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문장 도둑

내리는 비마다, 몽글몽글 행복이

- 강재현, '너에게 나는'

by hearida

너에게 나는

비 오는 날 생각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 비 그칠 때까지 너의 외로움 옆에 조용히 앉아

따뜻한 물을 함께 끓여 마실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너에게 나는

눈 오는 날 생각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 눈 다 마를 때까지 너의 고독 옆에서 말없는

눈사람이 되어 서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너에게 나는

햇빛 찬란한 날 생각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부신 햇살에 너의 가슴이 타면

그늘을 만들어 줄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너에게 나는


- 강재현, '너에게 나는'




제가 좋아하는 것 목록에 흰 운동화가 있어요.

뽀얗고 하얀 운동화를 신으면

상큼하고 깔끔한 느낌이 들거든요.


아직 학생이었을 때였는데

새로 산 흰 운동화를 신고 학교에 갔어요.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버스를 탔는데

탈 때까지는 맑았거든요.

그런데 내릴 때가 다 돼서 느닷없이 폭우가 내린 거예요.


그런데 비 맞는 것보다

뽀얀 새 운동화에 흙탕물이 튈까 봐

그게 더 걱정이었어요.


그래서 다른 게 젖는 건 신경도 안 쓰고

혹여 운동화가 더러워질까

조심조심 살금살금 바닥만 보고 걸었거든요.


얼마나 걸었을까,

느닷없이 뒤로 큰 그림자가 생기더니

누가 우산을 씌워주더라고요.


뒤를 돌아보니 어떤 총각이,

심지어 잘생긴 총각이,

웃으며 서 있었어요.


살면서 이런 일은 또 처음이라

맙소사, 나에게 이런 날이! 하며

두근두근 얼굴이 빨개졌어요.


근데 그 총각의 한마디,

"저 죄송한데, 이 빗속에 왜 그렇게 걸으세요?"

그게 너무 궁금해 우산을 씌워주지 않을 수 없던 거였어요.


뭐,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그런 로맨스는 전-혀 없었지만,

덕분에 억수로 내리는 빗줄기를 피할 수 있었어요.


그게 안쓰런 마음이든 궁금증 때문이든

그 호의로 인해

그날은 하루 종일 기분이 뽀송뽀송, 참 좋았습니다.


오늘은 아침에 눈을 뜨니 비가 왔어요.

이렇게 비 오는 날이면

가끔 그 날이 생각나요.


생각지도 못한 기분 좋은 우연과 마주하는 날.

나 혼자뿐이라 생각했던 세상에

따뜻한 인연이 날아드는 날.


우리의 오늘이 그런 날이었으면 해요.

고운 우연과 따뜻한 인연이

맑은 비를 타고 우리를 적셔주는 그런 촉촉한 날이었으면.


한 방울 한 방울

내리는 비마다

행복이 몽글몽글 피어나기를.


담뿍 행복하세요, 오늘도. :)




Busan, Korea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8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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