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문장 도둑

등을 밀어주는 바람은, 서로 달리 오니까요.

- 사라 애디슨 앨런, '가든 스펠스' 중에서

by hearida

"그냥 걸어가. 둥실 날아가는 건 잘 안 되더라."


- 사라 애디슨 앨런, '가든 스펠스' 중에서



뭔가 고백하는 것 같아 조금 부끄러운데요.

저,

얼마 전에 공모전에서 '꽈당' 하고 미끄러졌어요.


지금까지 몇 번이나 도전하기는 했었거든요.

작은 데서는 붙기도 하고

또 떨어져도 그렇게 상처받는 성격이 아니라서 괜찮았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제법 자신 있었거든요.

진짜 아무리 못해도 입선은 하겠지 싶었어요.


근데 당선자 이름을 아무리 뒤져도

제 이름이 없는 거예요.

진짜 흔한 이름인데, 이럴 땐 꼭 안보이더라고요.


뭔가 멍- 했어요.

띵- 하다고 해야 할지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 뭔지 이번에 알겠더라고요.


제 성격 중에 상당히 발달되어 있는 게

'자아탄력성'이에요.

이 말이 조금 생소하실 수도 있을 텐데요.


자아를 고무줄이라고 생각하고

상처를 받는 순간

그 자아라는 고무줄이 쭉 늘어나는 거예요.


그리고 손을 놓았을 때

어떤 사람은 고무줄이 천천히 제자리로 돌아오고

또 어떤 사람은 늘어진 채로 영영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요.


그런데 저는

손을 놓으면 바로 탕- 하고 원위치 복귀!

그래서 크게 좌절하지 않는, 정말 속 편한 성격이거든요.


뭐, 어떻게 보면

좌절도 없고 분한 마음도 없어서

성공을 못하는지도 모르겠어요.


어쨌든

그런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이번엔 조금, 마음이 아프네요.


그런데 사실 따져보면

제가 부족하고 제가 모자라고

결국은 제 탓이거든요, 이게 다.


더 노력을 했어야 하나,

재능이 없으니 이제 그만 접어야 하나,

요 며칠 고민이 참 많았어요.


나이도 있고

통장 잔고는 예전부터 땡그랑땡그랑 소리를 내고

책장으로 눈만 돌리면 멋진 글들이 이렇게나 많으니까요.


그래도

다시 힘을 내서 으쌰 으쌰,

저를 더 갈고닦기로 했어요.


가슴 벅찬 감동을 줄 수도 없고

수려한 문장을 쓸 수도 없겠지만

그냥 부족한 대로, 소박한 제 언어로 계속 써보려고요.


정말 그렇네요.

둥실, 날아가는 건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

타박타박, 전 그냥 제 길을 가만히 걸어갈게요.


지금 이 시간에도 많은 분들이

저처럼 좌절하거나 실망하거나

그래서 무언가를 포기하려 하실 수도 있겠죠.


하지만 우리라는 꽃,

저마다 피는 계절이 서로 다르고

둥실, 등을 밀어 날려주는 바람도 제각기 다르니


힘, 내요.

잘, 될 거예요.

저도, 당신도, 우리 모두.


지금 서 있는 길에서

걷는 걸음마다

고운 행복이 가득 피어나시길, 바랄게요.


감사합니다, 언제나요. :)


Chungju, Korea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8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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