 답합니다.


"당연하지. 시간은 절대 거꾸로 가지 않으니까."


이 모든 것이 어쩌면 너무 자유로운 탓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루코를 포함해 이누야마 세 자매는 모두 자유롭게 자랐습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하루코는 가장 자유롭죠.

아사코와 이쿠코는 하루코의 자유분방함에 대해 이야기하며 웃음을 터뜨립니다.

하루코는 잠시 발끈하지만, 곧 웃으며 이렇게 결론 내립니다.


사실은 나도 알고 있었다. 지나치게 자유롭다는 것은 때로 불편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달리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이쿠코에게는 새로운 남자가 생겼습니다.


이쿠코는 우연한 계기로 동경하던 옆집 부인과 친해집니다.

그녀는 기시 부인입니다.

그리고 그녀에게 남자를 소개받아요.

그는 바로 기시 부인의 아들, 기시 마사아키입니다.


기시 마사아키는 이전의 남자들과는 다릅니다.


이쿠코를 스쳐간 많은 남자들.

그들과의 만남에서 그녀의 역할은 항상 어른이었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서부 영화 속 창부가 되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마사아키는 이쿠코 앞에서 마치 자신이 "어른인 것처럼" 행동합니다.

그런 그를 보고 이쿠코는 생각합니다.


이쿠코 눈에 기시 마사아키의 행동 - 마치 자신이 이쿠코보다 어른인 것처럼 구는 행동 - 은 오히려 아주 어린애 같은 것으로 비친다. 아주 어린애 같은, 하지만 그래서 더욱이 숭고하고 아름다운 것으로.


그는 이쿠코를 집에 데려다줍니다.

들어오라는 이쿠코의 권유에 집 안에서 차만 마시고 곧 돌아가요.

스킨십에도 적극적이지 않고요.


기시 마사아키는 말합니다.

모든 일에는 단계가 있다고.

그리고 연애를 지속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감정이 아니라 의지라고 말이죠.

그런 마사아키의 말이 이쿠코는 마음에 듭니다.


결국, 모든 일에는 단계가 있다는 기시 마사아키의 생각이 이쿠코는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이유는 분명하다. '알기 쉽기 때문'이다. 알기 쉬움이야말로, 이쿠코가 나날이 추구하고, 신뢰하고, 사랑해 마지않는 것이었다.


이쿠코는 생각합니다.

규칙이 있는 것은 멋진 일이라고요.

이미 이쿠코는 자신의 방, 그리고 자신의 삶에 배어있는 '틀림없는 이쿠코 한 사람의 기척'에 싫증을 느끼고 있었어요.

그래서 그녀는 기시 마사아키의 단계를 함께 밟아가기로 결심합니다.

이쿠코는 그의 집에서 - 그녀가 동경해 마지않던 그의 어머니 - 기시 부인에게 요리를 배웁니다.

저금한 돈을 조금 꺼내 그와 함께 다니기 위한 자전거를 사고요.

이전의 남자들에게도 결별을 고합니다.

그렇게 이쿠코는 지금까지와 다른 매일을 살기 시작합니다.


사회적인 데이트를 했다. 이쿠코는 일기에 그날 일을 그렇게 썼다. 사회라는 것이 어디를 - 또는 누구를 - 가리키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자신이 늘 불거져 나와 있는 장소, 거부감을 느끼면서도 완전히 등질수는 없는 장소가 이쿠코에게는 사회였다.


기시 마사아키와의 만남을 통해 이쿠코의 세계는 변합니다.

이쿠코는 그녀의 언니들, 아사코와 하루코에게 말합니다.

나가보고 싶다고.

어디로 가고 싶냐고 아사코는 묻지만, 아사코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 질문이 무의미하다는 것을요.


어디로 가든, 벗어날 수 없는 것이 있는 법이다. 자신을 만들어 낸 것.


모두 그것을 '사랑'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쿠코는 다릅니다.

이쿠코에게 사랑은 두려운 것입니다.

그녀는 사랑이 자신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늘 조심해 왔습니다.


이쿠코는 말해요.

"누군가의 소유가 되고 싶어."

하루코는 단언하죠.

"누군가의 소유가, 어떻게 될 수 있겠어."

아사코가 말을 잇습니다.

"그렇게 되고 싶으면, 스스로 되는 수밖에 없지."


그렇게, 이쿠코는 자신의 의지로 기시 마사아키와의 단계를 하나씩 밟아나갑니다.




다시, 아사코입니다.


아사코는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곧 깨닫습니다.

돌아갈 곳은 없어요.


집은 돌아가기 위한 장소가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아사코는 고독한 게 아니라 오히려 마음이 든든해진다. 이 집도, 지켜야 할 장소가 아니다.


하루코도 이쿠코도, 그 누구도 알 수 없을 겁니다.

아사코가 구니카즈의 폭력 아래 그와의 결혼을 계속 유지하는 이유.

그건 한때 사랑했던 기억에 매달려 벗어나지 못하는 미련 따위가 아니에요.

아사코는 구니카즈와 서로의 필요에 의해, 지금 이 순간을 함께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혼하기 싫은 것은 아니었다. 다만 둘이서 결정한 결혼에 대해, 구니카즈를 분명히 사랑했고, 구니카즈에게 분명히 사랑받았던 날들과 당시의 자신에 대해 책임 같은 것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분명, 아사코는 변했습니다.

그 한 번의 가출.

그 밤 동생들과 함께 보낸 자유로웠던 시간은 잊고 있던 - 결혼 전 - 그녀의 감각을 깨웠습니다.


구니카즈는 그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폭력으로 그는 두려움을 드러냅니다.

아사코를 무너뜨려 자신의 성안에 가두고 싶은 겁니다.

