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문장 도둑

하찮은 우연으로 가득한, 농담같은

- 은희경, '새의 선물' 중에서

by hearida

"숲 속에 마른 열매 하나가 툭 떨어졌다.
나무 밑에 있던 여우가 그 소리에 깜짝 놀라 도망치기 시작했다.
멀리서 호랑이가 그 여우를 보았다.
꾀보 여우가 저렇게 다급하게 뛸 때는 분명 굉장한 위험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호랑이도 뛰기 시작했다.
호랑이의 뛰는 모습을 숲속 동물들이 보았다.
산중호걸인 호랑이가 저렇게 도망을 칠 정도면 굉장한 천재지변이거나 외계인의 출현이다.
그래서 숲속의 모든 동물들이 다 뛰었다.
온 숲이 뒤집혀졌고 숲은 그 숲이 생긴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삶도 그런 것이다.
어이없고 하찮은 우연이 삶을 이끌어간다.
그러니 뜻을 캐내려고 애쓰지 마라.
삶은 농담인 것이다."

- 은희경, '새의 선물' 중에서


예전에는요,
제 삶의 많은 부분을
통제하려고 했었어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두려워
작은 것 하나하나까지 계산해서
1분 1초까지 계획했습니다.

그런데요,
이게 쉽지가 않더라고요.
복병이 너무 많은 거에요.

예측 불가능한 수많은 순간들,
불시에 찾아오는 사건사고들.

딱 떨어지는 수학 답안지같이 살고 싶었는데
그 수식 속에
변수가 왜 이리 많던지요.

지금은,
조금 많이 편해진 것 같아요.

촘촘하게 세워진 계획에
맞춰 사는 것도 좋지만
매일매일 부딪히는 우연을
충분히 즐기는 것.

그게 사실
저한테는 더 맞았던 거겠죠.

예전에는 그런 우연들이
계획을 방해하는 것만 같아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하지만 요즘은
우연이 생길 때마다 신나요.

아, 내 인생은 이렇게
알록달록
알 수 없는 것들로 구성되어 있구나.

앞으로 또 무슨 일이 생길까
매일 기대가 되요.

하찮은 우연으로 가득한
농담같은 삶이어서
두근두근 신이 나는 날들입니다.

오늘, 우리 모두에게
알록달록 두근두근 콩닥콩닥
달콤한 우연들이 가득하기를.

그 우연 속에서
하늘만큼 땅만큼 행복하기를. :)

Bangkok, Thailand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9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

keyword
hearida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에세이스트 프로필
팔로워 4,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