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문장 도둑

잊으면 괴물이 될 테니

- 황정은, '계속해보겠습니다' 중에서

by hearida

"잊지 마.
내가 이렇게 아프면 남도 이렇게 아플 수 있다는 거. 제대로 연결해서 생각해야 해. 그런데 이렇게 연결하는 일은 의외로 당연하게 일어나는 일은 아닌지도 몰라. 오히려 그런 것쯤 없는 셈으로 여기며 지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할 수 있는 정도인지도 몰라. 그러니까 기억해두지 않으면 안 돼. 안 그러면 잊어먹게 되는 거야.
잊으면 괴물이 되는 거야."


- 황정은, '계속해보겠습니다' 중에서


'인생만사 새옹지마(人間萬事 塞翁之馬)'라는 말이 있잖아요.

세상 모든 일에 좋은 것과 나쁜 것이 반복되니 앞일은 예측할 수 없는 것.

그러니 지금의 일에 쉬이 흥분하지 말라는 뜻이죠.


그런데 그게 참 쉽지가 않아요.

왠지 다른 사람에게는 좋은 일만 일어나고, 세상 나쁜 일은 다 나한테만 생기는 것 같아요.


나만 아픈 것 같고

나만 힘든 것 같고

나만 안 되는 것 같고

그래서 마냥 억울하기만 한 날들.


하지만 어제오늘의 좁은 시간을 넘어 더 길고 긴 시간의 강을 거슬러 올라 곰곰이 살펴보면요.


상처를 입은 사람이 누군가를 상처 주기도 하고

버림받은 사람이 누군가를 버리기도 하고

미움받던 사람이 누군가를 미워하기도 해요.


웃음을 주던 사람이 누군가로 인해 웃게 되기도 하고

도움을 주던 사람이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기도 하고
사랑을 주던 사람이 누군가에게 사랑받기도 하죠.

우리, 아픔도 사랑도 제대로 기억해요.

쉽게 잊어버리고 함부로 상처 주거나 아파하거나 혹은 혼자라고 슬퍼하지 말아요.

기억해요.

잊으면 괴물이 돼버릴 테니.


오늘은 예전에 나를 베던 칼날이 고운 꽃이 되어 우리에게 내려앉기를.

그리하여 부디 담뿍, 행복하기를.



Ljubljana, Slovenia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8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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