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문장 도둑

슬픔의 숲에는 잠시만

- 엘리자베스 길버트,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중에서

by hearida

"요전 날에는 슬픔에 잠긴 사람을 위로할 때 쓸 수 있는 문장에 대해 이야기했었다. 난 그에게 영어식 표현에 'I've been there...'가 있다고 말해주었다. 지오반니는 그 말을 이해할 수가 없다고 했다. '가보다니, 어딜 가봐요?' '깊은 슬픔이란 때로는 특별한 장소가 되기도 해요. 시간이라는 지도상의 한 좌표처럼요. 그 슬픔의 숲 속에 서 있노라면 도저히 그곳을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죠. 그럴 때 누군가 자신도 거기에 가봤고, 이제는 빠져나왔다고 말해주면 가끔은 희망이 생기는 법이에요.' '그러니까 슬픔이 장소군요.' '가끔은 그곳에서 몇 년씩 사는 사람도 있어요.'"


- 엘리자베스 길버트,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중에서


슬픔의 숲 속에 던져질 때면 저는 저만의 동굴을 찾아 꽁꽁 숨어버려요.

그 동굴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라는 빛이 동굴 깊숙이 스며들어 밖으로 밖으로,

그렇게 영원히 헤어 나올 수 없을 것만 같던 멀고 멀었던 숲의 바깥까지 저를 이끌어줍니다.


가끔 슬픔의 숲 속 한가운데 덩그러니 놓인 이들을 만날 때가 있어요.

저도 알아요.

그럴 땐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죠.

잃어버린 것을 다시 되찾지 않는 한.

놓쳐버린 것이 다시 되돌아오지 않는 한.


그래서 하는 말이라곤 고작,


나도 가끔 그 숲에 머물러.

하지만 가만히 기다리고 있으면 다시 삶의 빛이 길을 보여주는 날이 올 거야.

시간의 다리가 네 앞에 놓일 거야.


이런 말 뿐입니다.


마냥 행복할 수는 없겠죠.

좋은 날이 있으면 안 좋은 날도 있고, 행운이 있으면 불운도 있고.

그러니 우리 사는 동안 슬픔의 숲에 가끔은 쉬어가듯 찾아가기도 하겠지요.

그래도 그 슬픔에 너무 오래 머물러있지 않았으면 해요.

잠시 쉬었다 곧 빠져나올 수 있기를.



Lucern, Switzerland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8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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