하지만 아사코는 예전과 달리 애원하지 않아요.

구니카즈의 폭력은 여전히 아사코의 몸을 짓누르지만, 이제 더 이상 그녀의 영혼을 해칠 수는 없습니다.


결국, 아사코는 구니카즈의 폭력에 맞섭니다.

그녀 자신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으로 말이죠.

아침이 밝자 병원에 누워있는 그녀를 데리러 구니카즈가 찾아옵니다.

아사코는 그에게 자신이 돌아온 것 같다고 말해요.

무슨 말인지 되묻는 구니카즈에게 아사코가 대답합니다.


"응. 옛날에 분명히 이런 장소에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 어수선하지만 바람이 잘 통하고, 자신이 하찮은 존재로 여겨지는 장소."


여전히 집으로 돌아가자는 구니카즈.

그에게 아사코가 말합니다.


"구니카즈 씨, 이 세상에서 나를 다시 한 번 찾아줄래?"


구니카즈는 그녀를 잃을지도 모른다고, 아니 이미 잃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끝을 알 수 없는 공포이자 절망입니다.

하지만 아사코는 알고 있어요.

그 모든 고통에도 불구하고 구니카즈는 그녀를 찾지 않을 것이라는 걸.

이제 다시는 구니카즈가 그녀를 사랑하고 그녀가 구니카즈를 사랑하는 날은 오지 않으리란 걸 말입니다.




이전과는 또 다른 오늘입니다.


아사코는 2번가의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하루코는 여전히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새로운 남자도 만났습니다.

이쿠코는 기시 마사아키와의 둘만의 삶을 그려갑니다.


세 자매는 이제 각자의 길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에 접어들었습니다.

그 길에 무엇을 만나든, 그 끝에 무엇이 있든 걱정할 필요 없어요.


유키에는 이렇게 말하죠.


"가족의 사랑이 있으면 사람은 강해지나 봐."


아사코와 하루코, 이쿠코의 곁에는 늘 서로가 있습니다.

그렇게 돌아갈 곳이 되어주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줍니다.

그러니 그녀들은 강한 사람입니다.

언제든 자신의 길을 찾아 누구보다 자신다운 삶을 살아가겠죠.


그렇게 또 오늘이 시작되었습니다.

내일이 오지 않을지도 모르기에, 고민 없이 즐겁게 사는 그녀들의 오늘이.




아무래도 괴로웠습니다.

아사코가 버텨내는 폭력이, 읽는 내내 고통스러웠어요.

왜 그리 고집스럽게 구니카즈의 곁에 있어야만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거든요.

힘들게 떠나온 자리에 제 발로 다시 돌아간 그녀가 그저 답답하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봤어요.

아사코.

하루코.

이쿠코.

세 자매의 삶을.

그리고 "전전긍긍하지 말고 마음껏 즐겁게 살자"는 말을.


아사코와 하루코, 이쿠코 모두 저마다의 고통과 상처가 있습니다.

그녀들의 삶은 불완전해요.

하지만 그녀들은 무너지지 않습니다.

완전하게 보이려 하지도 않죠.

불완전한 것은 불완전한 그대로 끌어안을 뿐입니다.


그녀들은 타인의 기준이 아니라 자신들이 선택한 삶에 충실합니다.

설령 그것이 잘못되었다 하더라도 스스로 납득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때까지 최선을 다합니다.

그리고 끝에 다다르면 다시 제 발로 거기서 나와 다시 자신이 원하는 곳을 찾아 나아갑니다.

그렇게 그녀들은 저마다의 방식을 통해 '나인 나'로 살아갑니다.


배부른 사람은 밥 먹어야 한다고 하지 않잖아요.

푹 잔 사람은 이제 자야 한다고 하지 않고요.

그러니 즐겁게 살자는 건 즐거운 사람이 하는 말은 아닐 겁니다.

고민하지 말자는 말도 고민 없는 사람이 할 수 있는 말은 아니죠.


인생에 즐겁지 않은 일이 닥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쉬이 해결할 수 없는 고민이 생긴다면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그 모든 걸 미뤄두고 에라, 모르겠다 하면 되는 걸까요.

"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라 외치고 눈감으면 끝나는 걸까요.


즐겁게 산다는 게 흥청망청하는 건 아니잖아요. 

고민하지 않는 건 생각 없이 사는 게 아니고요.

어려움이 닥쳐도 나답게 살아야 즐겁죠.

고민이 있어도 타인이 아닌 내 기준으로 바라보면 풀기가 더 수월하고요.


백지처럼 펼쳐진 막막한 인생.

밑그림도 없이 하얗기만 한 도화지 위에 무엇을 그려야 할까요.

세상이 예시로 보여준 멋들어진 정육면체?

부모님이 권하는 눈부신 다이아몬드?

친구가 그려 놓은 반짝이는 별 모양?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정답은 없는 것 같아요.

답이 정해져 따라가기만 하는 인생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동그라미도 네모도 세모도, 찢기고 부러지고 구겨졌어도 그것은, 그대로 하나의 삶.

그 모든 것은 불완전하여 완전한 아름다운 인생입니다.

누구와도 닮지 않고 누구도 따르지 않은 내가 그린 삶.

그런 자신을 사랑하며 '나인 나'로 살아가는 것.

답이 있다면 오직 이것뿐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아사코, 하루코, 이쿠코.

그녀들처럼 불완전하여 불안한

그러나 그대로 아름다운

당신과 나와 우리의 불안한 오늘에 응원을 보냅니다.

그리고,

또다시 마주할 흔들리는 내일에

'나인 나'로 오롯이 살아가기를 바라봅니다.


행복하세요, 언제나 언제나요. : )


Granada, Spain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9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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