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은주&프랑크 브링크, '결혼하고 연애 시작' 중에서
15년 전 즈음 여자 친구 두 명과 자동차로 미국 서부를 여행한 적이 있어요.
캘리포니아주만 해도 우리나라의 네 배가 넘다 보니 한 번 고속도로에 들어섰다 하면 끝없는 길이 펼쳐졌어요.
운전면허가 있는 친구가 한 명뿐이어서 운전은 오롯이 그 친구 몫이었지요.
그런데 길에 들어서니 16차선은 돼 보이는 듯 넓은 도로, 작열하는 태양 아래로 달리는 차는 오직 저희뿐.
신호등도 교통경찰도, 뭐 하나 거리낄 게 없었어요.
고래고래 큰 소리로 노래도 부르고 영화처럼 창 밖으로 만세도 하고 난리였죠.
그런데 참 이상한 게 한편으로는 또 그렇게 겁이 나더라고요.
잘 가고 있는 건지, 이대로 가면 목적지가 나올지 자신이 없었어요.
누가 몰래 훔쳐보고 있을까 봐 걱정도 됐고요.
아니나 다를까.
걱정대로 딱, 길을 잘못 든 거예요.
그런데 친구가 그러더라고요.
"야, 걱정 마. 까짓 거 돌아가면 되지, 뭐!"
그러면서 영화처럼 그 황무지 길을 멋지게 턴해서 또 달리는 거예요.
신호등도 없이 나아가야 하는 우리 삶은 두렵고 무섭죠.
누가 나서서 알려주기라도 하면 좋을 텐데.
그러면 실수도 안 할 테고, 후회도 없을 테고,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하지만 그런 삶은 분명 재미가 없을 거예요.
그럴 수도 없겠지만요.
오늘도 우리는 저마다 선 길에서 무수한 고민을 하고 있어요.
갈지 말지, 할지 안 할지 주저하고 머뭇거리겠죠.
부디 당신의 선택에 항상 좋은 기운이 깃들기를.
그리하여 부디 목적지로 잘 향할 수 있기를 바랄게요.
하지만 길에 잘못 들었다 해도 거기서 끝은 아닐 거예요.
언제든 다시 새 길로 돌아설 수 있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너무 자책하거나 힘들어하지 말고 인상 한 번 팍 쓰고 이렇게 외치는 거예요.
"까짓 거 돌아가지, 뭐!"
세상에 늦은 건 없더라고요.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더라고요.
인생은 그리 쉽게 끝나지 않더라고요.
당신의 길은 그때 제가 달렸던 그 넓은 도로보다 훨씬 더 넓고 더 많은 선택지를 가지고 있어요.
그러니 부디, 오늘도 용기 내어 신호등 없는 이 삶에 한 발 내디시길 바랄게요.
응원합니다.
당신과 나, 우리의 이 멋진 삶을.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8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